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채만식 [태평천하]
"헤헤, 나 참, 세상으 났다가 벨일 다아 보겄네!....... 아니 글씨, 안 받어두 졸 드끼 처분대루 허라던 사람이, 인제넌 마구 그냥 일 원을 달래여? 참 기가 맥히서 죽겠네...... 그만두소. 용천배기 콧구녕으서 마널씨를 뽑아 먹구 말지, 내가 칙살스럽게 인력거 공짜루 타겄넝가!...... 을메(얼마) 받을랑가? 바른대루 말허소!"
"종학,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 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다냐?"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붙잽혔다는 뜻일 테지요!"
"사상 관계라니?"
"그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
"으엉?"
아까보다 더 크게 외치면서, 벌떡 뒤로 나동그라질 뻔하다가 겨우 몸을 가눕니다.
윤직원 영감은 먼저에는 몽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같이 멍했지만, 이번에는 앉아 있는 땅이 지함을 해서 수천 길 밑으로 꺼져 내려가는 듯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단코 자기가 믿고 사랑하고 하는 종학이의 신상을 여겨서가 아닙니다.
윤직원 영감은 시방 종학이가 사회주의를 한다는 그 한가지 사실이 진실로 옛날의 드세던 부랑당패가 백길 천길로 침노하는 그것보다도 더 분하고, 물론 무서웠던 것입니다.
"......착착 깎아 죽일 놈!...... 그놈을 내가 핀지히여서, 백년 지녁을 살리라구 헐걸! 백년 지녁 살리라구 헐 테여...... 오냐, 그놈을 삼천 석거리는 직분히여줄라구 히였더니, 오냐, 그놈 삼천 석거리를 톡톡 팔어서, 경찰서으다가, 사회주의 허는 놈 잡아 가두는 경찰서으다가 주어버릴걸! 으응, 죽일 놈!"
마지막의 으응 죽일 놈 소리는 차라리 울음소리에 가깝습니다.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전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