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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재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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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컹리 Feb 06. 2019

습관의 힘

#102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p.10

   오늘 아침 잠을 깨고 나서 가장 먼저 무엇을 했는가? 욕실에 달려가 샤워를 했는가, 이메일을 확인햇는가, 아니면 부엌으로 달려가 도넛부터 집어 들었는가? 세수를 하고 나서 이를 닦는가, 아니면 이를 닦고 나서 세수를 하는가? 구두끈은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부터 매는가? 출근하면서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하는가? 출근할 때 어떤 노선을 택하는가? 책상에 앉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는가? 이메일을 처리하는가,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는가, 아니면 오늘 할 일을 메모부터 하는가?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는가, 햄버거를 먹는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간편한 운동화를 신고 조깅을 하러 나가는가, 아니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가?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는 1892년에 "우리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 덩어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선택들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의 결과물로 여겨지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택이 습관이다. 하나하나의 습관이 그 자체로는 상대적으로 큰 의미가 없지만, 매일 먹는 음식, 밤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 저축하는지 소비하는지, 얼마나 자주 운동하는지, 생각과 일과를 어떻게 정리하는지 등이 결국에는 건강과 생산성, 경제적 안정과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듀크 대학교 연구진이 2006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의 40퍼센트가 의사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었다.



p.51

   예컨대 맥도날드 매장은 어디에서나 똑같아 보인다. 맥도날드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매장의 구조뿐만 아니라 종업원들이 손님을 대하는 말투까지 규격화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자에게 햄버거를 먹으라고 자극하는 신호다. 이런 체인점 음식은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줄 수 있도록 특별히 가공되어 있다. 예컨대 감자튀김은 혀에 닿는 순간 흐물거리도록 조리된다. 그래야 소금 맛과 튀김 맛이 최대한 빠르게 전달되어 쾌락 중추(pleasure center)가 반응하며 뇌를 신속하게 그 패턴에 가둬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습관 고리는 좁을수록 더 효과적이다.


p.61

   펩소던트를 팔기 위해서는 치약을 매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유도할 만한 자극제가 필요했다. 홉킨스는 치의학 교과서들을 잔뜩 쌓아 두고 앉았다.

   "재미없었다. 하지만 어떤 책의 중간쯤에서 내가 나중에 '필름'이라는 이름을 붙인 점액성 치태에 관한 글을 보았다. 그때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 치약을 '미의 창조물'로 광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희끄무레한 필름을 없애면 아름다운 치아를 가질 수 있다고!"

   홉킨스는 오로지 치태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까지 치태를 문제시 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치태는 우리가 무엇을 먹든, 또 양치질을 얼마나 자주 하든 상관없이 치아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얇은 막이다. 따라서 치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실제로 치태에 관심을 가져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사과를 먹거나, 손가락으로 이빨을 문지르거나, 물로 조금 세게 헹구기만 해도 치태를 제거할 수 있다. 치태는 칫솔질만으로도 제거되기 때문에 치약은 치태를 제거하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당시 치의학계를 이끌던 학자 중 한 사람은 펩소던트를 비롯해 모든 치약이 무익하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홉킨스는 힘들게 찾아낸 실마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거기에 습관을 유발할 수 있는 신호가 있다고 확신했다. 곧 여러 도시가 펩소던트 광고로 도배되었다.

   '혀로 당신의 치아를 느껴 보십시오. 필름이 느껴지실 겁니다. 당신의 치아에서 하얀 빛깔을 빼앗아 가고 충치로 발전시키는 주범입니다.'

   또 다른 광고판에는 미소 짓는 미녀들 옆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주변에 아름다운 치아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둘러보십시오. 지금 수백만 명이 새로운 치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이면서 왜 그대의 치아를 뒤덮은 거무튀튀한 필름을 방치하시는 겁니까? 펩소던트로 그 필름을 제거하십시오!'

