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재 Part 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컹리 Jul 18. 2019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118 도널드 노먼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p.36 

  악기를 연주하려면 '습득'과 '터득'이 두 가지를 배워야 한다. 습득은 악기마다 손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자세와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주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자세나 기술 같은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익히는 과정이다. 하프나 피아노 같은 악기는 각각의 손이 동시에 다른 리듬을 타기도 하고, 오르간이나 타악기는 두 손과 발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어려운 것 같지만 반복을 통해 움직임이 익숙해지면 얼마든지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다.

   터득은 습득과 다르다. 악기 자체를 깊이 생각해 음악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작곡가와 지휘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다른 연주자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재즈나 록처럼 인쇄된 악보 없이 즉흥 연주가 주가 되는 장르는 음악을 터득하지 않으면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 이 기술을 평생에 걸쳐 연마해야 한다.


p.73

   디자이너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알맞은 개념적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파일 구조가 그 좋은 예다. 사물의 요소들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럴듯한 개념적 모델을 머릿속에 세울 수 있다. 그것이 아주 괜찮은 기계 장치를 만들어 내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상세계에서는 보이는 것이 없으므로 디자이너가 제공해주는 힌트와 정보에 의존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밖에 없다. 사람들로만 구성된 서비스의 경우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행정적인 규칙과 제약들로 인해 종종 당황한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나 해답을 찾으려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한다. 이런 해답들은 우리의 개념적 모델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가끔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막 생성되는 개념적 모델로부터 답을 얻기도 한다. 그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우리 스스로의 행동을 설명할 수도 있다. 이 개념적 모델은 특히 제품과 서비스와 관련하여 느끼는 부분에 가장 많이 적용 가능하다.



p.84

   복잡함은 길들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버튼이나 디스플레이의 수를 줄이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훌륭한 해결책은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조각 하나하나가 잘 맞물리도록 제품 기획과 디자인을 잘해서 사용자가 처음 배우거나 사용하는 시점에 최적의 상태를 제공하는 것이다.

   애플의 부회장이 된 래리 테슬러는 몇 해 전 "시스템에서 전체적인 복잡성의 합은 항상 일정하다."라고 주장했다. 사용자의 이용이 단순해지면 나머지 부분이 복잡해진다는 말이다. 즉, 무엇인가를 쉽게 이용한다는 것은 설계자가 이면에서 고려한 복잡한 사항들이 복잡한 사항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서로가 상쇄된다는 의미다. 이 주장은 오늘날 '테슬러의 복잡함 보존 법칙'으로 알려졌다. 테슬러도 여기에서 '트레이드오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디자인 역시 사용자가 쉽게 이용하는 데 집중할수록 디자이너나 엔지니어의 작업은 그만큼 더 복잡해진다.

   테슬러는 2007년 인터랙션 디자인의 권위자인 댄 새퍼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복잡한 정도, 즉 복잡함의 하한선이 있다. 이때 던져야 할 질문은 이 복잡함을 누가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사용자인가, 아니면 개발자인가?


p.87

   외관상의 단순함은 사용의 단순함, 작동의 단순함과는 전혀 다르다. 단순한 외양은 눈으로 확인 가능한 조작 툴과 디스플레이의 수가 적다는 것뿐이다. 눈에 보이는 다른 대안들이 늘어날수록 단순함의 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조작과 디스플레이가 많아질수록 작동이 사실상 더 편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요소들이 실제로는 기기를 작동하는 것을 쉽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역설은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단순함은 어떤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이해의 정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심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의 기능이나 옵션, 그리고 외형이 일반적이 사람들의 개념적 모델과 맞아떨어질 때, 그것은 단순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조작해야 할 것이 아무리 많아지더라도 기능마다 각각 하나의 전용 버튼이 있다면 작동이 최적화되어 단순한 제품이라고 인지할 것이다. 전용 버튼이 있다면, 각각의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단순해서 제품의 기능 자체를 알 수 없거나 상황에 따라 의미나 작동 방식도 함께 달라지면, 복잡함을 넘어 혼잡스럽다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p.88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초창기, 마우스에 적합한 버튼이 몇 개인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애플은 외관상의 단순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버튼을 딱 하나만 넣었다. 한때 나는 왜 애플이 단일 버튼을 선택했는지 알아내력 노력했다. 이 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컴퓨터 초보 사용자들이 마우스에 버튼이 여러 개 있는 것을 혼란스러워 하더라고 말했다. "버튼을 두 개로 줄이자 사람들은 오히려 더 헷갈려 했다. 이는 버튼 세 개보다 못한 결과다." 동시에 경험이 풍부한 사용자는 버튼이 많은 마우스를 선호한다는 결과도 알려줬다. 애플은 경험 없는 사용자를 먼저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버튼 하나짜리 마우스를 표준으로 정했다.

