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해내는 속마음
숲을 보면 이 모든 게 선물임을 알지만, 매일 그것을 상기하진 못하는 나는 오늘도 나무 한 그루가 된다.
올해의 절반, 또 그 절반이 지났다.
뿌리는 여러 번 썩었다가 다시 돋아났고, 봄에도 여름에도 꽃은 끝내 피지 못했다 (위로 삼아 스스로를 소나무라 가스라이팅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앞으로의 나이테에는 무엇이 기록될까.
뿌리는 몇 번 더 썩어야 하고, 비바람에 생채기가 나야 할까.
착잡한 마음을 잎사귀 틈으로 잔잔히 새어 나오는 햇살을 보며 달래 본다.
가지 끝에서 뿌리를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을 바라본다.
지나온 길과 가 보지 않은 길 사이, 강한 후회와 옅은 기대가 한데 섞이는 그 순간 떠오른 장면.
“두려워하지 마. 언젠가 겪어 내야 하고, 생각보다 자주 겪게 될 일이야.”
서럽게 우는 나를 다독여 주던, 내가 깊이 따르고 존경하는 분. 그땐 그 말이 내가 평생 새기고 갈 문장이 될 줄은 몰랐다.
솔직히,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함 앞에서 시도해 보기도 전에 그만두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다 그만두고 싶었고, 결국 포기했다.
이젠 안다, 시도하지 않은 것의 대가가 더 무겁다는 걸.
그래서 이겨 내고, 잘 살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의 나무는 어디까지 자랄까.
나는 한 그루로 머무를까, 아니면 언젠가 내가 그렸던 숲에 가까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