   이런 광고문이 탁월한 이유는 보편적이어서 무시하기 어려운 신호, 즉 치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혀로 당신의 치아를 느껴 보십시오'라는 광고문을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치아에 혀를 굴려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럼, 채태가 느껴질 수 있다. 홉킨스는 세대를 불문하고 존재하는 단순한 신호를 찾아냈다. 그 신호는 쉽게 확인되는 것이어서 광고를 본 사람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광고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홉킨스가 생각해 낸 보상은 훨씬 더 유혹적이었다. 더 아름다운 치아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 예쁜 미소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펩소던트로 잠깐 이를 닦기만 하면 된다는데!


p.63

   펩소던트가 출시되고 몇 년 뒤 홉킨스는 "펩소던트만으로 100만 달러를 벌었다"며, 성공 비결은 "인간의 심리를 적절하게 이용한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홉킨스가 말하는 인간의 심리는 두 가지 기본 법칙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첫째, 단순하지만 확실한 신호를 찾아내라.

   둘째, 보상을 분명하게 제시하라.

   적절한 신호와 보상을 찾아내면 마법의 지팡이를 손에 쥔 것과 같다. 펩소던트를 예로 들어 보자. 홉킨스는 치태라는 신호와 아름다운 치아라는 보상을 찾아냈다. 그것만으로 홉킨스는 수많은 사람이 양치질을 일상의 관례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냈다. 오늘날에도 홉킨스의 법칙은 마케팅 교과서의 한 항목을 차지하고, 수많은 광고 회사에서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우리가 홉킨스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다른 수많은 습관들도 이와 똑같은 원칙에 따라 형성되었다. 예컨대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연구한 보고서들을 보면,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달리기를 하는 명확한 신호와, 운동을 끝낸 후에 편안한 마음으로 맥주를 마시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분명한 보상이 있었을 때 운동 계획을 한층 충실히 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식이 요법에 대한 연구들도 새로운 식습관에 길들기 위해서는 미리 정해 놓은 신호(예를 들어 미리 계획해 둔 식단)와 계획대로 실천했을 때 주어지는 간단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p.73

   한 심리학자가 집주인에게 물었다.

   "고양이 냄새는 어떻게 하세요?"

   "평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아요."

   "고양이 냄새가 나지 않으세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죠."

   조사원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심리학자가 다시 물었다.

   "지금은 냄새가 나지 않나요?"

   "전혀 안 나는데요."

   조사원들은 불쾌한 냄새가 나는 다른 집에서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다. 사람들은 주변의 악취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만약 당신이 고양이 아홉 마리를 데리고 살면 고양이 냄새에 무감각해지고, 담배를 피우면 담배가 후각 기능을 훼손해서 담배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다. 후각의 특성상 아무리 강한 냄새라도 오래 맡으면 그 냄새를 느끼지 못한다. 스팀슨은 '그래,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페브리즈를 사용하지 않았던 거야!'라고 결론지었다. 페브리즈의 신호(매일 사용하도록 유인하는 요인)가 페브리즈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할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악취가 습관을 유발할 정도로 자주 인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페브리즈는 결국 벽장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페브리즈의 주요 예상 고객층은 거실에 탈취제가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 주는 매새 자체를 맡지 못했다.


p.92

   또 다른 광고도 있었다.

   "아름다운 미소는 아름다운 치아에 달려 있어요. 아름다운 그녀의 비밀은 바로 매끄럽고 하얀 치아. 에스에스 화이트 치약을 써 보세요!"

   홉킨스가 치약 관고전에 뛰어들기 수년 전부터 많은 광고인이 펩소던트와 똑같은 식으로 광고했다. 모든 광고가 치태 제거를 약속했고, 아름답고 하얀 치아를 보상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어떤 광고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러나 홉킨스의 광고가 나가자마자 펩소던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펩소던트는 어떤 점에서 달랐던 것일까?

   원숭이 훌리오가 손잡이를 당기고, 주부들이 침대를 정리한 후에 페브리즈를 뿌리도록 유인했던 것과 같은 요인들이 홉킨스의 광고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펩소던트는 바로 열망을 만들었던 것이다.

