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일보 문화부 [소프트시티]
[프랑스 마르세유 프리쉬]
렉스트레 부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존에는 늘 정책이 먼저였는데, 현장에 서 움직임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정책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사회문화적 파장이 컸습니다. 보고서를 만들 당시만 해도 프리쉬는 극히 일부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대중과 도시에 긴밀하게 연결된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했지요. (중략) 주의할 점이 있다면 사회마다 맥락이 다르기에 절대로 다른 나라의 사례를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일본 교토]
무네타 요시후미 교토부립대 생명환경학부 교수는 민주주의 원론까지 들먹이며 전통경관 보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 땅과 집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고, 그중 보존을 반대하는 사람은 더 소수입니다. 그들을 위해 시민 전체의 재산인 도시 경관을 무너뜨리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맞는 일일까요? 개인이 점유하는 사유재산의 가치를 절대화하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에요."
[독일 베를린]
타 클래스의 대외협력을 맡고 있는 마르틴 라이테르는 "독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기에 폐건물이나 다름없는 이곳을 그대로 사용한다"며 "건물은 외관보다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진실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베를린 시 문화 분야 대변인 토르스텐 보엘레르트 박사는 "베를린은 독일의 역사와 건축사의 중심지다. 전쟁으로 파괴된 이곳에서 지난 시절의 기억들은 현대적으로 생생하게 보존된다"라고 강조했다. 과거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곧 미래가 된다는 문화적 인식이야말로,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우파 파브릭은 1930년대 나치 선전영화 제작으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그런 잊지 못할 역사적 배경이 있기에 건물을 부수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나쁜 역사라도 우리에게 속한 것이다. 그것을 없애면 우리의 정체성과 뿌리가 흔들리기에 옛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
[일본 요코하마]
그런데 시의 창조도시 추진본부장 아키모토 야스유키 씨는 요코하마의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살고 싶은 도시'라는 말을 반복했다. 경관으로 보이는 도시의 세련됨보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매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영국 리버풀]
맥콜건 국장 " 새로운 창조의 기회는 늘 역사 속에서 나온다."
(미국 뉴욕)
그(필드 오퍼레이션스 선임 건축가 황나현)가 하이라인 디자인의 핵심 개념으로 삼은 것은 'Agri-Tecture'. 농업 Agriculture와 건축 Architecture 에서 따온 신조어인데, 말하자면 자연과 인공의 변증법적 종합인 셈. 철도를 공원화하는 것 자체가 그 두 요소의 어울림이다. 실제 공원을 구성하고 있는 것도 콘크리트와 강철, 그리고 야생의 식물들의 조합이다. 황씨에게도 '보존과 개발'이라는 딜레마는 풀어야 할 숙제였다.
[스위스 취리히]
베아트리체 에비 우르벤 취리히 시 지역개발부장은 "지역 자체를 예술적 공간으로 꾸민다는 것은 단순히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과 예술, 금융과 문화의 결합은 취리히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베티나 부르크하르트 취리히 시 공공미술 작업그룹 실장 "뒤늦은 출발은 약점일 수도 있지만 다른 도시의 장점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장점도 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네덜란드 건축연구소 NAI 가 현재 가장 중점을 둔 장기 사업은 '대응하는 건축 Architecture of Consequence'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건축가는 멋진 건축물을 짓는 데 그치지 말고 사회 현안에 건축적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대응하는 건축'입니다. 우리는 7개의 어젠다를 설정했죠. 에너지, 사회융합, 시간, 공간, 음식, 가치 창조, 건강이 그것입니다."
[싱가포르]
19세기 영국의 식민지로 대 중국 무역항에 불과했던 이 도시가 글로벌 금융 허브로 성장한 동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점, 중앙집권을 기반으로 한 경제개발정책이 성공을 거둔 점도 물론 중요한 배경이다. 그러나 영어 공용화, 각종 세제 혜택, 유연한 고용 환경, 안정적 환율 같은 조건을 갖췄다고 다 금융 허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인재를 붙잡을 수 있도록 치안, 의료, 교육, 환경, 육아, 교통 등 생활과 밀착된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싱가포르 정보통신예술부의 예술 산업 분야 총책임자 리우 춘 분 씨는 "싱가포르는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의 문화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시티를 지향한다"라고 말했다. 또 "투자자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그 도시의 환경과 생활의 질"이라며 "금융과 예술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라고 말했다.
[영국 게이츠헤드]
'북쪽의 천사'는 탄광촌 게이츠헤드의 암울한 과거, 그리고 문화도시를 향한 희망을 동시에 웅변한다.
[네덜란드 드라흐텐]
공유공간 개념의 핵심은 분리 대신 통합, 규제 대신 자율이다. 몬더만은 사람과 차를 섞고 도로와 주변 환경을 연결해 서로 소통하는 좀 더 인간적인 공간, 신호만 믿고 방심할 게 아니라 주위를 살펴 책임 있게 행동하는 새로운 윤리를 원했다. 그건 공간의 성격, 사람들의 행동방식을 바꿔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기도 했다.
"공유공간은 공공장소를 사회의 중심으로 봅니다. 산보, 쇼핑, 만남 등 다양한 활동이 거기서 일어나죠. 공유공간은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없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죠. 어느 경우든 중심은 교통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결국 공유공간의 목표는 공공장소의 공공성을 높여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