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각
어머니는 예전부터 여행을 굉장히 즐기신다.
올해만 해도 벌써 국내외로 내가 당장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대여섯 번을 다니신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시는 등, 굉장히 활발하셨으나,
최근에는 연세가 연세이신지라, 국내 혹은 아시아 지역을 주로 다니신다.
그럼에도 더 늙기 전에 북유럽을 꼭 가봐야 된다며, 준비 중이시다.
그런 어머니가 여행에서 어제 돌아오셨다.
그날은 나에게는 굉장히 피곤한 날이었다. 서울은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고,
일도 억수같이 쏟아졌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몇몇 공장들까지 침수되어
하루종일 이리저리로 비 맞으며, 불려 다녔던 굉장히 고단한 하루였다.
퇴근 후 침대에 쓰러져 그냥 쉬고 싶었지만, 당연하게도 어머니는 나를 붙잡고
그간의 여행에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열심히 풀어내시기 시작하셨다.
(아버지와 형, 두 사람은 여행에 전혀 관심도 없고 무뚝뚝한 사람들이라,
아마 그나마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귀가하기를 기다리셨을 듯하다.)
이번에 가셨던 행선지는 바로 '백두산'이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애국가나 교과서,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 신물 나게 봐왔을 '백두산'이지만,
나 역시 단 한 번도 실제로 '백두산'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렇게 살면서 지겹게 듣고 봐왔던, 하지만 단 한 번도 육안으로 담아본 적 없는
'백두산', 그리고 '백두산 천지'를 어머니는 다녀오셨다.
중국 연변을 통해 올라가셨으며, 중국 현지에서는 '장백산'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와 달리 북쪽의 날씨는 제법 괜찮았지만, 백두산의 날씨는 워낙
변덕이 심해 실제 '백두산 천지'를 보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백두산 천지'는 '백명중 두 명만 볼 수 있어 백두산'이라는 농담도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올라가던 날도 '백두산'의 변덕으로 날씨가 제법 흐릿했다고 한다.
그렇게 수많은 계단을 올라 도착한 '백두산 천지' 다행히도 올라가는 동안
날씨는 맑게 개었고 아주 푸르르고 맑은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머니는 수십 장의 사진을 내게 보여 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셨다.
듣고 있던 중 불현, 기념품으로 무엇을 사 오셨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기념품은?"
나는 분명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간다고 하셨을 때,
괜찮은 '차'를 좀 사 와 달라고 부탁드렸었는데...
정작 어머지가 들고 오신 것은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는,
'목이버섯'이었다.
"이게, 내 기념품이야?"
"어, 너 목이버섯 좋아하잖아."
"누가요? 제가요?, 언제부터요?, 저도 몰랐는데요."
"요리해 줄 테니 너 다 먹어."
아마 한동안 나는 목이버섯을 먹어야 될 것 같다.
(심지어 정말로 나는 목이버섯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현제 어머니는 언젠가 일본에서 쇼핑 정도는 원활하게 하고 싶으시다며,
동네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일본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배우고 계시다.
좋은 의미로 우리 어머니는 매우 바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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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머니 아들은 '목이버섯'을 기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