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2.1

나는 아픈적이 없었다

by 이지선

경계2.1


나는 환자들과 함께 아프고 싶었다
13년간 손바닥으로 관절의 열을 받아내며
38.2도가 나의 체온이 되기를 바랐다


촉진할 때마다
누구의 손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왔고
거울에 비친 나비 발진을 보았으며
집으로 가는 세 개의 모퉁이마다 환자들의 절뚝거림이
내 걸음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나는 경계를 잃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나는 아프지 않았다
단지 아픈 척했을 뿐이다


진료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갔고
저녁을 먹었으며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내 침대에서 잠들었고
새벽 6시 15분에 일어나
다시 병원으로 갔다


환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집밥을 먹지 못했으며

이름 대신 병명으로 불렸고
침대가 아닌 침상에서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밤을
보냈다


38.2도는 내 것이 아니었다
손바닥의 열기는
씻으면 사라지는 감각일 뿐이었다


나는 그저
감각이입을 고통으로 착각했고
연민을 아픔으로 오인했으며
의사로서의 예민함을
환자로서의 고통과 혼동했을 뿐이다


경계는 여전히 있었다

진료실 문턱
청진기 양쪽 끝
처방전을 건네는 두 손 사이


나는 경계를 잃은 적이 없었다

단지 잃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잃고 싶음'조차
어쩌면 나를 좋은 의사로
착각하고 싶은
또 하나의 오인이었는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경계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