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밭을 지나

숨의기록

by 아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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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는 길의 형태는 다르다.


어떤 이는 편안한 세단을 타고,

어떤 이는 두 발로 걸어간다.


그 많은 여정의 방법들 중

나의 길은 자갈밭 위 자전거 같았다.


젊음으로, 사랑으로 힘차게 발을 굴려

덜커덕거리는 길을 헤쳐가기 시작했다.


그 버거움마저 웃으며 지나갈 수 있다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던 우매한 교만.


그러나 젊음도, 사랑도 지나간 끝엔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와

돌부리를 밟아가며 휘청이는 자전거를 끌고,

느려지는 속도를 감내해야 했다.


한때는 그 자갈밭을 선택한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돌팔매질로 화풀이하느라 급급했다.


스스로를 채근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상한 마음 위에 다친 몸을 얹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끓어오르는 애수에

살고자 버둥대는 몸은

뜨거운 숨을 뿜어내기 위해

수그러진 고개를 들었다.


뱉어 낸 숨 너머로 시선이 하늘에 닿는다.


시린 눈물이 맺힐 만큼 지독하게 눈부신 하늘.

푸르른 숨이 포근히 나를 감싼다.


쇳기 은은한 흙내음이 스민다.


고생했다.

힘들었지.

다 괜찮아.


다시 가자.

돌길 말고,

새길 가자.


전부 놓고,

나와 함께 가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억울해서라도

끝을 보려는 집착은 버리자.


처음부터 다시,

안온한 길을 택하자.


그러자.

그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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