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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컹리 Feb 24. 2019

우린 이렇게 왔다

#107 송재희, 조항덕 외 23인 [우린 이렇게 왔다]


p.24

종합해서 정리해 보면 나이 서열에 따른 경직된 조직 문화, 수당 없는 야근이나 주말 근무 등 보상 문제, 엔지니어로서 오래 일할 수 없는 환경, 열악한 워라밸, 다양한 기회 부족, 여성 차별, 교육환경, 취업난,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문제 대부분 사람이 한 번쯤은 생각했던 문제일 것이다.


한국경제 매거진 2018년 1월호에 <2018 행복 키워드로 주목받은 '워라밸'>이란 글이 실렸다. 이 글에서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산업화를 위해 헌신했고 범국민적 항쟁이라는 말에 걸맞게 민주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다. 가장 길게 일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들어가면서도 일하고 또 일했다. 외환위기 때는 금도 모았고, 악정에 맞서 촛불도 들었고, 더 이상 비정규직이 희생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희망버스도 탔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삶이 여전히 고단하고 희망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p.74

여기까지가 '자유'의 좋은 점리아면, 동시에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 해야 하는 '책임'이 존재한다. 나의 내부 고객인 마케팅, 프로덕트 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일정을 조율하면서 일을 마무리하는 것까지 혼자서 해내야 한다. 만약 회사를 다녀본 적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면 버거웠을지도 모르는 수준의 책임이다. 물론 필요할 때는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이 자신의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물론 일을 대충 하거나, 질질 끈다고 해서 상하 관계 하에서 나를 혼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진급과 이직,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평판 관리와 업무적인 성장을 생각한다면 정말 나 자신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되는 문화다.


p.81

'열정passion'이란 단어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지만 '행동action'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원하는 것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 


p.199

이와는 별도로, 케이스 질문들은 반짝 당일치기하거나, 인터뷰 연습을 몇 번 한다고 해서 잘하기가 쉽지 않다. 테크기업들은 질문에 대해 맞는 답을 하는 것보다, 생각하는 방식이 스마트한 사람을 선호한다. 내가 받은 질문 중에는 '예산의 제한이 없다면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 '센서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면 뭘 만들겠나?'와 같이 막연하고 정해진 답이 없는 주제들도 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기술발전의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본인의 업무에 대해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런 주제가 던져졌을 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p.214

미국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미국에서 개인이나 직장 생활이 쉽지 않고 모든 환경이 여유롭지 않은 건 맞다. 매번 새로운 것을 맞닥뜨려야 하고 배워야 한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는 말처럼 가볍게 생각했던 사소한 것들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동료들과 농담을 하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만약 동료가 "너 전원일기의 응삼이랑 닮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면, 다른 동료들과 맞네 틀리네하며 한참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응삼이가 누군지 몰라도 전원일기의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예전에 옆에 앉았던 미국인 CTO가 "너 옛날에 보던 만화 캐릭터랑 비슷한데 기억 안나?"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동료들은 함께 웃으며 그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그 캐릭터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배워가야 하는 것은 항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 싶다. 삶에 어떻게 만족하느냐 어떤 것이 내 삶을 풍족하게 해 줄 것이냐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통적인 질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미국 생활에 만족한다. 일 외 회식 등 부가적인 일이 줄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삶이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회사에서는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에 따른 책임과 역할이 함께 커가는 것을 경험했으며 능력만 쌓아간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음에 만족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보장되는 삶이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루하루 여러 가지 시행착오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하루하루가 모인다면 다음 하루는 최소한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곧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완벽한 준비는 없다. 부족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p.231

미국에서 취업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론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도전해 보고 싶은 경우도 있겠지만, 사전에 충분하 조사 및 고민을 통해 나 스스로 뚜렷한 이유를 찾은 후에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법에 매진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효율적이고 또 더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듯하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중심으로 방향을 가지고 도전하라. 아마존이라는 같은 기업 내에서 3개 국가(한국, 싱가포르, 미국)에서 일해 보니 각각 옵션의 장단점이 굉장히 다르게 다가온다. 일반화하기에 다소 힘든 부분도 있겠으나, 국네에서 수직적인 성공을 원하느냐, 아니면 미국에서 좀 더 수평적으로 다양한 커리어를 쌓느냐, 또 본인 자신의 커리어를 더 중요시하느냐, 아니면 가족의 행복을 더 앞에 두느냐 등의 다양한 의사결정 포인트들이 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중심으로 방향성을 잡고난 후에 여러 선례 등을 참고하여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p.270

'무인도에서도 굶지 않고 밥벌이를 찾아낼 생존력', 미국에서 유학할 때 지인들이 종종 나를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이었다.

'끝을 아는 사람은 실패가 두렵지 않다. 이미 맨땅에서 한번 다시 일어선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스스로 마음속에 새기는 글이다.


p.272

자기 색깔이 확고한 엔지니어임을 어필하라. 대우를 잘 받는 기술을 추종하여 남들을 따라갔다면 지금과 같이 한 영역에 특화된 전문가로 성장하지 못하고 보통의 개발자로 남아 있었을 것 같다. 디자인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엔지니어는 많지 않다는 점이 확고한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준 것 같다.