   홉킨스는 자서전 어디에서도 펩소던트의 성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특허 출원서에 언급된 제조법과 회사 기록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당시의 다른 치약들과 달리, 펩소던트에는 구연산과 박하유를 비롯한 여러 화학 물질이 함유되어 있었다. 펩소던트 발명가는 이런 성분들을 이용해 치약 맛을 산뜻하게 만들었는데, 그 성분들이 혀와 잇몸에 시원하면서도 얼얼한 느낌이 들게 했다. 이 효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펩소던트가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하자 경쟁 회사 연구들이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펩소던트를 분석했다. 그들이 알아낸 결과에 따르면, 펩소던트를 사용하는 걸 깜빡 잊으면 입안에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이 없어서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고 대답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소비자들은 그 약간의 자극을 기대하고 열망했던 것이다. 그런 자극을 받지 않으면 입이 깨끗해지지 않은 기분이었던 것이다.

   클로드 홉킨스는 아름다운 치아를 판 것이 아니었다. 그런 감각을 팔았다. 사람들은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을 열망하게 되었고 그런 느낌을 청결과 동일시하면서 양치질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p.94

   이런 기본적인 공식을 사용하면 누구나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운동을 더 하고 싶은가? 눈을 뜨자마자 체육관으로 직행하는 등의 신호와, 운동을 끝낸 후에 마시는 스무디 같은 보상을 선택하라. 그리고 스무디에 대해서, 혹은 운동을 끝낸 후에 밀려오는 엔도르핀에 대해 생각하라. 그런 보상을 기대하라. 결국에는 그 열망이 당신을 매일 체육관으로 끌어갈 테니까.

   새로운 식습관을 형성하고 싶은가? 미국 체중 조절 연구회와 관련된 연구자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면밀히 조사해 보니 대상자의 78퍼센트가 매일 아침을 먹었다. 아침이 그들에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신호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전부가 다이어트를 충실히 따랐을 때 얻은 특별한 보상(비키니를 입은 모습이나 매일 체중계에 올라설 때 느끼는 뿌듯함)을 머릿속에 그렸다. 물론, 그 보상은 그들이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었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다. 유혹이 있을 때는 보상에 대한 열망에 집중하고, 그 열망을 가벼운 집착으로까지 승화시켰다. 그 보상에 대한 열망 덕분에 그들은 다이어트를 망쳐 버릴 유혹을 떨쳐 낼 수 있었다. 요컨대 열망이 습관 고리를 지배했던 것이다.


p.95

   기업이 사람들의 열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상적인 행위 중에 습관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예컨대 우리는 음식을 조금 덜 짜게 먹고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채소 섭취를 늘리고 지방 섭취는 줄여야 한다. 비타민을 복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매일 아침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걸 습관화하면 피부암 발병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아침에 이를 닦지만,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사람은 10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자외선 차단제를 일상적 습관으로 삼겠다는 열망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이 자외선 차단제에 얼얼한 느낌 혹은 피부에 뭔가를 발랐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을 첨가함으로써 자외선 차단제를 습관화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얼얼한 느낌에 대한 열망이 이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일깨워 주듯이 자외선 차단제가 그와 똑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미 수많은 제품에서 비슷한 전술을 사용해 왔다.

   트레이시 싱클레어는 이렇게 말했다.

   "거품은 엄청난 보상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샴푸에는 거품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거품을 만드는 화학 물질을 첨가한 이유는 사람들이 머리를 감을 때마다 거품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세탁용 세제도 마찬가집니다. 치약도 똑같습니다. 요즘 모든 회사가 치약을 만들 때 거품을 잘 나게 하려고 소듐 레우레스 설페이트라는 계면 활성제를 첨가합니다. 청결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입 주변에 거품이 있으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거든요. 소비자가 그런 거품을 기대하는 순간부터 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열망은 습관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열망을 자극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새로운 습관을 더 쉽게 형성할 수 있다. 이런 점은 1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매일 밤, 무수한 사람들이 얼얼한 느낌을 얻고 싶어 이를 북북 문지른다. 매일 아침 수많은 사람이 엔도르핀 분비를 느끼고 싶어 운동화를 신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설거지를 끝낸 후에, 혹은 침실을 깔끔하게 정돈한 후에 페브리즈를 뿌린다.


p.99

   던지는 이렇게 말했다.

