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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재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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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컹리 Dec 19. 2018

잡담이 능력이다

#100 사이토 다카시 [잡담이 능력이다]


p.120

   그 다음으로 권하는 것이 아기를 안고 있는 아기 엄마다.

   버스나 전철 안에서는 아기가 칭얼대는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아기 엄마가 "미안합니다"라고 말할 때, 내 경우에는 반드시 아기 엄마와의 잡담에 들어간다. 아기와 말하듯 "그래, 아가. 힘들구나. 덥지?"와 같은 식으로 먼저 말을 건넨다.

   이 한 마디에, 아기가 내심 걱정되었던 차안의 다른 사람들도 안심을 하고 단번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진다.

   또한 버스나 전철은 도중에 내리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잡담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의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개와 산책하는 사람이다.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사람에게 "아유, 귀여워라. 몇살이에요?" 정도의 말은 쉽게 건넬 수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위화감이 없다는 점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은 그럴듯한 잡담 연습 상대라고 할 수 있다.





P.126

   그러나 같은 교수끼리 그저 단순하게, "선생님 수업은 정말 재미있어요"라고 직접 칭찬을 쏟아 붓는 것은 어색하고 성의 없는 인사말밖에 되지 않는다. 서툴게 말했다간 불쾌감을 줄 수도 있어 분위기가 온화해지기는커녕 썰렁해지기 십상이다.

   그럴 땐 "제 수업을 듣는 학생이 '교수님 수업은 정말 재미있다'고 그러던데요."

   이렇게 간접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긍정적인 화제의 경우, "누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전하면 신빙성이 높아진다. 직접적으로 칭찬받았을 때의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랄까, 인사치레 같은 요소가 줄어든다.

   물론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다. 상대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가 있다면, 그 말을 전해 들었다는 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긍정적이고 득이 되는 방향의 전문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잡담 소재를 입수하는 방법 중 하나다.

   전문 정보라는 의미에서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잡담에 능한 사람은 '빌려온 이야깃거리인 전언'에 능하다. 그들은 '남에게 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잡담 소재로 잘 활용한다.



p.128

   다케시 씨의 대단한 점은 그럴 때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우물과도 같다. 그래서 '어쩜 저렇게 다양한 화제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자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다케시 씨의 이야기에는 "있잖아요. 얼마 전에 들은 얘긴데……", "이거 ~한테 들은 얘긴데……"와 같은 문구가 자주 등장했다.

   그 말은 자신이 겪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전에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에피소드를 가져와 기억해뒀다가 그 에피소드를 다른 잡담에서 이야기한다. 잡담 소재를 전언 게임을 하듯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다케시 씨는 이런 전언에 천재적으로 뛰어난 살마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에 관한 것은 물론이고 그 이상으로 남에게 들은 이야기를 저장해둔 것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 내용도 풍부하고 다양하게 다방면에 걸쳐져 있다. 저장해둔 것이 많아서 어느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반드시 그것과 얽힌 잡담이 가능하다.

   게다가 그에게는 '남에게 들은 이야기', '떠도는 소문'에 양념을 더하여 한층 재미있게 전하는 능력이 있다. 원래의 에피소드가 '다케시의 이야기'가 되면 훨씬 재미있고 흥미로워져 잡담이 무르익어 간다.



p.148

   세 명만 모여도 파벌이 생긴다고 한다.

   학창시절 반에 친한 그룹이 여럿 존재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인간의 습성이 아닌가.

   다만 파벌이나 그룹에 너무 연연하면 아무래도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사람 사귐이나 사고방식이 편협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조직에서는 하나가 잘못되면 전체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룹 간 불화나 파벌 투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때, 그 조직 전체가 요구하는 인물은 '중립적인 존재', '그룹이나 파벌에 속하지 않고 모두에게 같은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 즉 '그룹화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중립적인 사람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잡담에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룹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어느 그룹의 누구와도 잡담이 가능하다.

   부장이나 과장, 동료나 선배, 여사원이나 거래처 사장, 보험 영업사원이나 경비, 누구와도 격의 없는 잡담을 나눈다.

   그런 중립적인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그곳의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저 사람만 있으면 왠지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분위기가 좋은 직장에는 반드시 그런 사람이 있다.



p.196

잡담은 타인을 고독에서 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할 일이 없어 따분한 상황의 예를 들자면, 일관계나 의리상 거절할 수 없는 스탠딩 파티다. 이런 경우, 주위에는 대부분 모르는 사람뿐이다. 건배 잔을 든 채,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서 있기만 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그런 파티에 초대받으면, '한 파티에서 한 사람의 지인을 늘린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참석한 누군가(물론 처음 만난 사람)와 잡담을 하려고 시도한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까?

   나와 똑같이 지인도 없이 어색하게 혼자 서 있는 사람이다.

   "모르는 얼굴뿐이라 어울리기가 힘드네요."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네면 그 사람도 말상대가 없어 난감해하던 차라, 상당한 확률로 말을 받아준다.

   "혼자 왔더니 도통 할 일이 없어 꽤 난감합니다."

   "그렇죠. 저도 상사 대신 왔더니 있을 곳이 마땅찮네요."

   이렇게 잠시 의미 없는 잡담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지인이 되어 있다.

   이런 스탠딩 파티 같은 곳에서 인맥을 넓히고 싶다면, 먼저 따분해 보이는 사람, 내내 서 있는 사람, 화제를 꺼내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기를 권한다.

   그런 사람은 누군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혹은 미묘한 어색함과 불편함을 견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안심한다. 그 안도감으로 인해 상대와의 사이에 격의 없는 다리가 놓인다.



p.206

   이렇듯 '이야기는 하고 싶은데 말이 통할지 어떨지 불안해서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상당히 많다.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는 것은 중년 이상의 아저씨, 아줌마만의 고민이 아니다. 젊은이들 역시 고민이 많다.

   '세대가 다르니까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그런 편견부터 갖는 탓에 매끄러운 대화를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사나 거래처의 중년 이상 연배의 사람은 젊은 사람이 상상하고 잇는 이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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