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에 구해지는 날들

삶,이야기

by 아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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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사춘기일까.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던 길,

햇볕에 말라죽은 지렁이를 보면서도

가슴 끝이 저려왔다.


이런 사소한 자연의 장면에도 아파야만 하는 나의 마음이,

버겁고 지치도록 슬펐다.

정말 이 감성, 이제는... 좀 그만두고 싶었다.


"엄마, 내일은 비 오면 좋겠다."


아이의 말에 바닥에 내려앉아 있던 시선이 슬쩍 위로 들렸다.


"응? 내일 엄마랑 놀이터 가는 날인데?"


"아...! 음... 괜찮아! 그래도 비가 와서 지렁이가 살면 좋겠어."


잠깐 망설이던 아이는 일주일에 단 하루,

엄마와 함께 가는 놀이터 시간을 기꺼이 포기했다.

지렁이의 생명을 택한 것이다.


그 아이의 작은 사랑 덕분에

내 안의 연약함이

토닥토닥, 위로받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랑인데,

그 모양과 크기는

늘 변화를 달리하며 우리 곁을 돈다.


때로는 부족해서 상처를 남기고,

때로는 과해서 숨이 막히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이 어떻게 다가오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 사랑은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일까.

작은 슬픔도, 큰 번뇌도 어느새 흘러가고,

그 안에 희망도, 용기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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