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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an 10. 2024

길 위를 걷는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

아이들의 신나는 목소리

놀이터에 가면 항상 있다.

아이들과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



내가 어렸을 때는

미끄럼틀이나 그네는 학교 운동장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차례대로 타는 그네는 혼자 타는 법이 없다. 한 명은 앉고 한 명은 일어서서 열심히 그네를 굴렸다.

엉덩이가 반질거릴 때까지 미끄럼도 탔다.

정글짐을 오르내리고 철봉에 매달려  세상을 거꾸로 보기도 하고......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도 한참 동안을 아이들은 집에 돌아갈 생각을 않고

모래 놀이를 하고 뜀박질을 뛰고 놀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전에

한 무리의 아이들은 20분 넘게 걸리는 길을 함께 걸어 집으로 간다.

더우면 문방구에서 파는 뻥튀기 아이스크림도 먹고(뻥튀기 안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넣은 것)

추우면 호빵도 사 먹으며 그 시절을 함께 보냈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한길을 막아서며 긴 하굣길을 함께 했다.


가방이며 옷가지에 잔뜩 묻은 모래를 안고 집안으로 곧장 들어가는 일은 없다.

깔끔했던 엄마는 몸에 묻은 모래를 다 털기 전엔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비라도 맞고 오는 날이면

까치발을 들고 목욕탕으로 직행해서 비에 젖은 다리를 잘 씻어야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초등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는 일상을 함께하며 집과 학교를 오갔다.

50원짜리 간식이라도 , 사탕 하나라도 나눠먹을 수 있으면 그 길이  그만큼 더 즐거웠다.





학교 교문 앞에는 학원차량, 픽업하러 온 엄마들의 승용차들로 하교 시간이 번잡하다.

걸어서 집으로 가는 아이들도 근처 아파트까지 5분 이내면 가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다.


커버린 내가 보는 길 위에 우리 아이들은 없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도, 흔한 미끄럼틀을 가진 아파트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울림은 줄어버렸다.




 언니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유치원 셔틀을 태우지 않고

걸어 유치원을 보낸 적이 있다.

혹시나 해서 뒤를 따라가며.


아이 걸음이라 느리고

곧바로 유치원 가는 길로 향하지도  않는다.

여기 돌멩이도 집어보고

저기 꽃도 꺾어가며

주저앉았다 일어서길 반복해

지루한 길을 걸어가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쪼그리고 앉아

개미가 가는 길을 눈으로 따라가며


``개미 입에 먹이가 있었어, 엄마``

아이는 한껏 기분이 좋아 자신이 본 것을 자랑한다.


``개미 가는 길을 막았더니

막 흩어지는데

좀 있으니까  다시 줄지어 갔어, 엄마.``

``개미는 제 갈길 가는데 왜 막았을까``

``그냥 재밌잖아.``

``개미는 재밌을까?``

``ㅎㅎㅎㅎ``

무용담이라도 늘어놓듯 재잘대다 웃고만다.


``개미 따라가 봤는데 흙속에 구멍이 있었어,,, 근데 근데  거기서  계속 개미가 나와, 엄마``

손으로 개미떼가 길게 줄지어가는 모습을 그려가며 아이는 신이 난다.



비 오는 날엔

``지렁이가 땅 위에서 꿈틀꿈틀거리는데

 이쁜 분홍이 아니고 다리도 없고 너무 징그러워, 엄마.!``

몸을 뒤틀며 진저리를 치는 아이를 보며 언니는 웃고 만다.


``저번에 본 꽃은 노랑이었는데 오늘 본건 하얀색이야.``

``  조약돌 너무 반질거리지? 이거 책상 위에 장식하려고 가져왔어. 자 선물! ``

작은 고사리 손에 들린 조약돌을 엄마에게 주려고 얼마나 만지작 거렸을까.


가을엔

``엄마, 단풍잎이 길에 많이 떨어져 있어, 우리 책갈피 만들자.

유치원 선생님이  책 사이에 끼워두면 잘 마른다고 하셨어, 엄마``



갈 때마다  재밌는 게 많다며

재잘대더라 는 얘기였다..



차를 탔으면 몰랐을 화단에 핀 꽃송이들



돌멩이 하나,

보도블록의 생김새,

비가 와 생긴 웅덩이를 참방거리며 걸어가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고 했다.

책을 들고 와 잎사귀를  하나씩 집어넣는 작은 손에 내일은 무엇이 들려올까.

은연중에 기대감이 들더라는 말을 덧붙이며.




아이들이 사는 방식도 세월 따라 많이 달라져서

길 위에 흙을 밟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산책을 가고

산과 들에 가야만 손에 , 발에 닿을 수 있는 지금


차창 밖을 통해서만 보는 화단의 꽃과 나무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을 가져다줄까.




아이들이 걸어갈 때

기다려주지 못하는 엄마의 인내심

여기 학원도 가야 하고

저기 수영장도 가야 하고

내일은 스피치학원

모레는 바이올린 학원


우리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하루에도 몇 가지씩 해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길 위에서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우리 아이들은 차에 뺏기고

학원에 빼앗겨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건 아닐까.


느릿느릿한 걸음의 여유를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길 위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모습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

우리 아이가

작은 손으로 엄마에게 준 선물 같은 은행잎을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도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네 인생도

우리가 목적지에  우회하지 않고 직진만 한다면 볼 수 없는 것들을

그 길 위에서 만나게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며

때로는 지쳐 주저앉길 반복하고

웅덩이를 뛰어넘는 아이처럼  뛰어넘기도 하며

목적지에 데려다줄 것이다.



많은 길을 걷고 불필요하게 우회한 그 길은,

그 길에서 만난 인연과 소중한 추억들을  주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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