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Jan 08. 2024

아들과 유튜버

너도 여행 안 갈래?

코로나 시기에 여행 갈증은 유튜버를 통한 대리만족으로도 감사히 받아들이던 때가 있었다.

곽튜브, 여행가 J, 아재 여행, 차박차박, 영알남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자신이 가는 곳을 동행하자고 손짓했었다.


여행을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한국으로 가는 것도 막힌 상황이어서

비행기를 탄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었다.


엔데믹으로 유튜브 공간은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

 `저런 곳도 가나?`

싶을 만큼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각지에서 겪는 사연들을 가감 없이 올려주고 있다.


드 넓은 몽골 초원 위 게르에서

원주민이 건넨 아이락을 마시고도  인상을 구기지 않으며

구운 돌로 만든 음식을 스스럼없이 먹을 수 있는 열린 마음


중국 오지를 간 그는

원주민의 숙소에서 하루 밤 너끈히 잘 수 있는 비위를 가졌다.


유명 관광지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가

우리가 절대 접할 수  없을 듯한 곳에서  말하고 먹고 노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때면


정말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 부러웠고

언어가 되어서 부럽고

`그냥 떠나자` 가 되는 용기가 부러웠다.


요즘은 너무 유명해져 상업성이 더해진 유투버는 거르는 중이라

캡틴 따거노마드 션, 우리 연배인 아재가 보여주는 영상을 주로 보며  랜선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아재를 제외하면 거의가 청년들.

어찌 생각하면 한창 일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청년들이

영상을 찍으면서 세계일주를 하는 모습이 기성세대가 보기엔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정형화된 직장생활이 익숙한 우리들에게 그들의 자유분방한 시간들이 다소 모자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한 유튜버의 세계는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우리는 귀동냥으로 들어서 안다.

그런 수익적인 면을 차치하고서도 그들에게 부러움을 금할 수 없는 부분은


모든 걸 접고 떠날 수 있는 용기

자신의 삶을 여행을 통해 정립하고 재정립할 수 있는 패기가 아닐까!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과  인연을 맺고

그들의 삶을 경험하며

그들 깊숙이 들어가 서로 소통하는 모습은

내가 감히 흉내도 내어 볼 수 없는 모습이어서

부럽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대학 시절

우리의 로망은  유럽 배낭여행이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한 언어장벽과 부모님들의 걱정 때문에

자유로운 여행 흐름에 역행해 떠날 수 있는 자유를 허가받지 못했다.

극소수의 학생들이  다녀온 여행담은  전쟁 무용담처럼 큰 자랑거리이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래서 그들의  자유로운 여행기가 부러운지 모른다.

마음먹은 대로 , 언제가 되든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길을 나설 수 있는 젊음과 용기가 마냥 부럽다.


초창기에 자주 올라오던 영상의  단골 지역은 동남아였다.

저렴한 물가와 한국과 가까운 위치 탓에 그들이 나서기 수월했다.

베트남 , 태국,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너무 많은 영상들이 넘쳐 식상해질 때쯤

유럽 각 지역, 호주, 러시아 일대, 중동, 아프리카 까지..


그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 남극 빼고 다 다닐 심산이다.

그래서 보는 우리는 더 즐겁고 낯선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니 고맙기까지 하다.


영상 속의 그들을 보고 있으면 자주 아들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언어도 가능하고  , 여행을 간다면

엄마의 적극적인 지지도 받을 텐데.  

그 녀석은 대학 시절에도 대만 , 베트남 정도만 다녀올 만큼

여행엔 관심이 없었다.

장시간 비행은 사양한다는 말과 함께.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과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건물이나 먹거리 외에도,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으로 인해

갈등을 겪기도 ,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길 위의 인연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 하며 동행하는 재미를 느낄수도 있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그들에게 실망할 일도 의견대립으로 힘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홀로 또 같이`의 상황이 비일비재한 여행길에 생기는 우연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인생 자산을 축적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몽골을 여행하던  한 유튜버는 현지의 지인과 함께  몽골 깊숙이 들어가

몽골인들도 보기 힘든 유목민들과 시간을 보낸다.

어딜 둘러봐도 평원이라 몽골인들이 눈이 좋은 이유를  짐작케 한다.

