삶,이야기
나는 독서나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정적인 활동보다 몸을 쓰는 걸 좋아했다.
수영, 댄스, 복싱처럼 땀을 흘리며 움직이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여도, 내 안에 쌓여있던 감정의 쓰레기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분노와 슬픔.
어느 순간엔 나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켜켜이 쌓인 마음의 잔재들이 몸을 아무리 움직여도 가라앉지 않았다.
악필에다, 일기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어느 날 밤, 다이어리 대신 노트북을 열었다. 닥치는 대로 써 내려갔다.
어떤 날은 미친 듯이 밤을 새워, 3만 자가 넘는 장편 선협물 소설을 쓰기도 했다. 작가이자 독자가 오직 나 하나뿐인 이야기.
그러다 문득,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검색을 하다가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아직도 익숙하진 않은 이 플랫폼에서 손 닿는 대로 글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었고, 그 글들이… 너무나도 ‘잘’ 쓰여 있었다.
경이로웠다.
그리고 그 경이로움 너머로, 작가들의 ‘자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라우마. 분노. 상처.
누군가에겐 삶을 무너뜨렸을 그 감정들을, 그들은 창작의 연료로 삼아 눈부신 문장의 꽃으로 피워내고 있었다.
읽다가… 눈물이 났다.
기쁨도 아니었고, 마음이 아파서도 아니었다. 그냥… 나도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치 폐배터리에서 재생에너지를 뽑아내듯, 쓸모없고 버려져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나의 감정들도, 나 자신도 다시 어떤 ‘움직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안의 우울과 화는 글쓰기의 씨앗이 되었고, 참을 수 없던 분노는 복싱이라는 또 하나의 언어로 나를 표현하게 했다.
육아 스트레스가 쌓인 날이면, 더욱 열을 내어 샌드백을 쳤다. 그럴 때면 지나가던 관장님이 말하곤 한다.
"그렇지!!"
앞으로도 내 안에 쌓일 감정들을 그냥 묵혀두지 않을 거다.
그것들을 연료 삼아 나는 글을 쓰고, 움직이고, 내년엔 생활체육 복싱대회에도 도전할 것이다.
감정은, 나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