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기록
마흔이 넘도록,
나는 사랑니를 한 번도 뺀 적이 없었다.
그저 운이 좋다 여겼다.
그러다 우연히, 잇몸 속 깊은 곳에 낭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미 꽤 자라, 내 턱뼈를 서서히 녹이고 있었다.
대학병원을 찾았다.
"너무 크고 깊습니다. 수술 후에는 아래턱 감각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말로 살아가는 나에게 그 말은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묘하게 억울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왜 이런 게 생긴 걸까.'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설명했다.
"진작 빠졌어야 할 사랑니가 계속 남아 있으니
몸이 그걸 침입자로 착각한 겁니다.
스스로를 지키려다 생긴 게 낭종이에요."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내 몸이 나를 보호하려고 만든 방어막이,
결국 내 턱을 녹이고 있었다.
사랑니도 내 몸의 일부인데,
그걸 밀어내려다 내가 나를 상하게 만든 셈이었다.
그날 이후로 오래 생각했다.
우리는 종종 버려야 할걸 끌어안은 채
그걸 '사랑'이라 부른다.
포기하지 못한 미련은 사랑이 아니라 병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낭종은 결국
가장 가까운 것을 녹여버린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 말 안에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관계를 병들게 하는
잔인한 고집이 숨어 있다.
그 무책임함이,
결국 자신이 가장 지키고 싶었던 사람을
서서히 녹여버린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