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기록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늘 성장통을 겪는다.
신생아 시절,
이유 없이 밤새 울어 부모의 멘탈을 무너뜨리는 원더윅스부터,
다리가 아파 잠 못 이루는 성장기,
도마뱀의 뇌 구조와 같아진다는 사춘기,
그리고 그 사춘기를 이긴다는 갱년기까지.
그 이후에도 인생은 끝없는 훈련이다.
대학, 취업, 결혼, 출산, 실직…
각자의 삶엔 다른 모양과 깊이의 파도가 밀려온다.
마흔 중반에 돌아본 나의 여정에서
가장 나를 무너뜨리고 찢어놓은 건
아버지의 사업 실패도, 나의 취업 실패도 아니었다.
출산과 육아라는 험난한 바다를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세포 하나 닮지 않은 신랑과 한 배를 타고 건너며
나의 영혼은 잘게 조각나 흩어졌다.
그 속에서 나는 서서히 심해로 가라앉았다.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살아야 했다.
살기 위해 내가 처음으로 택한 건,
그 사람과 같은 배를 타지 않는 일이었다.
기대도, 감정도 내려놓자
거칠게 휘몰아치던 파도가 잠잠해졌다.
많은 영상과 글을 찾아봤다.
사랑은 늘 뜨거울 수 없기에
오래 함께하려면 미지근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미지근해진 관계 속 평온은
파도가 없으니 안전했지만,
그곳엔 바람도, 햇살도 들지 않았다.
내 안의 사랑은 점점 말라갔지만,
그 무풍지대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 분노와 실망의 뿌리가 어디서 자라났는지.
나를 조금 더 알게 될수록
나에게는 정서적 자율권이라는 선물이 쌓여갔다.
사랑도, 상처도 여전히 있을 수 있지만
이제는 관계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법을 배운 것이다.
그래서 포기로 생겨난 평온은
이젠 포기의 결과가 아니라
성장의 산물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그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기보다
그 문제 속에서도 나는 괜찮다는 쪽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그것이 바로
내 안의 중력이었다.
그의 언행이 "내게 부딪혔다"에서
"그건 그 사람의 방식이구나"로 변한 순간,
감정의 경계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경계가 나를 지탱하는
조용한 중력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