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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컹리 Dec 19. 2018

아마존 미래전략 2022

#99 다나카 미치아키 [아마존 미래전략 2022]


p.49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라면 기존 사업 영역에 자기 잠식이 생겨도 망설이지 않는다.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Kindle이 좋은 사례다. 전자책 서비스는 아마존 창업 이래 이어져온 온라인 서점 비즈니스와 자기 잠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베조스는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킨들이라는 파괴적 혁신을 만들어냈다. 베조스는 기존에 도서 부문을 담당하던 간부를 디지털 부문으로 발령한 뒤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임무는 여태껏 쌓아올린 사업을 죽이는 것일세. 종이책을 파는 모든 사람들을 실직자로 만들 것처럼 디지털 사업을 진행하게." (브래드 스톤,《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이미 플랫폼과 생태계라는 구상을 추진해온 것도 마찬가지로 혁신이라는 맥락에서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원래 자사 서비스를 위해 개발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타사가 이용할 수 있게끔 개방한 것이다. 아마존 에코에 탑재된 음성인식 AI 아마존 알렉사는 서드파티 제조사가 알렉사 탑재 제품을 만들 수 있게끔 개발 도구를 공개하고 있다.

   자사의 시스템이나 기술을 개방하는 정책은 혁신을 일으키는 양날의 검이다. 다른 회사가 모방함으로써 경쟁 우위성을 빼앗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를 경쟁에 노출시키고 있다. 베조스는 경쟁 속에서 파괴적 혁신이 생겨나기를 기대한 것이다.





p.54

사용자 경험을 가장 우선시한다

   특히 아마존의 경쟁 우위성은 철저한 고객 중심주의에 깃들어 있다. 아마존은 사용자 경험(고객의 경험 가치)을 높일 목적으로 빅데이터와 AI라는 수단을 채택했고 결과적으로 높은 경쟁 우위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즉 고객을 더욱 잘 알아야 사용자 경험이 향상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고객을 알기 위한 수단으로 빅데이터와 AI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사용자 경험이란 제품과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총칭으로, 줄여서 UX라고도 한다. 사용자 경험에는 '사용하기 쉽다', '즐겁다', '알기 쉽다'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서비스의 기능이 좋은 것만으로는 타사와 차별화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요소가 바로 사용자 경험이다. 아무리 서비스의 기능이 좋아도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다면, 사용자는 기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용하기 편하고 기분이 좋은 서비스로 갈아타게 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사용자가 서비스에 기대하는 사용자 경험의 수준은 한껏 높아져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된 주위의 사례를 찾아보자.

   즉각 반응하는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은 앱이 몇 초만 버벅거려도 스트레스가 크다. 이제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와 똑같은 쾌적함과 편안함을 테크놀로지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아마존은 우리의 이런 요구에 정면으로 응답하려는 기업이다. 아마존닷컷만 해도 찾고, 보고, 검색하고, 고르고, 구입하고, 물건을 받아보고, 사용하는 과정이 어려움 없이 물흐르듯 디자인되어 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에 대한 집착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에서는 사용자 경험이야말로 최상위 개념이다(냅킨에 적은 비즈니스 모델 순환도에는 사용자 경험이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제시된다).

   경역학 분야에서는 킨들을 좋은 사례로 다룬다. 킨들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을 석권하기 전에는 소니 등 여러 회사가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누구도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 선행자 이익만 좇은 나머지 사용자 경험 수준이 낮은 단계에서 출시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어땠을까? 베조스는 킨들의 성능을 놓고 개발진에게 실로 까다로운 조건을 던졌다. 예를 들어 책을 일단 읽기 시작했다면 기기 존재 자체를 잊어버릴 정도로 자연스러운 조작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운로드에 발생하는 데이터 요금을 사용자에게 요구하지 않아야 하며, 킨들 발매까지 10만 권의 책을 다운로드 가능한 상태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기기의 완성도와 콘텐츠의 양이 충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단계에서 출시함으로써 킨들은 전자책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다.

