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입니다.

나는,입니다

by 아슈엔


저는 아줌마랑 둘이 살아요.

제 기억에는 엄마, 아빠가 없어요.

왜 아줌마랑 둘이 사는지도 몰라요.


아줌마는 맛있는 걸 많이 주지만

밖은 위험하다고 못 나가게 해요.

그래서 얌전히 밥 먹고 그림 그리면 이쁨 받아요.


하지만 답답해서 나가자고 조르면

아줌마는 무서운 공룡이 되어버려요.


아줌마가 일하러 나가면 착한 언니가 나를 돌봐주러 와요.

잘 웃진 않지만 아줌마처럼 공룡이 되지도 않아요.


아줌마한테 엄마아빠를 물으면 엄청 싫어하는데

언니는 우리 엄마 아빠가 하늘나라에 있대요.

그리고 하늘나라는 구름동산이래요.


아줌마가 착해져서 저를 데리고 가주면 좋겠어요.

엄마아빠를 한 번 만이라도 만나고 싶어요.


그날 밤, 저는 드디어 하늘나라에 가는 꿈을 꿨어요!

너무 신이 나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엄마아빠를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하늘나라에 엄마 아빠가 없는 거예요.

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어요.

뿌연 구름이 걷히고 다른 모습이 보여요.


첫 월급으로 산 티브이가 구석에 놓인,

제가 오랜 세월을 산 방입니다.

그리고 방 끝에 누워 잠든 뒷모습이 보입니다.


사랑하는 하나뿐인 내 딸.

한창 아름다울 서른의 나이에,

치매 걸린 엄마를 돌보느라

손과 얼굴이 다 마른 불쌍한 내 딸.


방구석 놓인 성인용 기저귀를 보자

명치에서 눈물 덩어리가 울컥 솟습니다.


방문에 걸린 자물쇠를 보자

심장이 맹수의 발톱에 찢겨나간 듯 고통스럽습니다.


딸아이의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리고,

이불을 어깨까지 살포시 덮어주며

지금 이 순간이 나의 마지막이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어요.

정말 이상한 꿈이었지 뭐예요.

하늘나라까지 갔는데 엄마아빠를 못 만나서 너무 실망했어요.

그 언니는 내게 거짓말을 한 걸까요?


오늘은 무슨 일인지 아줌마에게 엄마아빠를 물었는데도

공룡이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을 흘렸어요.


그리고 밖에 데리고 나가준대요.

너무 신이 나서 나는 치마를 펄럭이며 춤을 췄어요.

세상에서 아줌마가 최고예요!


하얀 방이 많은 곳에 갔어요.

놀이터는 없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좋아요.

제 침대도 있어요.


그런데 여기는 저 같은 아이들만 사는 나라여서

아줌마는 같이 살 수 없대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문이 닫혔어요.

여긴 어디고, 저는 누구인 걸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