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밤거리

1호선 한강 다리 위에서 끄적인 글

by 유희



용산의 밤거리. 짹짹대며 붙어대는 한쌍의 나방 떼들과 짝을 찾아 거리를 배회하는 하룻강아지들이 돌아다니는, 치기와 핏기 가득한 젊음의 밤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유모를 불쾌감이 흐르는 젊음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내가 왔던 곳은 어디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젠 그 출발조차 희미하다. 그저 나는 맑디 맑은 지중해 바다 위에 올라탄 거대한 배에서 나온 구정물에 불과한 걸까. 섞이지 못하고, 섞일 수 없는. 섞여서도 안 되는. 이 구정물은 다른 곳에 쓰여야 한다. 바다 위에 떠 있으면 안 된다. 먹물이 되거나, 엔진이 되어야 한다. 어디론가 향유해야 한다. 멈추거나, 섞이거나, 가라앉아선 안 된다.


어떤 젊은 이는 스무 살이 되었는데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하룻밤 다른 곳에 잠을 뉘이는 것조차 그에게는 죄악이며 불효다. 하지만 집 안은 그에게 감옥과도 같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를 묶어두고,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잊어버리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죽이도록 유도한다. 마치 유리 동물원의 톰과 같은 위치에 놓인 청년이었다.


아, 어디로 향하는가, 어린 청춘이여. 청춘이라 부를 수도 없이 아프고 시린 청춘이여. 나는 사실 청춘이란 말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청춘이고 싶은 바람은 지워지지 않기에, 당신을 그렇게 부른다. 나는 그저 작고 작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1시간도 되지 않은, 빨간 핏덩이에 불과한데. 어쩌면 청춘을 그리워하는,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는 노인이 내 안에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니 내가 애늙은이 같다는 소릴 들었던 걸까.




이제 한 달 후면, 이 1호선의 한강 다리도 건너지 못할 것이다. 네모난 액자에 걸린 시리도록 아름답던 그 풍경을.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던 수많은 차들을. 벅찬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회초년생의 한숨을. 아주 가끔이나 볼 수 있을 테다. 아 저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나는 알고 싶다.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시간은 파편적으로 흐른다. 아니, 어쩌면 흐르지 않는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여러 겹의 시간이 동시에 흐르고 있다. 아니, 못처럼 곳곳에 박혀 있는 걸까? 내가 가는 공간에 따라 시간이 따라온다. 또 내가 가는 시간에 따라 공간이 따라온다. 나는 그렇게 시공간의 끝없는 로맨스에 빨려 들어가는 관객일 뿐일까. 아니면, 그 세계 속의 의도하지 않은 주연 혹은 조연인가. 속도를 내며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공상을 한다.


수많은 시간의 파편 속에 갇힌 나의 기억들이, 이곳 용산에 흩어져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오간다. 직장 때문에, 환승 때문에, 학교 때문에, 약속 때문에.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들이 스쳐지나간 이 공간은, 새벽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함을 뽐낸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 스물둘.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치기 어린 꿈을 가졌던 고등학생에서, 어딘가에도 소속되지 않은 갭이어 청소년이 될 때까지. 나는 이곳에 와 있고, 늘 이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용산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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