   아마존의 고객 중심주의는 사용자 경험과 직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 경험 수준이 낮은 상품은 결코 시장에 투입하지 않는다.



p.70

   지금까지 여러 기업의 컨설팅 업무를 해오면서 느낀 점은 대기업을 이끄는 창업자나 경영자에게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은 매사를 철저하게 끝까지 해낸다는 점이다. 그들의 철저함을 보면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통해 '성공의 비결은 초장기적인 비전과 작은 노력의 축적'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노력이라 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길바닥에 압정이 깔려 있어도 망설임 없이 그 위를 계속 걸어갈 정도의 노력이다. (중략)

   수십 년 동안 거대한 목표를 추구하면서 매사에 철저하기까지 하다니 분명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베조스는 그렇게 한다. 혁신가라고 불리는 오다 노부나가 혹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부류일 것이다.



p.84

아마존 고와 스마트 세계

   어째서 아마존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것일까? 여기서는 아마존 고를 전개하는 이유와 홀푸드를 인수한 이유를 개별 사례로 살펴보자.

   우선 아마존 고를 전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존이 이제까지 쌓아온 테크놀로지와 지식을 집대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무인 편의점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 편의점에서 사용되는 시스템 자체를 소매ㆍ유통 분야의 생태계로 활용할 목적이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스마트 세계 전개에 대한 준비라는 노림수도 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스마트 홈을 담당하는 것이 아마존 에코에 알렉사이며, 스마트 숍을 담당하는 것이 아마존 고에 해당한다. 이렇게 배양한 지식은 앞으로 찾아올 스마트 오피스와 스마트 시티 시대에 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구매 빈도가 높은 신선식품에 진출하려는 목적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 입장에서 구매 빈도는 매출 방정식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 인자다. 신선작품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구매 빈도가 가장 높은 분야인 반면, 인터넷 판매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분야, 혹은 최후의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아마존은 호시탐탐 신선식품 시장을 노리고 있었다.

   홀푸드를 인수함으로써 향후 아마존은 사이트에서 신선한 유기농 식재료를 본격적으로 취급할 것이다. 기존에도 아마존은 아마존 프레시라는 프라임 회원용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었다. 다만 소비자가 신선식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습관이 아직 자리 잡고 있지 않은 데다 서비스 지역도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였다.

   그러나 홀푸드 인수와 함께 수백여 곳이나 되는 홀푸드의 점포망이 즉시 아마존 프레시의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장차 신선식품의 재고나 배달 서비스 등 공급망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할 물류 거점 및 창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p.88

   앞서 생태계와 플랫폼이라는 비슷한 용어가 나왔으니 차이점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생태계란 플랫폼을 토대로 하는 비즈니스상의 산업 구조를 나타내는 말이다. 아마존의 비즈니스에서는 아마존 에코가 플랫폼이 되고, 아마존 알렉사가 다양한 상품ㆍ서비스ㆍ콘텐츠를 외부에서 들여와 광범위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 홈 영역부터 아마존 웹 서비스가 장악하고 있는 광범위한 법인 고객망, 나아가 자율주행 자동차 영역에 이르기까지 아마존 알렉사 경제권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형성했다. 상품이나 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많은 기업과 아마존 사이에는 견고한 협력 관계와 상호 의존 관계가 구축되어 상승적ㆍ자율적ㆍ연쇄적으로 확대하는 관계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생태계다.

   어째서 아마존은 생태계와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일까? 정답은 명쾌하다. 여러 파트너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타사를 압도하는 서비스 품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 고객 수에 비례해 방대한 양의 정보(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즉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태계와 플랫폼의 참여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시너지 효과는 높아지고 참여자가 누리는 혜택은 커진다.



p.118

   본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빅데이터가 무엇인지에 관해서 정리해보자. 빅데이터는 글자 그대로 '거대한 데이터'라는 의미가 들어 있지만, 여기에 다양성Variery, 양Volume, 실시간성Velocity 라는 세 가지 'V'의 특징이 더해진다.