해외 취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거나 유학 준비를 하지말라. 지금도 실리콘밸리에 성공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수많은 경쟁자가 지원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질 것이다.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고 실패의 좌절을 겪으며 자책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삶을 정말로 즐길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성장하다 보면 기회가 찾아온다. 해외 취업은 성장의 과정에서 잡을 기회다. 기회가 오더라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선 온전히 잡을 수 없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항상 속해있는 그룹 내에서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자. 그릇이 작은 조직이라 내 능력을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 무시하고 소홀히 하며 큰물에서 성장히기만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 구글과 같은 큰 조직이든 10명 도 안 되는 작은 스타트업이든 팀원으로 뽑고자 하는 사람은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이다.


p.278

학기 중에는 생활비를 줄일 방법이 한정적이었지만 미국의 여름방학은 3달 이상 길기 때문에 생활비도 보태며 계획적으로 시간 활용할 수 있었다. 학교와 연계된 일을 할 경우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소셜 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었는데 시립대에서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있떤 과목에서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셔서 뉴욕시 환경 정보시스템 개발을 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한번은, 여름 방학 동안 뉴욕에 살고 있지만 정작 관광은 한 번도 못 했기 때문에 관광도 하면서 용돈 벌이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가이드해 주는 일을 했다. 신기하게도 이때 했던 경험이 현재 에어비앤비의 인터뷰 과정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한 인상을 주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를 통해 살면서 했던 경험 중에 허비한 시간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p.289

힘든 근무환경과 개발자로서의 수명이 짧은 사회적 흐름 때문에 중간에 관리자로 전직하거나 미국으로 이직하려는 사례를 많이 들었고 나 역시 비슷한 업무환경도 경험하고 왔기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다만, 해외 취업만을 목표로 준비하다 비자 문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책하며 좌절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해외 취업 이외에도 한국 내에서 기업 문화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스타트업이라든지 본인이 일하면서 자아성취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실리콘밸리 대기업 엔지니어가 엄청나게 대단하고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 그들도 나와 같은 개발자라는 점이다. 현재 위치에서 인정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해외 취업의 기회는 언제들 열려있다고 확신한다.


p.392

두 번째 고비는 실제 인턴십을 하면서 있었다. 인터십은 돈을 받으면서 느긋하게 새로운 것을, 혹은 실무를 배우는 시기라고 오해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정직원을 향한 12주짜리 인터뷰 코스이다. 담당 매니저가 첫날 말해준 정직원 합격의 기준은 우스울 정도로 명쾌했다. 12주 동안 주어진 프로젝트를 끝내고 배치deploy되면 합격, 그것이 아니라면 탈락. 내 경우는 인턴 팀 배정의 운이 나빠서 학교에서 집중해서 공부한 분야와 전혀 다른 부서인 네트워킹 관련 부서에,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언어인 루비Ruby를 써야 했기에 인턴시작하자마자 알아서 독학해야 했었다. 게다가 배치된 부서는 아마존 내부에서도 높은 강도의 업무로 악명높은 곳이라서 나를 도와줘야 할 멘토는 거의 종일 자리에 없었다.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많고 좋은 서적도 많아서 독학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12주 중 첫 3주는 정말로 많은 시간을 단지 실력과 지식을 시작 지점까지 올려놓는데 보냈다.


p.397

삶의 이유는 행복이고, 그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슬로의 욕망의 피라미드에서 보이듯 자아실현이 필요하다.

실리콘 밸리가 이루는 각 분야에서의 IT 혁신은,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든 그것을 디지털로 표현할 줄만 알면 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남이 시키는 일, 사회가 요구하는 일이 아닌 내가 잘하는 일로 사회에 기여하는 세상이 왔다.


p.404

수학도 못 했고, 컴퓨터공학 전공도 아니고, 자바도 잘 못 하는 내가 엔지니어로 일을 할 수 있는, 게다가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이곳이 너무나 신기하여 참 낳은 생각을 하였다. 2017년부터 몇 년간의 고민 끝에 깨달은 실리콘밸리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다른 5명의 지인과 함께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이든 주어지면 열심히 해낼 가장 똑똑한 아랫사람이 아니라, 어떤 역할에 꼭 필요한 전문가를 모십니다.'


2012년 나는 프로그래머로서 상위 1%에 들지는 못했지만 유니크한 장점들을 여럿 갖춘 사람이 되어 있었다. 트위터가 필요로 했던 한국어 NLP 엔지니어에 거의 유일한 매치였다. 2016년 에어비앤비 면접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상위 1%로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에어비앤비가 필요로 하는 서너 개 분야에 걸쳐 꽤 쓸만한 사람이었다. 에어비앤비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였던 동료가 2017년 회사를 떠나면서 해 준 조언이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엔지니어링 커리에서의 성공 방식은 두 가지다. 한 분야의 상위 1%가 되거나 여러 분야에서 상위 25%가 되거나... 한 분야의 상위 1%가 되기는 정말 어렵지만, 장점 여러 개를 조합하면 유니크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늘 최고가 되라고 배워왔고, 최고가 되어야 성공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실리콘밸리에서 깨달았다. 내가 잘하는 여러 가지를 조합해서 나의 브랜드를 만들면 된다. 비타민제를 살 때 모든 비타민이 다 들어있는 일반 비타민보다 남성 30대용, 여성 50대용 등 특정 브랜드가 붙어 있는 것을 고르게 된다. 뭐든 잘하는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보다, 특색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성공하는 곳이 실리콘밸리이다. 그 특색을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매니지먼트 등의 기술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앞으로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p.410

책을 집필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미국으로 오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비자에는 취업 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 본인만 준비됐다면 미국에 있는 회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데려와 쓰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 같은 경우 H1-B가 어려우면 주재원 비자나 O비자로 수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아마존뿐만 아니라 대부분 큰 기업들은 이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또한, 투자자 비자를 통해서 미국지사로도 올 수 있다. 결론은 비자는 두 번째 문제라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력(전공과 영어)만 있다면 아직도 미국 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실력이 조금 부족하면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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