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01.
어릴 적 책을 잘 읽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까지 문제집 말고는 책을 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책을 읽고 있다. 무언가 갈망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02.
난 책을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리고 30분 이상 책을 들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다. 머리가 피곤해진다. 머리가 복잡해져 가득 찬 주전자에 물을 넣듯이 텍스트가 들어오지 못한다. 도로 넘쳐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꾸준하게 책을 띤다. 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기 때문이다. 짬이 날 때는 무조건 책을 든다. 5분, 10분 집중해서 읽는다. 5분, 10분이 모여 결국 책을 독파한다. 무언가 갈망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03.
작년에 [정의란 무엇인가] 읽었다. 하숙집 침대에서 거꾸로 누운 채로 마이클 샌델과 씨름하던 때가 생각난다. 절반만 읽고 더 이상 내용이 눈에 들어않아 책을 덮었다. 나에게 너무 벅찼다.
허나 지금은 이 책이 뚫린다.
그 사이에 내가 달라졌구나, 성장하였구나를 느낀다.
할 때는 실력이 느는 게 티가 안 나지만 꾸준하게 하면 달라지기는 하구나.
04.
나는 새 책이든 중고책이든 사면 바로 읽어야 한다.
새 옷을 보면 당장 입고 싶듯이 새 책을 보면 당장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그때 안 읽으면 그 책은 다시 안 집게 된다.
그래서 책을 사면 바로 읽어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05.
책을 읽고도 답답할 때가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지식이 쌓이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난 후 수첩에 따로 요약하기도 정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금세 지루해져 그만둔다.
그렇지만 나는 책을 읽는다.
왜냐하면 저자가 글을 매개로 하여 나에게 새로운 주제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 주제가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던져주고 나의 사고를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