   "챔피언이라고 특별한 플레이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들도 평범한 플레이를 합니다. 그런데 평범한 것을 상대팀이 반응할 틈도 없이 빠르게, 자동적으로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것은 바로 몸에 익힌 습관 때문입니다."

   그러면 구단주들은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새로운 습관을 선수들에게 어떻게 심어 줄 겁니까?"

   "새로운 습관요? 새로운 습관을 심어 주지는 않을 겁니다."

   NFL에서 뛸 정도의 선수들이라면 이미 필요한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어떤 선수도 초짜 감독이 시킨다고 해서 오랫동안 몸에 익은 패턴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던지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습관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그 대신 이미 있는 습관을 살짝 바꿔 주려고 했다. 해묵은 습관을 바꾸는 비결은 선수들의 머릿속에 미 ㅣ존재하는 걸 이용하는 것이다. 습관은 세 단계의 고리(신호-반복 행동-보상)로 이루어져 있다. 던지의 목표는 중간 단계, 즉 반복 행동만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는 익숙한 신호와 보상을 활용하면 선수들이 새로운 행동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가 쉽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던지의 코칭 전략은 '습관 변화를 위한 황금률'을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습관 변화를 위한 황금률은 습관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던지는 나쁜 습관을 완전히 없앤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따라서 습관을 바꾼다는 말의 정확한 뜻은 관거의 신호를 유지하고 과거의 보상을 전달하면서 반복 행동만을 바꾼다는 것이다.

   황금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동일한 신호와 동일한 보상을 제공하면 반복 행동을 바꿀 수 있고, 따라서 습관도 바꿀 수 있다. 신호와 보상이 같다면 거의 모든 행동을 바꿀 수 있다.


p.123

   던지의 전략은 선수들이 자동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팀 전체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었다. 던지는 두꺼운 작전 도해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수백 가지 대형을 암기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몇 가지 핵심적인 움직임을 터득하고, 매번 정확하게 움직이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미식축구에서 완벽에 이르기란 어렵다. 탬파베이에서 던지의 보조 코치였던 허먼 에드워즈는 "미식축구에서는 어떤 경기에서나 실수하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 실수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추측하기 시작할 때 실수를 저지른다. 따라서 던지가 원한 것은 경기 중에는 어떤 결정도 배제하는 것이다.




p.130

   예컨대 캘리포니아 알코올 연구 센터의 연구진은 인터뷰에서 드러난 한 가지 패턴에 주목했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신호를 찾아내서 새로운 반복 행동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더해지지 않으면 새로운 습관이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비밀은 '신'이었다.

   연구자들은 그런 설명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신과 영성은 검증가능한 가정이 아니었다. 게다가 교회는 독실한 믿음을 자랑하면서도 끝없이 술을 마시는 술주정뱅이들로 가득하지 않은가.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들과 대화하면, 영성이란 단어가 끊임없이 언급되었다. 마침내 2005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와 브라운 대학교 및 국립 보건원이 연합해서 결성한 연구팀이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온갖 유형의 종교적이고 영적인 문제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들은 종교적 믿음과 금주 기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다.

   일정한 패턴 하나가 발견되었다. 습관 교체 기법을 훈련 받은 알코올 중독자들은 스트레스가 심한 사건이 닥칠 때까지 술을 끊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로운 반복 행동에 길들은 사람들까지 상당수가 다시 술을 마시는 시작했다.

   그러나 존처럼 어떤 초월적인 존재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심한 사건이 닥쳐도 술을 멀리하며 견뎌 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연구자들은 신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믿음이었다. 그들이 뭔가를 믿는 법을 터득하자 그 능력이 삶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그들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던 것이다. 따라서 개조된 습관 고리를 항구적인 행동으로 굳힌 것은 믿음이었다.