   데이터의 정확성, 데이터의 신선도, 데이터의 커버리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0.1인 세그먼테이션으로 연결하려면 실시간 데이터, 즉 신선도가 높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중략)

   일괄 처리하는 개인 특정 정보는 <사람을 위한 데이터>에서 설명하는 일대일 마케팅에 활용되고, 실시간 개인 특정 정보는 마찬가지로 01 마케팅에 활용된다. 아마존이든 애플이나 구글이든 현 단계에서는 개인을 특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고객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세부적으로 파악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빅데이터 사용 방식에는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이 있다. 전자는 수백만 명 혹은 수천만 명과 같이 거대한 모집단 중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후자는 축적된 고객 한 사람의 행동 이력 데이터 중에서 그 사람의 행동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양쪽 모두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일정한 패턴을 발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패턴을 찾는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 개개인의 세그먼테이션에 활용하거나 혹은 통계적ㆍ확률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데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기존의 데이터 분석과 무엇이 다를까? 양쪽의 차이는 데이터의 양과 데이터 분석 수단인 AI에서 생겨난다.

   빅데이터 시대가 오기 전에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 자체가 어려웠다. 수천 명 분량의 데이터를 취득했다고 해도 그것은 모집단의 샘플링에 불과했으며, 거기서부터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서 모집단을 추산하는 작업이 따로 필요했다.

   그러나 빅데이터 시대에 접어들면서 데이터를 분석할 때 모집단의 데이터 자체를 통째로 집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가설 검증과 추산이 불필요하다.



p.171

   스위스의 경제학자이자 세계 경제 포럼(다보스 포럼)의 창시자이기도 한 클라우스 슈밥 박사는 2016년 1월 개최된 다보스 포럼에서 <일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AI, 로봇 기술, 바이오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5년 이내에 약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중략)

   예를 들어 IBM의 왓슨이라는 AI형 컴퓨터는 의료 기관에 도입되어 진단과 치료 계획에 활용되고 있다. 법률 분야에서는 재판 전 준비에 컴퓨터가 사용됨으로써 변호사 비서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사실 지적인 업무일수록 AI에 빼앗기기 쉽고 어중간한 전문성만으로는 통용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확실한 미션과 어중간한 전문성만으로는 통용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확실한 미션과 비전 없이 그저 막연하게 업무를 한다면 언젠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기 쉽다.

   반면 제4차 산업혁명의 긍정적인 면은 불확실성을 높여 개개인에게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예전이었다면 벤처 기업이 로켓을 쏘아 올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단 한 사람이 세계 100개국에 물건을 파는 일 또한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두 테크놀로지와 인터넷의 발달에 의한 수혜다.

   사실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일수록 사물인터넷이 매우 효과적이다. 장인의 기술에 테크놀로지를 접목하면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자국의 기술ㆍ서비스를 확장시킬 수 있다. 지금껏 기회를 잡지 못했던 중소기업이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도 있다.



p.188

2. 절차화에 대한 거부

   기업이 비대해지고 조직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업무는 규칙화하고 절차화한다. 동시에 효율화를 진전시키므로 일반적으로는 장려되는 경향이 있지만 베조스는 이를 경계한다.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젊은 리더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자주 들었습니다."

   베조스가 절차화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차화가 진정한 고객지향에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와 고객 조사는 고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것은 고객의 평균적인 정보에 불과하다.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수한 개발자와 기획자는 고객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며 직감을 발휘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그들은 조사만으로 평균적인 정보를 얻기보다는 고객이 실제로 전하는 많은 이야기를 학습하려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p.189

4.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

   이것은 아마존이 대기업병을 회피하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하는 항목이다. 베조스는 연간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데이 투 회사의 의사결정은 느립니다. 데이 원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질 높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창업한 지 얼마 안 되어 대응이 재빠른 벤처 기업이면 몰라도 대기업에서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현상을 불가피하다. 따라서 아마존에서는 의사결정의 네 가지 규칙을 정해두고 있다.

