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랑셴핑 [자본전쟁]
오늘날 최대의 제국주의 국가는 토지를 분할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본을 통해 세계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전쟁을 통해 토지를 분할하고 시장을 점령했는데, 현재는 보다 간편하게 자본이나 독점 동맹을 통해 직접 세계시장을 분할해 자본의 목적을 실현한다. 이는 과거의 '토지 분할'이 오늘날 '경제 식민지'로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다.
신제국주의는 제국주의의 본성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은 국가와 더욱 능숙하고 조화롭게 결합하고 있다. 그들은 자본과 군사력을 이용해 소위 말하는 게임의 룰을 만들고, 나아가 전략적인 음모를 통해 약소국가와 민족을 꼼짝 못하게 묶어두고 있다. 신제국주의는 천연자원은 물론 농업에서 공업까지, 그리고 이익이 되는 산업이라면 모조리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사상 면에서 한 국가와 민족을 통제하고, 경제적으로 완전히 의지하는 부속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제국주의 새로운 본질이다.
몬산토가 그렇게 만만한 상대일까? DK 008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는가? DK 008호는 유전자를 변형한 종자이다. 농민이 재배하고 생산한 다음 얻은 종자를 심을 경우, 3대 이후의 생산량은 대폭적으로 하락한다. 또한 DK 008호 제 1대는 병충해에 특히 강하나 잠재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병충해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DK 008호는 가장 중요한 병충해 A에는 강하나 나중에 B, C, D, E 등의 병충해가 확대되기 시작한다. 현제 A 병충해가 가장 심한 이유는 다른 병충해의 독성이 그보다 강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A를 통제한 시기가 지나간 다음에는 B, C, D, E 등의 병충해가 모두 일어난다. 일단 DK 008호를 재배하면 1~2년간은 A 병충해를 막아낼 수 있지만 2~3년 후에는 B, C, D, E 병충해가 모두 나타난다. 그래서 3년 후에는 생산량이 대폭 하락할 뿐 아니라 더 많은 농약을 사서 병충해를 없애야 한다.
그러면 어떤 농약이 과연 B, C, D, E 등의 병충해를 없앨 수 있을까?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B, C, D, E 등의 병충해를 죽일 수 있는 특효약 생산 능력을 가진 기업은 전 세계에 단 2곳뿐이다. 하나는 당연히 몬산토이고, 다른 하나는 독이르이 바스프이다.
농민들이 처음 재배하는 DK 008호는 문제가 없으나 2~3대 후에는 생산량이 하락하고 B, C, D, E 등의 병충해가 모두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하나는 몬산토로부터 농약을 사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다시 그들에게 종자를 사는 것이다. 그들은 계속 종자 값을 벌어갈 뿐 아니라 여기에 농약 수입까지 생겨 막대한 양의 돈을 챙기게 될 것이다.
중국은 과거 몬산토의 유전자 변형 항충 면화 33B를 들여와 자체적으로 생산했다. 그럼에도 일단 미국 면화를 수입하기 시작하면 중국의 면화 시장은 대두와 옥수수 시장의 뒤를 이어 함락되고 말 것이다. 더구나 이 붕괴의 결과는 더욱 심각해진다. 대두가 함락된 이후에 영향을 받은 것은 식용유였다. 옥수수가 함락된 이후에 영향을 받은 것은 가축 및 가금류와 달걀, 유제품을 포함한 파생 제품들이었다. 나아가 이는 중국의 식품에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친다. 일단 면화가 장악당하면 중국의 가장 중요한 주력 수출품인 방직제품의 원료가 미국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중국의 방직 산업은 전문적으로 제조만 하고 원료는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야만 한다. 그런데 현재 면화의 가격 결정권은 미국의 수중에 있다. 중국의 방직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려면 중국은 제조만 하고 산업 사슬의 기타 6대 고리는 모두 미국이 통제한다. 그래서 중국의 방직 제품의 가격 결정권 역시 미국이 통제한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중국의 방직 제조 기업은 원료 가격 결정권을 장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판매 가격 결정권도 장악하지 못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제조는 모두 중국에 이양하여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하며 노동자를 착취한다. 중국이 고생 끝에 창출한 이윤은 이렇게 미국이 전부 빼앗아가 버린다.
월마트는 이렇게 산업 사슬의 상류와 하류를 통합했다. 통합을 완성한 후 징정한 경쟁 수단은 독점 후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하하는 것이었다! 이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을 완전히 비켜갔다. 월마트는 2008년 말부터 유사 이래 최대의 가격 인하 행사를 단행하여 상품의 가격 인하폭은 대부분은 20%에 달했다. 심지어 일부 상품의 하락폭은 40%를 넘기도 했다. 또한 날마다 테마 판촉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중략)
두 번째 행보는 기타 대형 중간상과 소매상이 사라졌을 때 월마트와 공급업체의 관계가 변한 것이다. 이때 월마트는 더 이상 공급업체에게 물품 공급을 부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급업체가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도리 없이 월마트에게 물품 공급을 구걸해야 했다.
