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기록
다 마신 우유팩을 싱크대에 털었다.
그리고 물을 부어 헹군 뒤,
여러 번 더 탈탈 턴다.
남아있는 우유의 잔재를
단 한 방울도 남김없이 없애야 한다는
어떤 미션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렇게 싱크대를 퉁퉁 쳐대다 문득
그 남은 한 방울까지 짜내는 그 동작이
내 마음과 같아져
손끝이 아려왔다.
채워지는 것 없이
계속해서 소진만 되어 온 마음.
이젠 아무리 기울여도
더 이상 따를 것이 없는 상태인데,
벽에 붙은 마지막 감정까지
털어내겠다는 듯
이곳저곳 쿵쿵 두드리는 흔독.
멈추라고,
충분하다고
비명이라도 지를 법한데
소리가 나질 않고,
난다고 해도
들어줄 이가 없다.
해가 진 갯벌 위에
홀로 남은 도요새일까.
텅 빈 마을을 지키는
아흔 넘은 순례 할머니일까.
그렇게
털어내던 우유 끝에 닿은 내 마음이
측연해져 손을 멈췄다.
그리고
남은 몇 방울을 남긴 채
우유갑을 내려놓았다.
남아 있으라...
그리고 버티라...
다시금 채워질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