   뉴멕시코 대학교의 토니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1년 전이었다면, 나는 믿음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습관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믿음이 중요한 듯하다. 하느님까지 믿을 필요는 없지만, 내 상황이 더 좋아질 거라고 확고하게 믿는 마음은 필요하다. 우리가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더 나은 습관을 만들어 주더라도, 그들이 처음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유까지 고쳐 주니는 못한다. 결국 그들에게 지긋지긋한 날이 다시 닥치기 마련이다. 새로 받아들인 반복 행동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차이를 만들어 내기 우해서는 그들이 알코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그런 스트레스를 이겨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AA는 알코올 중독자들을 모임에 데려와 그런 믿음을 심어 준다. 실제로 믿음은 AA의 12단계 프로그램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AA는 회원들에게 12단계 프로그램과 그들 자신을 믿을 때까지 뭔가를 믿는 방법을 가르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알코올 중독자들은 모임에 참석하면서 자신의 상황이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 연습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그의 상황이 실제로 나아지면 그 믿음이 더욱 굳어진다.


p.137

   하지만 비극을 겪지 않고도 완전히 달라진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변화를 상대적으로 쉽게 도모할 수 있는 사회 집단에 속한 덕분에 변할 수 있었다. 한 여자는 심리학 강의에 등록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만난 덕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며 말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기분이었습니다. 나 자신이 더 이상 똑같은 삶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철저하게 변했습니다."

   어떤 남자는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라는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떠밀려 그렇게 행동하는 기분"이었지만, 함께 어울려 운동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런 기분을 떨쳐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그는 자신이 숫기 없는 남자가 아니라고 믿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활달한 사람으로 변했다.

   이처럼 어떤 변화가 가능한 듯한 모임에 가입할 때, 변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삶의 방식을 철저하게 바꾼 사람들 대부분은 중대한 순간이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재앙을 겪지 않았다. 그들에게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 공동체, 혹은 개인이 주변에 있었을 뿐이다. 한 여자는 연구자들에게 화장실을 하루 종일 청소한 후에, 정확히 말하면 그날부터 자기가 남편과 이혼해야 하는지를 다른 청소부들과 수주 동안 뜨겁게 논쟁을 벌인 후에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이 연구에 참가한 심리학자 토드 헤더턴은 나에게 이렇게 정리해 주었다.

   "변화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일어납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변화를 볼 수 있을 때 정말로 변한 것이란 느낌이 듭니다."


p.141

   어떻게 하면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에게 효과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습관을 근절할 수는 없지만 습관을 바꿀 수는 있다. 또 '동일한 신호와 동일한 보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반복 행동을 더하라'는 습관 변화의 황금률을 사용하면 습관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습관을 항구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믿음은 같은 목적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에서 도움을 받을 때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담배를 끊고 싶다면, 담배에서 얻은 열망을 대신 채워 줄 새로운 반복 행동을 생각해내라. 담배에서 얻은 열망을 대신 채워 줄 새로운 반복 행동을 생각해내라. 그런 다음에는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의 모임이나, 니코틴을 멀리하고도 지낼 수 있다는 믿음을 당신에게 심어 줄 공동체를 찾아내서, 결심이 흔들릴 때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라.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당신의 습관을 면밀히 관찰해서 간식거리를 찾아 매번 책상을 떠나는 이유를 알아내라. 그런 다음 카페테리아로 먹을 것을 찾아가는 대신에 당신과 함께 산책할 사람이나, 체중 감량이란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 혹은 가까운 곳에 감자칩보다는 잘게 썬 사과를 놓아두려는 사람들을 찾아라.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다른 반복 행동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모임의 일원으로서 습관을 바꾸려 할 때 성공할 확률이 극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습관의 변화에서 믿음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믿음은 공동체와 함께할 때 성장한다. 공동체라고 항상 대단한 규모를 생각할 것은 없다. 두 사람만으로도 공동체는 가능하다.