   애플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 나는 이 결정이 현명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를 이해하려면 당시의 대중이 마우스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경험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때까지 마우스 중심의 컴퓨터를 판매하려는 두 번의 시도[제록스 스타와 애플 리사]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따라서 애플은 아주 신중했다. 하지만 현실은 버튼 하나로 충분하지 않았다. 사실 애플에는 언제나 두 번째 버튼이 존재했다. 단지 마우스가 아니라 키보드에 있을 뿐이었다. 사용자들을 여러 방식으로 마우스를 작동할 때 '애플 키Apple Key'를 함께 이용해야 한다.

   왼쪽, 오른쪽을 버튼이 두 개 있는 마우스와, 버튼 하나는 마우스에, 다른 하나는 키보드에 있는 마우스. 어떤 것이 더 간단하게 느껴지는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사용 편의 차원에서 마우스와 키보드의 조합이 버튼이 두 개 있는 마우스보다 더 쉽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왼쪽과 오른쪽이란 늘 헷갈리기 마련이니까.

   이에 관한 심리 연구는 너무나 많다. 누구나 위아래는 쉽게 구분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을 어려워한다.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되기도 한다. 인간의 실수에 대한 역사를 살펴봐도 위아래의 실수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왼쪽과 오른쪽의 혼동은 꽤 많았다. 하지만 키보드에 있는 버튼과 마우스 버튼은 혼동할 일이 없다. 물론 버튼이 두 개 있는 마우스라도 충분한 연습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를 잘 구분하면 훨씬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마우스 컴퓨터 초창기에는 무엇보다 초보 사용자들이 마우스에 최대한 빨리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p.93

   상점에서 고객들을 관찰하다 보면 단순함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같은 제품이라면 최대한 많은 기능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단순함을 원하는 그들의 요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용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과제를 처리해낼 강력한 기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 그래서 추가 기능이 많이 붙은 기기를 사면서 단순함을 부르짖는다. 기능과 단순함, 이 둘은 왜 그렇게 상충하는 걸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더 많은 기능은 곧 향상된 성능이며, 더 단순한 디자인은 곧 높은 사용성이다.' 이 두 개의 진술은 간단한 논리로 바꿀 수 있다. 모든 사람은 향상된 성능을 원한다. 그러므로 더 많은 기능을 원한다. 모든 사람은 쉬운 사용을 원한다. 그러므로 단순한 디자인을 원한다.

   아아, 슬프게도 이는 잘못된 논리다. 나는 기능과 단순함에 대한 모든 주장이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사람들이 향상된 성능과 쉬운 사용을 갈구한다고 해서 더 많은 기능이나 단순한 디자인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용이 쉬운 기기, 즉 이해하기 쉬운 제품이다. 인간 중심 디자인의 핵심은 복잡함을 길들이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는 도구를 이해하기 쉽도록 디자인하면, 사용이 쉬워지고 최적화된 작업을 할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이 제품을 이용하는 시간을 즐겁게 바꿔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복잡함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면 단순함과 복잡함이 트레이드오프 된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냐고 묻는다. 사실 트레이드오프는 잘못된 생각이다. 전제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단순함은 복잡함의 반대가 아니다. 복잡함은 세상의 모습이고, 단순함은 마음의 상태다. 트레이드오프라는 말에는 '단순함이 목표이며, 단순함을 달성하려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트레이드오프는 흔히 말하는 '제로섬 게임'과도 같다. 따라서 더 단순해지려면 복잡함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제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본질적인 복잡함은 포기하면 안 된다. 때로는 복잡함도 필요하다. 우리의 과제는 복잡함이 혼란스러움이 되지 않도록 복잡흠을 다스리는 것이다.


p.100

   지멘스의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과연 그 방식이 옳은 것인지 의심했다. 당신이라면 조작을 적게 하는 세탁기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겠는가? 대충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매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소비자들은 그 많은 기능을 다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떤 기능이 있는 지 일일이 따진 후 구매를 결정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마케팅을 무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이치다.


p.104

   디자이너들의 시각적 선호도는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여백 있고 깨끗한 디자인이 미적으로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선택지와 옵션이 눈에 보이는 북적북적하고 복잡한 디자인보다 사용하기엔 더  어려울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복잡함은 문화뿐만 아니라 경험에 따라서도 다르다.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미적 선호도에 대해 연구했다. 여기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복잡함에도 정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 단순하면 금세 흥미를 잃고 지루함을 느끼며, 반대로 너무 복잡하면 혼란스럽고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중간 수준의 적당한 복잡함을 원한다. 그러나 이 '적당함'도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선호하는 수준이 다르다.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복잡한 것도 쉽게 사용할 수도 있고, 간단한 것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우리는 때로는 복잡한 것을, 때로는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 기술을 길들이는 것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다.


