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기록
어디까지 쓰는 것이 적당한 것일까.
그 어디에도 적정 용량이나 사용법은 적혀 있지 않다.
미친 듯이 글을 써 내려가던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내 건강이었다.
큰 병 한 번 앓아본 적도,
작은 수술조차 해본 적 없는 건강체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장이 탈이 났다.
몸을 조금만 펴도 맹수의 발톱에 할퀴듯
통증이 밀려와 하루 종일 웅크린 채 위를 달래야 했다.
하지만 어린 두 아이가 있고,
경제활동을 멈출 수도 없었다.
그래서 늘 내 일상의 활력이었던
복싱과 글쓰기를 내려놓았다.
나의 선택이 아니라
내 몸이 내린 강제적인 멈춤이었다.
그제야 그동안 놓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며칠간 읽지 못한 첫째의 알림장,
둘째 물통 고무 패킹 사이에 핀 곰팡이,
대화 한 줄 없이 며칠을 지나간 신랑과의 카톡.
그제야 알았다.
그동안의 속도는 내게 맞지 않았다는 걸.
숨을 고르고 찬찬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한 번 더 아이의 볼을 쓰다듬고,
한 번 더 신랑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
한 번 더 친구의 안부를 묻고,
한 번 더 부모님께 감사의 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멈춰 선 자리에서
내 안의 보석들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와 눌린 감정에 묻혀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인생의 브레이크를 두려워하지만
때로 그 멈춤 덕분에
잊고 지냈던 나를 되찾기도 한다.
지구는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돌고 있지만
그 움직임이 우리에겐 느껴지지 않는다.
우주에 비하면 먼지보다 작은 지구처럼,
우리의 삶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속도로 흘러갈 뿐이다.
그렇게 나도, 우리도 각자의 속도를 찾을 때
비로소 진짜 평안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