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딸
겉으로는 편안한 바다
수면 위에서 부서지는 빛들
내 안을 흐르는 별빛들은
하나 이루면 또 하나가 태어나
끝없이 꿈을 낳는다
그 아래 깊은 곳
서로 엇갈린 해류가 몰아치고
빛이 스미지 않는 틈에서
이름 없는 것들이 숨쉰다
누군가 묻는다
왜 늘 차분하냐고
나는 대답 대신 미소 짓는다
이 수면 아래의 풍경을
어떤 말로 옮길 수 있을까
누군가 앞에 서면
목구멍이 메마르고
말들은 돌처럼 무거워진다
그들은 고요한 표면만 본다
바늘 끝이 살갗을 스칠 때
그 떨림을 온몸으로 받지만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다
새벽이면 더 깊어지고
밤이면 더 거세진다
계절이 바뀌어도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깊이를 재기 힘든 물결
서로 다른 온도로 흐르는 것들
어떤 날은 폭풍이 일고
수면이 거칠게 요동칠 때
깊은 곳은 더욱 고요해진다
밖으로 쏟아져 나갈수록
안은 더 작아져
조용한 곳으로 스며든다
가장 깊은 곳
영원히 가라앉는 사람이 있던 자리
늘 같은 온도로
그곳의 나는 변하지 않는다
그의 긴 한숨이
내 안에서 물결이 되어
모든 깊이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