   [규칙 1] 의사결정 방식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의사결정에는 돌이킬 수 있는 것과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있다. 돌이킬 수 있는 사안은 실패할 가능성을 포함해 점진적으로 결정하고, 돌이킬 수 없는 사안은 깊이 있게 논의하는 방침을 취한다. 베조스 입장에서는 사소한 의사결정은 구성원에게 맡기고 중요한 의사결정만 자신이 관여하겠다는 태도 표명이다.

   [규칙 2] 70퍼센트의 정보로 의사결정을 한다. 정보가 모일수록 의사결정의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100퍼센트의 정보를 모으려고 하면 시간만 흘러갈 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70퍼센트 정도 정보가 모인 시점에 의사결정을 하고 결론을 내린다. 베조스는 궤도 수정만 잘 되면 뭔가 잘못되더라도 복구 비용이 크지 않고 오히려 결정이 늦어질 때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고 말한다. 다만 아마존에서의 70퍼센트의 정보가 얼마만큼의 정보량인지는 짐작이 쉽지 않다. 일반적인 회사의 10퍼센트 이상에 해당하는 정보라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세계 제일의  IT 기업 입장에서의 70퍼센트라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규칙 3] 반대하고 받아들인다. 내용은 앞서 설명한 대로다.

   [규칙 4] 부서 간의 이해 대립을 받아들인다. 팀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있어 논의해도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때는 논의만 되풀이해서 피폐해지기 전에 상부에 판단을 맡기라고 보고서에 적혀 있다.

   베조스는 의사결정을 명쾌하게 두 가지로 분류했듯이 부서 간의 조정 역시 두 가지로 분류한다. 부서 간의 이해 대립에서 생기는 의견 차이는 부서 차원에서 조정이 어렵다고 정의하고 신속히 상부에 판단을 맡기라고 한다. 경영자인 자신이 관여해야 할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명확히 규정하고, 관여해야 할 사안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사안은 현장에 맡긴다. 이것이 바로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의 비결이다.

   대기업병을 예방하고 항상 데이 원 상태로 남겠다는 베조스의 집착 역시 예사스러운 것은 아니다.



p.230

   에브리싱 스토어와 에브리싱 컴퍼니로서 아마존의 지위는 언뜻 대단히 견고한 것 같지만 낮은 평가 순위를 보면 칭찬받는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마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주된 비판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국가 차원을 넘어선 영향력이다. 소매 사업과 물류 사업이야 그렇다 쳐도 우주 사업과 기타 각종 인프라 정비는 본래 국가가 맡아야 할 역할이라는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진화함에 따라 하나의 민간 기업이 인프라를 맡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아마존은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이며 국가로서의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아님에도 국가보다 강대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인다. 아마존의 비대해진 영향력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독점 문제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마존 1강 체제인 현 상황이 정말로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실제로 아마존이 성장함에 따라 더 많은 소매업자가 폐점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지역자치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2015년까지 1억 3,500만 평방피트 이상의 오프라인 점포가 공실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나 막강한 아마존이 경쟁사를 쫓아냄으로써 경제 전체가 쇠퇴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사용자들이 무엇이든 아마존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느낄지도 의문이다.

   세 번째는 사회의 약체화 가능성이다. 아마존이 종업원의 고용과 임금을 억압하고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하게 제기된다. 이런저런 편법으로 과세를 회피하고 있는데, 아마존이 2015년 4분기 357억 달러의 매출에 대해 미국 연방 정부에 납세한 금액은 7,300만 달러였다. 실효세율이 불과 2퍼센트라는 지적도 있다. 만약 실제로 아마존이 다른 오프라인 점포를 폐업으로 몰고 가는데도 정작 자신은 세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지역사회는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네 번째는 소비자의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방대한 고객 정보를 배경으로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사용자는 서비스를 누리는 대가로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노출당하고 있다. 이에 따른 위험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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