p.162

   연구자들은 습관의 변화가 직원 개개인의 삶을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운동이 일상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10년 동안 연구한 결과들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가 습관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 하다못해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운동과 관계없는 삶의 다른 부분들까지 부지불식간에 바뀌기 시작한다. 운동을 시작하면 식습관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담배도 덜 피우고, 동료들과 가족들에 대한 인내심도 깊어진다. 신용 카드도 한층 절제해서 사용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에게 운동이 다른 변화를 광범위하게 끌어내는 핵심 습관인 게 분명한 듯하다. 로드 아일랜드 대학교의 제임스 프로차스카는 "운동은 삶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준다. 운동이 다른 긍정적인 습관을 쉽게 받아들이게 해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습관을 지닌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숙제 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성적도 좋으며, 감정 조절도 잘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매일 아침 자신의 손으로 침대를 정리하는 습관은 생산성, 행복 지수, 예산을 통제하는 절제력 등과 상관관계가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나 깔끔한 침대가 좋은 성적이나 절제된 삶의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작은 변화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다른 좋은 습관이 몸에 베도록 자극한 것만은 확실하다.

   핵심 습관을 바꾸거나 함양하는 데 집중하면 광범위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 습관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핵심 습관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은 자기만의 고유한 어떤 특징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다. 핵심 습관은 하계에서 '작은 승리(small wins)'로 알려진 것을 제공한다. 그리고 새로운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다른 습관들이 형성되도록 지원하고, 변화가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문화를 형성한다.


p.165

   하지만 무엇보다 바우먼이 펠프스에게 주고 싶은 것은 훗날 펠프스를 풀장에서 가장 강한 정신력으 소유자로 만들어 줄 습관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런 습관이 있어야 펠프스가 숱한 경쟁자들을 딛고 우뚝 일어설 것이었다. 바우먼이 코치라는 이유로 펠프스의 삶 전체를 통제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바우먼은 수영을 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습관들을 시어 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펠프스가 경기 전에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하고, 승리를 위해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포츠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을 설계했다.

   예컨대 펠프스가 10대 소년이었을 때, 바우먼은 훈련이 끝나면 펠프스에게 "집에 가서 잠들기 전에 비디오테이프를 보아라. 일어나서도 비디오테이프를 보아라"라고 지시했다.

   그 비디오테이프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완벽한 레이스였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펠프스는 출발대에서 수영장에 뛰어들어 가 완벽하게 수영하는 모습을 슬로 모션으로 상상했다. 손동작을 머릿속에 그렸고, 수영장의 끝에 손을 대고 턴을 해서 되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가 뒤에 남긴 물갈래, 입이 수면을 스칠 때 입술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들, 경기를 끝내고 수영 모자를 벗을 때의 기분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경기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소한 것도 빠뜨리지 않고 머릿속에서 보고 또 보았다. 결국에는 마음 속으로 초 단위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

   훈련하는 동안 바우먼은 펠프스에게 경기를 할 때처럼 전력으로 수영하라고 지시하며 "비디오테이프를 설치해라!"라고 소리쳤다. 펠프스도 자신을 채찍질하며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로 물을 가를 때 그다지 흥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날이 빨려졌다. 어느 순간 바우먼은 경기를 앞두고 펠프스에게 "비디오테이프를 준비하게"라고 나지막이 말하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러면 펠프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물리칠 수 있었다.

   이처럼 바우먼이 펠프스의 삶에 몇 가지 중요한 습관을 심어 주자 다이어트와 훈련 일정, 스트레칭과 수면 시간 같은 다른 습관들도 저절로 좋게 바뀌었다. 이런 습관들이 효과적이었고 그것이 핵심 습관으로 기능했던 이유의 저변에는 학계에서 '작은 승리'라고 알려진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작은 승리'는 말 그대로 작은 승리이며, 핵심 습관이 광범위한 변화를 끌어내는 현상의 일부이다.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작은 승리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데 1984년 코넬 대학교의 한 교수는 "작은 승리는 작은 이점으 꾸준한 적용이다. 하나라도 작은 승리를 이루어 내면 또 다른 작은 승리를 유도하는 역학 관계가 성립된다"라고 말했다. 작은 승리는 작은 이점을 활용하여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는 패턴을 우리에게 심어 줌으로써 많은 변화를 유도한다. (중략)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작은 승리에서 시작되었다. 조직 심리학자 칼 웨이크는 "작은 승리들은 순서대로 정돈되어 연쇄적으로 결합되지는 않으며, 각 단계가 미리 예정된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입증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저항과 기회에 대한 암묵적인 이론들을 테스트해서, 궁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는 보이지 않은 장애와 수단 모두를 알아내는 작은 실험들처럼 작은 승리들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경우가 더 많다"라고 말했다.


