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보다 중요한 것

삶,이야기

by 아슈엔


요즘엔 자기소개에 MBTI를 덧붙이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다.

상대방의 MBTI를 궁금해하고, 성격을 맞춰보며 대화를 이어간다.


나 역시 흥미롭게 듣고 보긴 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16가지 유형으로 딱 나눌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재미로는 좋지만, 규정짓는 건 조금 경계하는 편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희로애락의 끝을 달리는 수다.

배꼽을 쥐고 웃다가도

누군가의 젖어드는 눈동자에 다 같이 눈물짓는 그런 시간.


우리가 티비에 나왔다면,

‘심리치료 집단 세션인가?’ 싶을 정도의 감정 스펙트럼.


재밌는 건, 우리 모임은 MBTI 구성이 아주 확연하다.

ENFP 셋, ESTJ 둘, INFP 하나.


이견으로 싸움이 날 법한 조합인데

우리는 한 번도 마찰을 빚은 적이 없다.


의견이 다름은 당연히 있지만

그건 곧 유쾌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와! 그럴 수도 있구나!”

“생각도 못했는데!”


느낌표와 물음표가 머리 위에서 부딪히다가

결국 웃음으로 곱게 터져 나온다.


이견, 충돌, 마찰.

사람과 사람 사이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그걸 ‘알게 된 기쁨’으로 받아들일지,

‘상처로 남길 것인지’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가끔은,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두려워지는 날도 있다.

몸과 마음이 바닥을 기는 순간.


그럴 때

나를 끌어올려 따스하게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서로 다르고, 또 닮아서

오늘도 함께 웃고 울 수 있음이 얼마나 큰 복인지.


그리고 나는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본다.

이런 축복을 혹시,

지금 이 순간도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집엔 캡슐 머신이 있어

늘 맛있는 에스프레소가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 우유를 데우거나 얼음을 넣는 게 귀찮아

나는 대충 미지근한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마음이 여유로운 날엔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얼음을 얼리고

향긋한 에스프레소를 내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든다.


오늘처럼.


글을 쓰는 사이, 얼음은 조금 녹았다.

유리컵 밖으로 맺힌 물방울들이 하나둘 모여

몸집을 키우며 조용히 흘러내린다.


그건,

한층 더 맛있어진 아메리카노의 기쁨의 눈물이다.


내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내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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