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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04. 2023

브런치 글쓰기

내가 할 수 있을까?

2번 만에 브런치 들어와서

혼자만의 글 쓰는 플랫폼이 생겨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첫 번째 지원에서  떨어지고 두 번째 재도전했을 때

아.. 이번에 떨어지면 나는 글재주 없는 사람이니  그만해야겠다 싶었는데..

웬걸

``합격을 축하합니다.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뭐지.. 나 이제 브런치에  글 쓸 수 있는 건가?

앗싸~~... 대학교 합격한 거보다 기분 좋은데.ㅎㅎㅎ


혼자서 주먹을 위로 추켜올리며 파이팅을 외치고 박수가 절로 나왔다.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은 묘한 성취감을 안겨주는 일이어서.

그게 시작인 줄도 모르고 이미 작가라도 된 양.

지금 생각하니 우습기 짝이 없다.


메일을 받은 후, `그럼 서랍에 저장된 글이라도 올릴까?`

서둘러 글을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서랍에 넣어둔  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글밥도 적고

다시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이 보이고..

자신감 급하강...


1주일을 그냥 흘려보냈다.

브런치에서  알람이 울려온다.

`작가님  저장된 글이 있어요.. 자신감을 내어 발행버튼을 누르세요~~`


아.. 어쩌지.. 저거 그대로 올려도 되나...

내 글을 올리지 못하는 동안에  다른 작가들의 글을 많이 훔쳐보았다.

글밥도 구성도.

묘사도 내용도...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잘 쓴 글을 보니 자존감이 곤두박질쳤다.


작가출신들이 넘쳐나는 이 공간에서   내가 과연 몇 개나 글을 올릴 수 있을까..

아.... 벌써 소재도 고갈된 것 같은 이 느낌 뭐지??

저장된 글 올리고 나면 이제 뭘 쓰지?


망설임은 더 길어지고 있었다.


책을 들고 작가들의 글을 머릿속에 새기며 내 글을 손 보고.

브런치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글들을 읽어보며 `아.. 이 정도 소재는 나도 있는데... 이렇게 쓰면 될라나??`


일단은 저장된 글 하나를 발행해 보았다.

즉각 알림이  울려왔다.

하나, 둘, 셋...

두 20개가 넘는 라이킷을 주시는 고마운 분들..

처음 오는 신참에게 응원의 라이킷을 날려주시는 분들은 구독자수도,

경력도 화려한 이미 작가인 분들이었다..


그래.. 뭐 첨이니까.. 이렇게 해보는 거야.


브런치에서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라고   선배님들이  응원도 해주시는데... 까짓 거.. 해보는 거야.~


이틀 뒤 저장 된 글 하나를 또 올렸다..

역시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고마운 작가님들

용기 내자.. 아자 아자!!!!


저장된 글이  없어져 가니 두려워졌다.

이제 뭘 쓰지?


우선은 벤치마킹을 해보자. 블로그처럼.

블로그 시작할 때 무턱대고 포스팅을 하기보다는

인플루언서나 맘에 드는 블로거들 글을 벤치마킹하라는  

조언을 많이 보았다.

유머스러운 글

정보가  가득한 글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에 대한 포스팅은

올리는 사진 수도 많을수록 좋고

주차 시설이나 반찬 가짓수

가격과 메뉴까지

내가 처음 가는 곳이니 초행길에 헤매지 않을 정도로 자세한 설명글을 적어라.

무조건 따라 했다.

정보글은 그나마 수월하게 적을 수 있었다.

내 생각 따위는 필요 없이 나열 식으로 적어가는 글이라

적는 시간도 양식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여행을 다녀오거나 맛집 방문 후엔  쓸거리들로 블로그는 넘쳐났다.

댓글이 날아오고 늘어나는 서로 이웃 신청으로 신이 났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쉽다니..

역시 여기저기 눈팅을 하다 보면  야!!! 나도~~


하지만 어느새 나의 포스팅은 매일 그렇고 그런 내용으로 남들 다 하는  재미없는 형식으로 고정되어

하나도 새로울 것도 읽을거리도 없는 평범한 보통의 블로그가 되어 있었다.


8개월, 블로그 글을 적으면서 거의 주 5회 이상 글을 올려 작성글은 많았지만

이글도 저글도 장소만 다를 뿐

똑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재미없는 글이 되어있었다.

물론 블로그 자체가 정보글이 주된 목적 중 하나이긴 하지만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서로  소통하며 성장하게 되는  목적을 가져도 되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들 때쯤,


``평온``블로거님

``호찌민댁 어썸 JJ``등

어떤 이끌림에 의해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남의 글을 모방하는 첫 단계를 지나

나만의 특상화된 블로그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남들과 똑같기만 해서는 커갈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은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잘 쓰려고 노력하지 말고 나의 글을 찾아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요구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두드린 게 브런치 작가였고

낙방을 거치며 입문하니

나를 성장시켜 줄 글을 쓰고 싶었다.


아직은 나를 아는 지인들에겐 보여주기 부끄러운 글이라 여겨져 링크 걸어 알리진 못했다.

딸이 알려달라고 해도 싫다고 했다.


내가 정말 `이 글을 네가 읽어 줬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이 공간은 나와 대화하듯 써가고 싶다.

어느 순간 이런 내가 자라 있음을 느끼게 되면

링크를 블로그에도 올리고 지인들에게 알려 라이킷 좀 쏴달라고 떼 쓸 작정이다.


글을 쓰면서 성장하는 나를 보는 첫 작업은 26년간 나를 자라게 해 준

부모님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나의 근원으로부터...


언니와 이런 얘기한 적이 있었다.

엄마의 환갑날

``우리 엄마, 아버지  정말 고생도 많으셨고 우리 키우며 소소한 잡음도 많았지.

난  걱정도 많이 끼쳤고.

언젠가는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

``하긴 살아온 인생이 드라마 아닌 경우가 어딨겠어? 언니 인생도 드라마 한 편 나오겠다.

다음에 한 번 써봐. 내가 독자 1호가 되어 줄게``


아버지의 팔순 때

카톡으로 보내주신

아버지의 스토리를 우리 딸 셋은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알고 있는 내용도 있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도 있어 조금은 놀랍기조차 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인 번영엔 그 시대를 살아낸 청년들의 노고가 절대적이었음은 익히 알고 있다.

그 일원이 우리 아버지였다는 걸 나는 가끔 잊어버린 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아버지의 고단한 뒷모습을 보며  아버지를 얘기해보고 싶었다.

당당하기만 한 우리 아버지들이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며  살아낸 그 인생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원동력을 거기서부터 찾고 싶었다.




매일매일 수많은 글들이 올라오는 브런치에서 다른 이들의 글을 읽어보고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삶을  알아가는 중이다.

가끔 댓글에서 이런 글을 본다..


글을 잘 쓰려면 무조건 써.

**작가는 하루 16 시간 이상을 글 쓰는 데 써.

 그 정도로 성실해야 내가 원하는 글 하나를 쓸 수 있어..


.. 가혹하다.

글쟁이들의 삶이라니...


물론 그런 경지의 글을 원하는 건 아니고 그렇게 할 체력도 없는 걸 잘 알기에

그런 댓글들은 그저 조용히 보고만 지나친다.

그런 글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받다가는 글 하나 올리기도 부끄러워질 것을 잘 알기에.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 **에 사는 누구인데요``

``너는 누구인가?``  ``나는 주부이고 두 아이의 엄마인데요``


라는 답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말하게 되는 과정이길 소망해 본다.



언젠가 지인들에게 나의 글을 알리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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