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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컹리 Dec 22. 2017

책에 관하여

#46 


01. 

어릴 적 책을 잘 읽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까지 문제집 말고는 책을 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책을 읽고 있다. 무언가 갈망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02. 

난 책을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리고 30분 이상 책을 들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다. 머리가 피곤해진다. 머리가 복잡해져 가득 찬 주전자에 물을 넣듯이 텍스트가 들어오지 못한다. 도로 넘쳐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꾸준하게 책을 띤다. 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기 때문이다. 짬이 날 때는 무조건 책을 든다. 5분, 10분 집중해서 읽는다. 5분, 10분이 모여 결국 책을 독파한다. 무언가 갈망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03.

작년에 [정의란 무엇인가] 읽었다. 하숙집 침대에서 거꾸로 누운 채로 마이클 샌델과 씨름하던 때가 생각난다. 절반만 읽고 더 이상 내용이 눈에 들어않아 책을 덮었다. 나에게 너무 벅찼다.


허나 지금은 이 책이 뚫린다.

그 사이에 내가 달라졌구나, 성장하였구나를 느낀다.

할 때는 실력이 느는 게 티가 안 나지만 꾸준하게 하면 달라지기는 하구나. 



04.

나는 새 책이든 중고책이든 사면 바로 읽어야 한다. 

새 옷을 보면 당장 입고 싶듯이 새 책을 보면 당장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그때 안 읽으면 그 책은 다시 안 집게 된다.

그래서 책을 사면 바로 읽어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05.

책을 읽고도 답답할 때가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지식이 쌓이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수첩에 따로 요약하기도 정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금세 지루해져 그만둔다.


그렇지만 나는 책을 읽는다.

왜냐하면 저자가 글을 매개로 하여 나에게 새로운 주제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 주제가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던져주고 나의 사고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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