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야기
퇴근 후 씻고 나온 신랑이 제일 먼저 하는 일.
각자 놀고 있는 아이들을 하나씩 끌어안고 뽀뽀하는 것.
초2 첫째 딸은
아빠의 뽀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하고
먼저 손을 뻗어 아빠를 꼭 안아주기도 한다.
기분 좋은 미소가 걸린 신랑의 다음 타깃은
다섯 살 아들.
블록에 집중하느라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그 작은 엉덩이를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한다.
그 열정적이던 시선이 슬쩍 위로 들리는 순간,
"아이~ 아빠~ 하지 마!"
훽 토라진다.
내심 섭섭해도 귀여운지
신랑은 한 번 더 끌어안고 뽀뽀를 한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내가 나선다.
"싫다는 애 붙잡지 말고, 자기 뽀뽀 좋아하는 나한테 해줘용"
타고난 애교 본능은
이런 말도 참 자연스럽게 나오게 해준다.
그러자 신랑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꽃잎에 바람 스치듯 짧은 입맞춤을 건넨다.
아참, 나는 신랑을 짝사랑 중이지.
스스로에게 확인 도장을 또 꾹 찍는다.
찌릿, 스쳐가는 마음의 짧은 상처에
나는 둘째를 끌어안아 마음을 덮는다.
엄마에게 애교 많고 뽀뽀해주는 걸 좋아하는 둘째는
블록을 내려놓고 볼을 부비고 뽀뽀세례를 퍼붓는다.
"엄마 좋아!" 외치며 안긴다.
예전의 나는,
원하는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그 상처를 누군가에게 돌려주곤 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 상처를 돌려주는 대신
사랑을 주는 방식으로 내 마음을 채우려 한다.
이대로 흘러간 세월의 끝이 어떨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내년의 나도, 10년 후의 나도 상상이 안 된다.
하지만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듯,
이 여름이 지나면 또 가을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들도 자라고,
나도, 신랑도
조금은 자라 있을 또 한 계절.
그 계절의 끝엔,
조금 더 다정한 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