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쓰시나요?

나를 인식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by 유희

"왜 글을 쓰시나요"


나는 나이기 위해서 글을 쓴다. '나'라는 사람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기 너무 쉬운 이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을 인식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회적 위치'나 '역할'이 주어진다.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서 더 멀어질수록, 사람은 그 '역할'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예를 들자면, 현재 한국의 어머니들. 그들은 자아를 잃어버리기 너무나 쉬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하였으며, 그들의 욕망이나 꿈이 드러나는 순간, 그것은 불편함이 되고 욕심이 되었다. 그 시대의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은 좋은 가정을 만드는 것이었을 테다.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 좋은 아내가 되는 것. 좋은 며느리가 되는 것. 그렇게 그들은 점점 자기 자신을 지워갔다. 암묵적인 강요들 아래에, 자신의 의지라고 믿고, 하루하루 자기 자신을 갉아먹으며 말이다.


이는 한국만의 기이한 사회현상을 남겼다. 완벽한 '애증'의 관계인 'K-모녀관계'. 부모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돌려받고자 하는 심리.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심리. 그것은 흔히,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다 너 잘 되라고 한 일이야!" 같은 말로 나타난다. 사실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얻고 싶은 건데, 그것을 '다 너를 위한 일'이라며 포장한다. 나는 그런 어머니들한테 묻고 싶다. "정말 그러신가요?" 나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그들이 아팠으면 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서다.


상처를 인정하는 일은 어렵다. 한 겨울에 여름옷 차림으로 칼바람을 맞는 것보다 천배, 아니 만 배는 더 아프다. 상처를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 내가 그것을 외면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친 사람은 분명 깊은 인격적 성장을 이룬다. 더 이상 사회적 '위치'나 '역할'에만 얽메이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탐구해나간다. 그것들은 나의 전부가 될 수 없으며, 나를 이루는 부가적인 요소임을 인정하게 된다. 나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그러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그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서다. 사회적 페르소나들을 벗겨낸 우리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그런 경험 말이다. 글은 그런 힘이 있다.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힘. 내 안에 있는 걸 다 쏟아붓게 만드는 힘. 아주 작은 메모부터 일기, 소설, 시나리오. 그 무엇이든,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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