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점 feat. 'I Seoul U'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째다. 나는 대학이나 직장 때문에 자취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로 내가 가는 장소들이 서울에 있었다. (문화예술 관련 활동이나 일은 보통 서울에 몰려있다.) 또한, 집에 있다 보면 부모님과 자꾸 부딪혀서, 약 2년간의 씨름 끝에 자취를 허락받게 되었다. 이십 대 초반에 자취. 누구는 빠르다고, 누구는 그냥 평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지금부터 내가 생각하는 '서울'에서 자취의 장단점을 적어보겠다.
<서울에서 자취, 장점>
1. 어딜 가나, 전보다 교통이 편리하다 - 물론 서울에서 서울도 멀 때가 있지만, 서울에 살지 않을 때보다 교통이 훨씬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2.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 - 가족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공간이 생김으로써, 자기 자신과 더 친해질 수 있다.
3. 문화생활 접근성이 좋다 - 보고 싶은 영화나 축제, 전시 등의 문화생활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4.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 마시며 놀 수 있다 - 사실 이건 케바케지만, 막차 끊길까 봐 9시에 가는 서러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건 나는 매우 좋았다. 집 주변에서 놀면 늦어도 택시 타고 가거나, 24시 카페 있다가 첫차 타고 가면 되니까 개꿀.
5. 배달음식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가능 - 배달음식의 선택지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게다가 새벽에도 시킬 수 있다. 최고다.
6. 일을 구해도 기회가 많다 - 작은 일 하나를 구해도, 서울이 아닌 곳에 비해 양이나 질이나 더 많고 높다.
<서울에서 자취, 단점>
1. 숨 쉬면 돈 나간다 - 월세, 관리비, 식비, 교통비, 학원비, 여가비 등 합치면 100은 우습게 넘는다.
2. 우울과 고독에 취약하다 -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있기 때문에 좋음과 동시에, 그 과정이 오래되면 고독이나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 방치하면 우울로 전이된다.
3. 서울에서 서울도 꽤 멀다 - 서울에서 서울도 먼 곳은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위치를 잡을 때, 잘 생각해보고 잡아야 한다.
4. 설거지부터 청소까지, 다 내가 해야 한다 - 나는 무슨 털갈이하는 강아지마냥 머리가 빠지는데, (탈모는 아니고 숱이 많아서 그렇다.) 매번 돌돌이로 치우는 것도 일이다. 피곤할 때도 들어와서 빨래 널거나 설거지해야 할 때가 있다. 나 자신을 책임지는 일도 때로는 버겁다.
5. 집에 있는 강아지를 못 본다 - 사랑하는 반려견, 반려묘를 못 보는 건 꽤나 슬프고 미안한 일이다.
6. 서울, 너무 정신없다 - 개인적인 감상으로 서울은 너무 사람이 많고 정신이 없다고 느껴진다. 어딜 가나 붐비고 시끄러운 게, 때로는 기가 빨린다.
정리해보면 대략 이러하다. 사실, 어디에 살든 대도시에 살면 느끼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숨 쉬면 돈 나가고, 정신없고 시끄럽고. 그런데 사람이 많기 때문에 기회도 많고. 몇 달 전, 뉴욕에 갔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여긴 참 일도 많고 사람도 많고 좋은데, 가끔 너무 피곤해진다." 이건 아마 대도시 특유의 경쟁 분위기와 높은 물가로 인한 경제적 압박 등이 한몫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중에 서울에 살고 싶지는 않다. 만약 살게 된다면 정말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얻을 수 있다면 살겠지만, 서울에 평생 살고 싶지는 않다. 정신없는 대도시보다는, 오히려 조용한 외곽이 더 좋다. 특히 나는 파주 출판도시와 헤이리 마을을 좋아하는데, 나중에 그곳에 아지트나 작업실을 하나 차리는 게 꿈이다. 근데 음악 작업실이 파주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오기 좀 불편하려나... 무튼, 내 개인 작업실은 그런 프라이빗한 곳에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아주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꼈다. 빨간색 분노부터, 주황색 설렘, 노란색 불안, 초록색 안정, 파란색 우울, 남색 무기력, 보라색 희망 등. 서울에서의 첫 한 달이 그렇게 좋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나쁘기만 하지도 않았다. 앞으로 서울 시민으로서 1~2년 동안 또 잘 살아보자. 여기서 조금씩 나의 몸집을 키워가서, 나중엔 정말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