유목민들의 숙소에서 그들의 전통 인사법을 배우고,

1년에 한 번 행해진다는 말에 낙인찍는 광경도 구경한다.

노마드 션 몽골 편


뜨겁게 달군 돌을  재료 사이에 넣어가며  독특하게 음식을 조리하는데 음식이 다 되고 나면

그 돌을 손 위에 올려 굴려댄다.

뜨거운 그 돌이 식을 때까지  손에서 왔다 갔다 하며 굴려주면 건강해진다는 믿음과 함께 ,

몇 마디의 몽골어에도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하늘 가득 수많은 별을 보며 맘씨 좋은 유목민들과 함께 하루 밤을 보낸 뒤,

도시로 돌아가기 전 그들에게 전해진 캔디와 라면 선물.

작지만 자신이 가진 전투식량(?)을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많은 소수민족이 존재하는 중국 어느 지역,

우리가 들어본 적도 없는 오지마을에선 ,

매일 집 안 곳곳에 향을 피우고 제단에 종이돈과 술을  올린다.

화로에 불을 올려 감자도 굽고 손님을 위한 버터차를 정성껏 만들어 내주며

산골마을이라 먹을게 이것뿐이라며 미안해한다.

캡틴 따거 중국오지편


저녁 무렵 , 손님을 위해 닭을 잡는 풍습대로 닭요리를 올려 대접하고

함께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기도 하고 두런두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밤이 깊어간다.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길, 길을 안내해 준 산골 청년과  함께 전하는 작은 소망.

산골청년의 여행에 대한 꿈 이야기를 뒤로하며 그는 도시로 돌아온다.


순박한 사람들, 정이 넘치는 사람들과

짧은 인연을 길고 긴 인연으로 만들며 영상은 계속된다.


그는 지저분한 침구와  비위생적인 음식을 마다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정성껏 듣고 자신의 얘기를 주고받는다.


곳곳에서 사람다움이 묻어 나오고

저렇게 험난한 지역에서도 촌락을 이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좁은 시각만을 가진 내가, 한순간 가진 것을 뻐기고  못 가졌다고 원망 아닌 원망을 품고 지내온

내 시간들이 미안해진다.

간접경험이지만 그들이 보내주는 메시지에  나는 그다음 편도 기다려지고

또 다른 나라에 대한  기대감을 멈출 수가 없다.



무엇이 진정한 행복의 길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는 것은

새로운 기억을 통해 나의 뇌에 강렬한 자취를 남기게 된다고 한다.

흔히 봐오던  주변을 벗어나면 어려운 일을 겪거나 낭패를 당해도,

즐겁거나 감사한 일도 새로운 기억으로  머릿속에 남아

그 기억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평생의 자산이 될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만들어 가는 여행.


이처럼 여행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새로운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감성을 아들은 외면하고 있다.


개인취향 문제라 더 이상 말은 안 했지만

젊어서 가능한

젊은이들만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소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들에 대비되는 아들의 모습이 못마땅하지만

아들에게 내가 바라는 모습은 어쩌면 ,

내가 하지 못하는 걸 아들에게  덧씌워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부모가 못다 이룬 꿈을 아이에게 투영해 요구하게 될 때  부모 자식 간 불화를 만들기도 하는데 ,

나의 소극적인 행동을 못마땅해하듯 아들의 소극성도 보기 싫은 마음작용 때문인 듯하다.


오늘도 중국으로 , 뉴질랜드로 떠나 유려한 말솜씨로 그 지역민들과 대화하고

저렴한 숙소를 마다하지 않고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간다.

결코 육각형인간형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와 부합하지 않는

생계형 유튜버들이지만

그들의 한 순간 한 순간이

과시하지 않고 `내가 난데`라는 SNS 속 인물들이 아니라 더 정이 간다.

하지만 그 길 위에 내 아들도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이제는 살짝 내려놓아야 하지 않나 싶다.

아들은 아들의 인생이 있고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는 그 누구도 말할 수 없으니

나의 생각을 그 누구에게 강요하는 어리석음은,  학생 때를 끝으로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자유로운 영혼의 그들을 보며

내 아들의 자유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배움을 얻었으니

내 소중한 시간(유튜브로 소비되는 시간 )은  오늘도 잘 지켜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