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의 추억
어렸을 때는 비둘기를 싫어하는 어른들을 많이 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둘기가 더럽다고 싫어했기 때문에 나도 그들을 은연중에 더럽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항상 의문이 있었다. “정말 그럴까?”. 나는 비둘기들을 관찰했다. 리듬을 타듯 움직이는 조그만 목과 약간은 멍청한 듯한, 그래서 더 귀여운 몸짓. 어쩌면 저 녀석들은 어른들의 말처럼 그렇게 사악한 녀석들이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 시절 나는 친구와 학교 뒷 공터에서 한 비둘기와의 친분을 쌓곤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상당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뒷 공터에 자주 출몰하던 한 비둘기에게 우린 이름을 지어주었다. 제리(내가 키우는 강아지)동생 ‘대리’로. 같은 녀석이었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유독 멍청해보이면서 귀여운 고갯짓을 갖고 있던 녀석이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우리는 어김없이 뒷 공터로 나가 대리와 놀곤했다. 그 애를 놀래키기도 하고, 괜히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 대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같이 놀던 친구가 어느 길목에서 차에 치인 비둘기를 봤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이다. 그게 대리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니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대리는 내게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져도 된다는 용기를 주었고, 더럽고 사악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숨겨진 따스함과 순수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저 어딘가에서, 자유롭게 날갯짓하며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