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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재 Part 1

맥베스

#64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by 컹리



멕베스 : 넌 목 베기의 명수다. 하지만 플리언스를 처치한 사람도 훌륭해. 만약 네가 했다면 넌 천하무적이야.

자객 : 국왕 폐하……. 플리언스는 도망쳤습니다.

멕베스 : 내 박작이 도지는군. 안그러면 완벽한데, 티 없는 대리석, 부동의 바위처럼 자유롭고 거침없는 주위의 대기처럼. 하지만 난 지금 건방진 의심과 두려움에 구속, 감금되었어. 벵코는 틀림없지?

자객 : 예, 폐하. 개골창에 처박혀 머리에 큰 상처를 스무 개나 입었으니 틀림이 없습니다. 가장 작은 거라도 죽습니다.

멕베스 : 고맙구나. 큰 뱀은 뻗었고 달아난 작은 뱀은 천성이 때가 되면 독을 품을 것이지만 당장은 이빨이 없을 터. 물러가라. 내일 다시 우리 서로 주고받자. (자객 퇴장)




(4막 3장) 맬컴과 맥더프 등장.

맬컴 : 그럼 우리 인적 없는 그늘을 찾아가 슬픈 가슴 울어서 비웁시다.

맥더프 : 그보다는 치명적인 칼을 잡고 올바른 사람처럼 쓰러진 조국 위해 싸웁시다. 아침마다 새 과부들 신음하고 새 고아들 울부짖고 새 슬픔이 하늘 치니 하늘은 스코틀랜드와 공감하듯 반향하며 비슷한 통곡이 되울려 퍼집니다.

맬컴 : 난 믿는 건 통탄하고 아는 건 믿겠으며 시정할 수 있는 건 때가 무르익으면 그리할 것이오. 아마도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이름만 불러도 혀가 타는 이 폭군도 한때는 정직하다 그랬죠. 당신은 그를 많이 좋아했고 그는 아직 당신을 안 해쳤소. 난 어리나 나를 팔아 챙길 것이 있을지도 모르며 노한 신을 달래려고 연약하고 순한 양을 바치는 행위도 현명하죠.

맥더프 : 전 배신은 안 합니다.

맬컴 : 맥베스는 합니다. 훌륭하고 덕 있는 사람도 왕명에는 굴복할 수 있지요. 그러나 용서를 빕니다. 내 생각이 당신의 본성을 바꾸지 못할 테니. 가장 빛난 천사가 타락해도 천사는 빛나고 더러운 것 모두가 미덕의 탈을 써도 참미덕은 그대로죠.




그리고 맥베스가 어둠의 유혹을 받았을 때에도 악마들의 '진실' 을 쉽게 믿지 말 것을 충고한다. (1막 3장 124~127행) 따라서 우리는 맥베스가 마녀들을 만나기 이전부터 그 안에 잠재해 있던 권력욕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외적인 자극이 강하다해도 내적인 호응이 없다면 그 자극은 아무런 결과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맥베스의 비극은 자신의 욕망이 초래한 것이며 근본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권력욕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마녀들이 촉발시킨 맥베스의 내적 갈등이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맥베스의 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욕망은 중립적이다. 그것은 하나의 에너지일 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리고 마녀들의 예언은 얼마든지 순리에 따라 이루어질 수도 있다. 맥베스 자신도 말했듯이 "운에 따라 왕 될 거면" 구태여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도 "운에 따라 / 관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막 3장 145~146행) 그런데 그의 욕망이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게 되면 그것은 도덕적인 선과 악으로 양분되어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맥베스가 품고 있는 야심이다. 하지만 맥베스의 경우 야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의 표현 방법이다. 맥베스의 갈등은 언제나 양심과 야심, 선과 악, 충성심과 역심과 같은 상반되는 가치의 대립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맥베스의 권력욕 자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욕망을 표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이다. 바로 이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와 표현 방식이야말로 맥베스의 혼란을 가중시켜 그를 점점 더 깊은 갈등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더 깊은 악의 세계로 빠뜨리는 주범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맥베스를 동정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그를 사악한 살인범이 아니라 인간성의 고귀함을 입증하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주 원인이다. 맥베스의 이분법적인 갈등이 치열하면 할수록 빛을 발하는 것은 그의 악한 마음이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고 싶어 하는 그의 선한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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