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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27. 2023

베트남 사이공스퀘어

베트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차들 사이를 질주하는 수많은 오토바이로 혼돈의 카오스를 불러오는 도로

짝퉁이 판을 치는 일명 `짝퉁 천국`

아오자이 입은 날씬한 베트남 여자들

드넓은 논 위에 롱을 쓰고 일하는 베트남 농부들.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개인의 사유재산이 어느 정도 보장돼

한국 사람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는 동남아의 한 국가.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릴 만큼 우리나라 최애의 여행국이다.


한국에서 5시간만 비행기를 타면 도착할 정도로 가까우며 음식도 맛있고

물가도 저렴한 베트남.


그 나라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가끔은 극한을 달리다가도

요즘 같은 엔데믹 시기엔 많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중이다.


호찌민은 다른 곳과 달리 크게 볼 것이 없다고 인식이 되어 있어서인지

관광을 위해서는 들를만한 곳은 아니지만

골프 붐을 등에 업고

골프투어를 오거나

명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짝퉁 천국으로 인식돼 싹쓸이 쇼핑을  위해 들르곤 한다.


현지 거주민들 또한 한국 방문 시 베트남 특산물도 준비하지만

저렴히 구할 수 있는 이미테이션 제품을 선물목록에 추가하기도 한다.

사이공 스퀘어

TAKA PLAZA

벤탄 마켓

러시안 마켓

호찌민에서 볼 수 있는 큰 시장들이다.

그중에 성지는 단연 사이공 스퀘어인데

예전에 비해선 판매 구성품도 많이 바뀌고

가격에 있어서 , 예전 가격을 아는 우리에겐 `뜨악`하게 되는 놀라운 물가를 보여준다.


초기엔 명품 카피물건은 종류가 많지 않았고  선물용으로 제일 인기가 많았던 건 `키플링 가방`이었다.

학생들 백팩으로

어머니 손가방으로 가볍고 질긴 키플링 가방을 한 사람당 20개 정도는

너끈히 구매해도 12~13만 원 선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우리 사이에선

카피제품이지만 가방천은 진퉁이다.

지퍼를 보면 진품 유무를 알 수 있다.

등등 나름의 판별법을 공유하며

저렴한 가방 소비를 즐겼다.


키플링의 시간은  길지 않아 5년 정도의 인기로 끝이 나고

점점 고가의 가방들이 중국에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피의 큰 시장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건들은 질도 다르고 종류도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베트남  현지 공장을 통해 코치며 토리버치 오리지널 제품이 유통된다는 소문이 돌아 ,

키플링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제품 구매에 지갑을 열곤 했다.


겨울에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꼭 들르던 곳이 러시안 마켓이었는데.

여기서도 보물 찾기는 이어졌다.

특히, 이곳은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찾아 방한복을 구매해 간다고 해서 이름도

``러시안 마켓``이란 소문을 전해 들었는데

쌓여 있는 옷들 사이로 파란 눈의 백인들이 자주 보이긴 했다.

스키복이며 겨울 패딩이 3,4만 원대로 판매되었는데,

1박 2일 멤버 중 강호동이 입어 유명해진 노스페이스 빨간 잠바가 불티나게 팔렸고

겨울 스키를 위해  스키복도 많이들 구매했었다.


유행 따라 가게마다 걸리는 제품도 다양하게 채워졌는데

코로나 전, 베트남이 한국인뿐 아니라 여행객들의 성지가 되어가면서

루이*통, 샤*,디* 등

고가의 카피물건들이 즐비하게 가게를 점령해 나가기 시작했다.

베트남 스타일의 옷을 판매하던 곳이나 키플링 가방을 팔던 가게들이 하나둘 사라지며

명품 가방  ,*클레어 패딩,*톤 아일랜드,*버리 등

잘 나가는 명품  브랜드의  의류 매장, 가방매장들이  늘어났었다.

장사가  잘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 판로를 통해 물건을 들여오면서

카피 제품의 질도 훨씬 좋아지고 단가도 점점 올라갔다.

그때부터 싼 값에 카피 제품 사는 재미로 시장을 찾던  한인들에겐 쇼핑의 재미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렴하게

보물찾기 하듯  

실상은 오리지널 제품을 본 적도 없었지만,

누구누구가 그러는데~~ 로 시전한

진퉁과 짝퉁의  차이점을 나열해 가며

흥정에 흥정을 거듭해 조금이라도 싸게 사면 그날은 택시비만큼 아꼈다며 자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거주민보다 여행객들에게 호의적인 시장이 되어갔다.


지갑을 서서히 닫게 되는 이유가 되긴 해도

두 개 살 거 하나를 사더라도 값비싼 명품 대용으로 구매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다들 문을 닫아걸면서 여행이 금지되고 그 여파로  장사가 어려워진

카피 매장들은 높은 임대료로 인해 사라져 갔다.

