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내려놓는 믿음

삶,이야기

by 아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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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 재미로, 결혼 후엔 진지하게

신랑과 나의 MBTI 궁합을 찾아본 적이 있다.


나는 극단적 ENFP.

신랑은 그 반대편에 있는 ISTJ.


인터넷에 떠도는 MBTI 궁합표에서

가장 구석, 진한 빨간색으로 경고 표시된 조합.

그게 바로 우리였다.


연애할 땐

나와 전혀 닮지 않은 신랑의 모든 모습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다름이 나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했고,

우리의 사랑은 뜨겁게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 화염은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오래가지 못했고,

거세게 타오른 불꽃은

어느새 푸석한 재만 남기고 사라졌다.


결혼 후,

나와 전혀 다른 그 다름은

하나하나 불편이 되고 상처가 되었다.


‘어떻게 나한테 저럴 수 있지?’

‘이해할 수가 없어…’


사랑이 식은 줄로만 알았고,

나를 속인 것 같아 배신감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메마른 땅에도 새로운 생명은 자라났다.

우리는 어느덧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의 기질을 바꿀 수 없다는 걸.

10년이 지나도 서로 이해되지 않는 건 여전하다.


그러면, 이제는 그걸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는 걸 멈추자.

이해를 포기한 게 아니라 믿음을 선택한 거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더라도,

그 밑바탕엔 사랑이 있다는 걸 믿기로 했다.


내가 낳은 아이조차,

나와 너무 달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은데,

그래도 의심 없이 사랑하는 존재이듯.


아이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 자체로 믿고 바라보는 것처럼.


신랑에게도 이해보다 믿음으로,

사랑보다도 깊은 신뢰로 오늘의 자리를 지켜본다.

그게 우리의 사랑이 지닌, 가장 단단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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