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채워질 페이지
불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다음 장엔 무엇이 쓰여 있을까,
아니면 ‘그건 네 몫’이라며 빈 종이를 내밀까.
희로애락이 넘실대던 지난 장들을 돌아보며,
가득 찬 페이지라면
조금 더 신중히 밑줄을 긋고,
급히 읽다 놓친 행간을 다시 주워 담기를.
다시 읽게 되는 문장엔 모서리를 접어
내 마음을 변호하는데 쓰기를.
빈 페이지라면 겁내지 말고
한 손엔 어느 방향도 가리키지 않는 나침판을,
다른 손엔 펜을 쥐고 오늘을 기록하기를.
덜 요란하고, 더 견고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