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엄마의 책임감

엄마는 아빠 만난 지 얼마 만에 빨개벗었어?

by 가득

잠을 자기 전 2호가 아무렇지 않게 묻는다.

ㅡ엄마, 엄마는 아빠 만난 지 얼마 만에 빨개벗었어?


흐억. 당황스러웠다. 이 구체적이고 기발한 질문은 또 뭐지 싶었다.

아이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 무슨 생각까지 하는 걸까.


ㅡ너는 언제부터 엄마 앞에서 빨개벗었어?

ㅡ나는 태어날 때부터지. 엄마한테서 태어났으니까.

ㅡ그럼 엄마는 언제부터 너 앞에서 빨개벗었지?

ㅡ그건...... 나 태어날 때부터?


아이의 순수하고 발칙한 질문에 진지해진다. 아이에게 짝짓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우며 위대한 일인지에 대해 일장연설을 시작한다. 성에 대해 이야기는 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니 당황하여 상기된 얼굴로 횡설수설한 것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ㅡ2호야. 인간과 동물이 다른 게 뭐야? 그치. 인간은 말을 하고, 도구를 이용하고, 상상한 것을 만들어내고, 세상을 변화시키지. 부끄러운 걸 알아서 옷도 입고 다니고 말이야. 너 옷 입고 다니는 동물 봤어?


ㅡ너 먹는 거 좋아하지? 먹는 걸 싫어해서 안 먹으면 어떻게 돼? 굶으면 죽겠지? 그러니까 신은 먹는 게 맛있고 좋게 느끼게 만든 거야. 계속 먹어야 사니까.


ㅡ그럼 짝짓기 하는 거는 즐거워야 해 아니어야 해. 재미없어 봐. 누가 짝짓기를 하겠어. 아무도 짝짓기를 안 하면 어떻게 되겠어. 그렇지 모든 생명체가 멸종되겠지. 모든 생명체는 어? 종족보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는 거야. 너 러브버그 봤어 안 봤어? 어제 우리 차 안에서 러브버그한테 포위됐었잖아. 아빠옷에 붙어서 우리 집까지 따라왔잖아. 걔네도 다 종족보존하려고 그러는 거야.


ㅡ근데 응? 러브버그가 서로 사랑해서 짝짓기 하는 거야? 아니잖아. 사람도 러브버그처럼 즐겁다고 아무나랑 짝짓기 해야 할까? 너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고 했지. 네가 자라서 너의 가정을 만들겠지.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면 어떡해야 하지?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너희를 닮은 아가들을 낳아서 예쁘게 살면 행복하겠지. 그러려면 네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짝짓기를 해서 아기가 생기면 어떡할 거야?


ㅡ네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서, 이 여자가 내 부인이 되면 좋겠다, 내 아이의 엄마가 되면 좋겠다, 이 여자와 가족이 되어 평생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조심스럽게 짝짓기를 하는 거야.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아이에게 묻는다.

ㅡ2호야, 어젯밤 네가 질문했을 때 엄마가 한 얘기 기억나? 무슨 얘기했지?

졸린 눈을 부비며 말한다.

ㅡ결혼 얘기


음흉한 눈으로 으흐흐 웃지 않음이 다행이다. 질문에 대해 미리 준비 못한 대답을 결혼으로 들었다니 다행이다.


점점 머리가 커가는 아이, 다음엔 또 무슨 질문을 할까. 이제는 본격적으로 성교육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잘 모르는 아이들끼리 이상한 환상을 키우고, 왜곡된 정보에 물들어버릴까 두렵다. 그 전에 내가 먼저, 최대한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성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들을 무책임한 남자로, 나쁜 남자로 키우지 않겠다는 다짐은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더 무겁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배워야 한다. 성에 대해, 관계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에 대해. 내가 먼저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렇게도 벅차다. 하나를 가르치면 또 다른 열 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엄마는 끝없이 배우고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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