지금도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때의 모습이 남아있다.

문을 열어둬도 찾는 사람이 없는 시장엔 불 꺼진 채 몇몇 점포만 힘겨운 생존을 이어갔다.


바이러스에 굴복하는 가 싶던 인간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금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긴 시간이 흘렀기에 살아남은 자와 사라진 자들의 경계는 확실해졌다.


엔데믹으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자

매장엔 골프 의류들로 채워지기 사작했다.

코로나 시기에  불었던 골프붐으로 많은 이들이 투어를 와서는

고가의 골프 의류들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다.

G-FORE, PXG, Titlelist, Malbone 등

한국에선 한 장에 몇 십만 원을 호가한다는 고가의 제품들이 저렴하게 매달려있다.

주렁주렁~

달려 있을 땐 별 볼일 없던 옷들도 필드에 가면 빛을 발한다고 지인들이 알려준다.


하지만

코로나 인플레이션은 여기서도 통하니

코로나 전과 후, 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


지난주 찾았던 사이공 스퀘어는

예전의 북적이던 그 모습을 다시 되찾았다.

좁은 통로마다 사람들 물결이라

지금 같은 연말이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얼마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거래처 회장 가족이  공장을 방문했는데

갑부인 그들도 카피 제품을 쓸어갔다는 후문이다.

사이공의 카피 시장은  연말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딸아이는 패션을 전공하는 패션학도이다.

지인들과 쇼핑을 갔다 마음에 드는 게 있어 나이키 트레이닝 복, 에르메스반지,

몽클레어 패딩등을 샀다.

주변에서 이쁘다고 부추기며 너도 나도 사는 바람에

딸의 까칠한  성미를 잠시 잊고 있었다.


``너 줄려고 샀어. 한국 갈떄 가져갈게.

혹시 지갑은 필요 없니?``

``엄마, 딸이 패션디자인 전공인데,,

그런 거 하겠어? 디자인 카피는 범죄야, 엄마.. 엄마도 이제 그만 사!``

`` 뭐 , 어때, 재미로 사는 건데,

이 번 것만 써. 산 게 아깝잖아.

팔려고 사는 것도 아닌데 그것도 안돼?``

``응, 안돼.``


질색을 한다.

디자이너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제품들을 카피로 도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단다.

맞는 말이다. 그들의 노력이 물거품 되고

창작에 대한  노력을 헛되게 한다.

백번 인정하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소유욕은  끝이 없고

돈은 한계가 있고

누리고 뽐내고 싶은 마음은  커져만 가고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카피시장의 세계에 나는 살고 있다.


한국에 살 때, 부산의 부평동 깡통시장에 가면 카피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전혀 저렴하지 않았지만 정품보다는 훨씬 싸게  티셔츠를 샀고 , 구두를 샀다.

단속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단속이 뜰 때면 상인들은 귀신같이 정보를 입수해 매대 정리를 하고 물건을 교체했다.



그런 규제가 풀려버린 ,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눈감고 용인되는

카피 시장.

이곳 베트남에도 단속의 칼날이 뻗어가고 있다.

올 초 시장이 재개장하여 지인들과 오랜만에 들렀다가 사이공스퀘어의 낯선 모습에 놀랐던 적이 있었다.

단속이 떠서 가게마다 카피 물건을 숨기고 후줄근한  베트남 옷들만 내놓고, 가게 문을  반만 열어 둔 채 영업을 하거나, 살짝 물어보면 따라오라며 조심스레 물건을  보여주든지  아예 문을 닫아 버린 점포들이 많았었다.


오래간만에 들러 물건을 구매하러 간 우리에게 이런 풍경은 아주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그렇지.

카피 제품은 나라마다 엄격한 관리하에 철저한 규제를 동반한다.

우리 공장제품의 경우에도 혹시나 풀린 제품을 본사 직원이 본다면 컴플레인이 바로 들어온다.

지금까지는 용인되었던 시장이었지만 베트남도 이젠  규제의  칼을 빼드는구나 싶었다.

나라가 발전하는 만큼 책임감도  가지게 되니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 어둠의 통로만이 남겠구나 싶은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


건전한 창조할동을 저해하는 카피 제품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질도 떨어져 오리지널 제품에 비해 가성비가 크게 좋은 것만도 아니다.

그럼에도

문화공간이나

가볼 만한 장소등이 부족한 이곳에서

그나마 구경거리를 주고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던

시장이 설 곳을 잃어간다니

미련은 남는다.

딸아이에개는 말 할 수 없는 속내이지만.


값비싼 명품 못 사는 엄마에겐 즐거움이야!!!


**이런 카피 선호글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문제시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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