p.228

   일부 간호사가 훗날 주장한 바에 따르면, 그런 사고는 필연적이었다. 로드아일랜드 병원에서는 제도적인 습관이 완전히 마비되어 그런 중대한 의료 과실의 발생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물론 병원에서만 위험한 습관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의 파괴적인 습관은 수많은 산업체와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파괴적인 습관은 문화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리더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그 때문에 파괴적인 습관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제도적인 습관이 없는 조직은 없다. 제도적인 습관이 계획적으로 형성된 조직과, 그런 습관이 우연히 형성된 조직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제도적인 습관은 경쟁의식이나 두려움에서 종종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적절한 기회를 포착해서 활용할 줄 아는 리더들은 파괴적인 습관까지 바꿔 갈 수 있으며, 대로는 위기가 닥쳤을 때 올바른 습관이 형성되기도 한다.


p.310

   1960년대 말 하버드 대학교 박사 과정에 있던 마크 그래노베터는 이런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282명에게 현재의 직장을 어떻게 구했는지 물었다. 빈자리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고, 추천 받기 위해서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인터뷰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썼고, 특히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물었다. 그래노베터가 예상한 대로 구직자들은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는 정중히 거절당했지만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는 그런대로 도움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구직자들이 우연히 알게 된 사람, 즉 절친한 친구도 아니고 완전히 낯선 사람도 아닌 사람, 예컨대 친구의 친구에게도 상당히 자주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노베터는 이런 관계를 '약한 연대(week tie)'라고 칭했다. 공통된 지인이 있고, 사회적 네트워크들 안에서 회원 자격을 공유하지만 우정이란 '강한 연대(strong tie)'로는 직접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이어 주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노베터의 결론에 따르면 우리가 속하지 않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접근할 가능성은 주로 약한 연대에 의해 제공되기 때문에 직장을 구할 때는 약한 연대의 지인이 강한 연대의 친구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래노베터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살마들도 대다수가 절친한 친구보다 약한 연대를 통해 일자리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일리가 있는 결론이다. 우리는 절친한 친구와 언제든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일하거나, 같은 블로그를 읽지 않는가. 따라서 절친한 친구가 일자리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면, 우리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약한 연대의 지인들(예를 들어 평균 6개월 간격으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공동체를 통해 여론이 어떻게 전달되고, 소문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연구한 결과, 사회학자들은 하나의 공통된 패턴을 찾아냈다. 약한 연대에 있는 지인들의 영향력이, 강한 연대의 친구들과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노베터는 "약한 연대를 맺지 않은 사람들은 사회 체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하고, 지역 소식과 친한 친구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박탈로 인해 그들은 최근의 지식과 유행에서도 소외되고, 노동시장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다. 노동 시장에 진출하려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일자리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덧붙여 말했다.