p.225

   얼핏 봐도 서비스와 제품은 별개로 보이지만 막상 서로 다른 점을 정의하려면 상당히 어렵다. 서비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나 일이다. 서비스와 제품의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관점의 차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제품도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냉장고는 제품으로 분류되지만 적절한 온도로 음식의 맛을 유지해준다는 점에서 이것은 서비스다. 카메라도 제품이지만 소유자가 경험을 오래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역시 서비스다. 비슷한 측면에서 은행의 현금 자동인출기를 제조하는 회사에게 이 기계는 제품이지만 고객에게는 기본적인 은행 거래를 쉽게 해주는 서비스의 측면이 강하다.


p.237

   워크맨과 비교했을 때, 제품의 크기는 점차 작아졌고 휴대도 훨씬 간편해졌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조그만 기계에 수천 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제품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존재했다. 첫 번째는 음악을 다운로드할 때 적용되는 법률의 모호함이었다. 음악 파일을 구매한 후, 자신의 플레이어로 옮겨 담는 것은 허용되었으나 그 외 다른 곳으로 유포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두 번째 장애물은 음악을 상품화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일반 사용자에게 구매한 파일을 복사하고 다시 압축해 자신의 휴대폼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고 두려운 과제였다.

   이후 애플이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음악 유통에 혁명이 일어났다. 애플은 서서히 시장을 잠식해갔다.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의 판매를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음반회사들이 그들의 제품을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p.241

   애플이 아이팟 제품군을 휴대폰, 노트북, 디스플레이 패드 그리고 컴퓨터, 전화기, 카메라, 비디오, 사운드 시스템과 연결되는 다른 기기들로 확장하면서 이 생태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물론 장르가 음악을 넘어 사진, 비디오, 영화, 게임, 신문, 잡지, 책처럼 다른 매체로 확장되어도 기본 시스템의 원칙과 관점을 충실히 따랐다. 제품의 외형적 구조, 성능, 명칭이 바뀌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끊이지 않도록 매끄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일관된 철학을 지켰다. 사업 환경이 바뀌면서 애플의 제품군은 계속 변했지만 그래도 다음의 세 가지 면에서 언제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 개별 제품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져 융합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2. 시스템은 가장 약한 링크라는 사실을 인식하라

3. 전체적인 경험을 위해 디자인하라 


p.274

   서비스는 제품과 달리 눈에 띄는 화려함이 없다. 서비스 디자인은 절차다. 그래서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 실행 중인 상태를 분석해야 한다. 


p.335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한때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스타일, 패션, 인테리어와 같이 시각적인 면만을 가리켰던 저기 있었다. 제품은 이미지로 표현되어 겉모습으로 가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디자인 업계는 고객의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고 긍정적이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능과 작동 방식을 고민한다. 그리고 훌륭한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좋은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적합한 커뮤니케이션이 곧 디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모든 규칙은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중심으로 진화한다.

   

p.336

   인간 중심 디자인 분야가 막 떠오를 무렵 두 명의 스위스 학자 유르흐 니버겔트와 J.와이더트는 디자이너와 기획자에겐 '흔적, 현장, 양식'이라는 세 가지 상태의 지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시 '과거, 현재, 미래의 지식'이라는 지식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니즈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의 지식은 말 그대로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작점과 목표 지점을 비교했을 때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시스템이 현재 상황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고 있다.

   과거의 지식의 지금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시스템은 아예 과거를 지워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예상치 못했거나 원치 않는 상태에 처했을 때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됐는지 알 수 없다. 이전 상태가 어떠했는가도 기억하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는 아무리 현재 상태가 좋아도 미래에 다시 이곳으로 오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해 이전 상태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도 그 방법을 기억할 수 없다.

   미래의 지식은 무엇을 기대할지 아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다. 이로 인해 많은 감정이 생겨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부족하면 시스템 파악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불필요한 긴장을 하게 된다.


p.338

   디자인에 대한 나의 원칙 중 하나는 오류 메시지를 없애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그건 잘못됐어.'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디자인이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때 등장하는 오류 메시지는 시스템이 혼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책임을 질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삶에는 오류 메시지가 없다. (중략)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오류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순간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시스템이 스스로 설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이 눈에 보이고 대안도 명확한 물리적인 시스템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다. 무언가 잘못됐을 때 문제의 여러 증상과 가능한 대안을 보여줌으로써 대처 방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정보다.

   오류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한 모든 정보들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너무 일찍 알려주면 지겹고 재미없다. 하지만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순간을 포착해 정보를 제공하면 동기가 부여되고 참여 의지도 높아진다.


p.365

   좋은 매뉴얼보다 더 필요한 것은 매뉴얼이 필요 없는 시스템이다. (중략)

   회사는 사용자에게 훌륭한 경험을 주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제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이 되기 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