중국에서 농업용 토지는 법적으로 이전하거나 저당 잡히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월마트는 농민들과 계약을 체결해 채소를 구입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런저런 궁리 끝에 농민들의 이익을 보장해줄 요량으로 이 통제를 점차 풀어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토지까지 완전히 개방되면 월마트는 채소 공급업체에게 돈은 빌려줄 것이다. 이어 이 공급업체가 나서서 땅을 산 다음 다시 농민에게 재배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다국적 기업의 농산물 재배 단지가 된 역사가 자연스럽게 재현된다. 재배 고리의 이익마저도 완전히 월마트에게 먹히는 꼴이 되고 만다.
소말리아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소말리아의 무정부 상태를 틈타 소말리아인들을 유린한 제국주의자들이다. 생계 수단을 강탈당한 어부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불법 침입자들을 쫗아낸 것이 잘못된 일인가?
그러나 미국 제5함대 대변인 제인 캠벨은 이에 대해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비록 각국에서 파견한 해군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소말리아 해적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문제는 해군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근원이 해상이 아닌 육지에 있기 때문이다."
산업 독점은 진정한 제국주의가 아니다. 그저 제국주의의 초기 단계일 뿐이다. 진정한 제국주의는 한 국가와 민족의 사상을 완전히 지배하고, 그 나라의 산업이 종주국에 완전히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코트디부아르에 대한 정책의 기저를 동질화 assimilation와 연합 association에 두었다. 동질화는 식민지 국가의 제반 분야에서 프랑스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식민지의 사회 체제, 법률 및 사회 관리 각 분야에서 프랑스 제도를 답습하도록 하는 것을 가리킨다. 연합이라는 것은 코트디부아르에서 프랑스 이익에 부합되는 현지 풍속과 관례만 보존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2차 대전 종식 후 프랑스 드골 정부는 코티드부아르의 독립이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코트디부아르 독립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나갔다. 프랑스의 계획대로라면 코트디부아르가 형식적인 '독립국'이 된 후에도 프랑스는 여전히 정치적, 문화적으로 최대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적극 실시한 것이 아프리카에 프랑스 문화 전파를 목적으로 한 '문명화의 사명 mission civilisatrice 프로젝트'였다.
서방 각국은 아프리카 광업을 철저하게 통제했을 뿐 아니라 농업 구조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프리카 재배농들은 서방 식민주의의 강요에 못 이겨 전통 농작물을 포기하고 수출 전용 경제 작물만 재배하다 보니, 아프리카의 대부분 경지가 몇 종류 안 되는 경제 작물의 재배에만 이용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아프리카 농업은 단일 경제 작물 재배 구조로 완전히 바뀌었다. 예컨대 동아프리카에서는 목화, 커피, 담배 및 아마만 재배했다. 또 서아프리카에서는 땅콩, 카카오, 목화 및 올리브만 재배했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는 서방에 원료를 제공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따라서 금융, 재정, 무역 등 제반 분야에서 갈수록 서방에 의존하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국가가 아프리카와 협력을 진행한다면 필연적으로 서방 각국의 이익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서방 언론들이 편견을 가진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08년 3월 18일, 오바마는 필라델피아에서 '더욱 완벽한 연합'이라는 제목의 유명한 연설을 발표했다. 그의 첫마디 말은 다음고 같았다.
"죄송합니다. 저는 라이트 목사와 절교할 수 없습니다."
오바마가 라이트 목사를 비난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좌중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오바마는 말을 이었다.
"저를 키워주신 백인 외조모를 부정하는 것 이상으로 그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흑인이고 어머니는 백인입니다. 그분들은 제가 어릴 때 이혼했습니다. 저는 외조모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분은 백인입니다. 그분은 저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저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외조모도 흑인에 대해서는 인종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제게 '거리에 나가면 흑인들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제일 두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그분은 흑인들을 증오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외조모와 절교를 해야 할까요? 마찬가지로 저는 라이트 목사와도 절교할 수 없습니다. 이 분들은 제가 사랑하는 미국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라이트 목사는 분명히 잘못을 범했습니다. 그가 행한 설교의 큰 잘못은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에 대해 극단적으로 말했다는 게 아닙니다. 미국 사회가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고 더 변할 수 있는 국가라는 사실을 잊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는가'에 있다. 앨 고어는 그저 영화 한 편을 찍었을 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 제작에 참여했을 뿐 감독을 맡은 것도 아니다. 어쨌든 그는 영화를 통해 지구 온난화를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한마디로 그는 북유럽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중국이 미국에 환심을 표시한 결과 무엇을 얻었는가? 이미 앞에서 말했다시피 다름 아닌 세 가지 선물이 있다.
첫 번째는 환율전쟁이다.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끊임없이 강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무역전쟁이다. 중국산 타이어 특별 세이프 가드 발동이 그 시작이었다.
세 번째는 원가전쟁이다. 미국산 옥수수, 대두, 면화는 최근 중미 양국 무역에서 가장 민감한 품목이 됐다. 중국은 양국 간 원가전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