p.372

   그러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습관을 바꾸겠다는 결심이 먼저 있어야 한다. 습관의 반복 행동을 유도하는 신호와 보상을 알아내고, 대안을 찾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게에 통제 수단이 있다는 걸 깨닫고, 그 통제 수단을 의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습관의 통제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엔지 바크만과 브라이언 토머스는 모두 습관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자극을 받는 순간 기계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똑같이 주장했지만, 그들이 다른 판결을 받은 것은 합당한 듯하다. 앤지 바크만은 개인적인 책임을 면하지 못했지만, 브라이언 토머스는 아내를 살해하게 만든 패턴 자체가 존재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석방된 것은 공정한 결과였다. 요컨대 토머스는 자신에게 내재된 패턴을 억제할 여지가 없었지만, 앤지는 자신의 습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습관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그 습관을 변화시킬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앤지가 좀 더 끈덕지게 노력했더라면 도박 습관을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훨씬 큰 유혹을 받으면서도 습관 고리를 끊어 낸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몽유병자가 자신의 습관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타당하게 들린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우리 삶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패턴들, 예컨대 우리가 먹고 자는 방법,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세, 시간과 돈과 관심을 무심히 낭비하는 태도 등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습관들이다.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깨닫는 순간부터 우리는 언제라도 습관을 바꿀 수 있고, 그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습관이 개조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습관의 힘을 파악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그때부터 남는 과제는 습관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p.382

단계 2 : 다양한 보상으로 실험해 보라


보상은 열망을 채워 주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습관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열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페브리즈 마케팅팀이 소비자들은 청소나 세탁을 한 후에 싱그러운 향기를 원한다는 걸 알아냈을 때, 누구도 존재하는 걸 알지 못했던 열망까지 찾아냈다. 그 열망은 훤히 보이는 현상 속에 감춰져 있었다. 대부분의 열망은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 뻔한 것이지만, 우리가 그 열망에 지배당하고 있을 때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떤 열망이 특정한 습관을 유발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보상으로 실험해 보아야 한다. 며칠이 걸릴 수도 있고, 일주일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그동안에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는 어떤 압력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당신이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에 있는 과학자라고 마음 편히 생각하라.

   실험 첫날, 카페테리아에 가서 쿠키를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 반복행동을 약간 조절해서 다른 보상을 얻게 해 보라. 카페테리아에 가는 대신에 밖으로 나가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주변을 산책한 후에 자리로 다시 돌아와 보라. 다음 날에는 카페테리아에 가서 도넛이나 초코바를 산 후에 곧바로 자리로 돌아와서 먹어 보라. 그 다음 날에는 카페테리아에 가서 사과를 산 후에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며 먹어 보라. 다음 날에는 커피 한 잔으로 끝내 보라. 또 다음 날에는 카페테리아에 가는 대신 동료의 자리를  찾아가 잠시 잡담을 나눈 후에 자리로 돌아와 보라.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쿠키를 사는 대신에 당신이 무엇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반복 행동을 자극하는 열망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가정을 실험해 보는 것이다. 당신은 쿠키 자체를 간절히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잠깐의 휴식을 원하는 것인가? 만약 쿠키 자체를 원했다면, 허기 때문이었는가(그렇다면 사과로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쿠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에너지 충전을 원했던 것인가(그렇다면 커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아니면 쿠키는 핑곗거리에 불과하고 동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카페테리아에 갔던 것인가(그렇다면 누군가를 찾아가 잠시 잡담을 나누는 것으로도 그 욕망을 충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p.387

   우리 삶도 다를 바 없다. 우리에게 어떤 습관을 자극하는 신호를 찾아내기 힘든 이유는, 우리가 습관과 관련된 행동을 시작할 때 우리에게 쏟아지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아침을 먹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배가 고프기 때문인가? 시계가 7시 30분을 가리키기 때문인가? 아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가? 아니면 출근 준비를 끝내면 습관적으로 아침 식사를 하기 때문인가? (중략)

   앞의 심리학자가 썼던 방법을 이용하면 수많은 방해물에 구애 받지 않고 습관의 신호를 찾아낼 수 있다. 습관의 패턴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할 행동들을 규정해야 한다.

   이런 행동들을 규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습관의 신호는 다음 다섯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


장소

시간

감정 상태

다른사람

직전의 행동


   따라서 '카페테리아에 가서 초콜릿칩 쿠키를 사 먹는' 습관의 신호를 알아내려면 충동이 밀려오는 순간 다음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해 보라.


어디에 있는가?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몇 시인가? (오후 3시 36분)

감정 상태는 어떤가? (지루하다)

주변에 누가 있는가? (아무도 없다)

충동이 있기 직전에 무엇을 했는가? (이메일에 답장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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