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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ug 23. 2024

난 그만 서울에서 도망칠래

일상의 생각

 


Never forget oh my lover Seoul...

           (조용필 - 서울 서울 서울 中)


아마도 30대 중후반,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에게 큰 관심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부동산, 특히 서울의 집값일 것이다.

나는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하는 재테크에 그다지 관심이 큰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벌써 주변 친구들 몇몇이 서울의 물가와 집값을 버티지 못하고

서울을 떠났다. 이쯤 되니 관심이 생기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게 된 것도 사실이다.


"ㅇㅇ원 이면은 여기서는 50평이 넘는 고급 빌라도 살 수 있어!"


서울을 떠난 친구가 처음 근교에 집을 구하며 내게 해준 말이다.

친구가 자리 잡은 곳은 저 멀리 한적한 시골도 아니고,

서울을 살짝 벗어난, 차로 달리면 1시간 남짓한 시간에

서울에 중심부까지 닿을만한, 가깝다면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거리.


'서울만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집값이 이렇게 하늘과 땅차이란 말인가?'


그리고 친구가 말한 ㅇㅇ원, 서울에서는 아파트 전세도 구하기 빠듯한 금액이며,

아주 조금만 무리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 만한 금액이다.

딱히 아직은 집에 대한 욕심이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던 나이지만,

오래전부터 서울의 생활에 큰 염증을 느끼던 내게 있어,


친구가 보내준, 고급 빌라의 사진들과 시세에 관한 정보는

내 마음을 크게 동하게 하기 충분했다.

당연히 내게는 그렇게 고급스럽고 큰 집은 필요 없다. 청소하기만 귀찮을 뿐이다.

그보다 아담한 집은 그만큼 저렴하리라,

그렇게 현제 내가 갖고 있는 예금과 적금, 각종 청약을 해지하고,

이래저래 머릿속에서 혼자 이런저런 계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의미 없는 계산과 상상들로 머리를 굴리던 중,

직장 문제에서 생각이 멈췄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출퇴근일 것이다.

이미 일찍이부터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나의 직장 생활...

그렇게 일단 회사는 그만두고 이직한다고 가정을 하기로 했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어차피 상상만 해보는 것인데,


'상상은 언제나 무료다.'


근데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면 굳이 서울 근교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좀 더 공기 좋고, 풍경도 좋은 곳도 얼마든 지 많을 텐데,


"기왕이면 바다가 보이면 좋겠군..."

"근데, 그렇다면 굳이 한국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나는 상상 속에서 서울을 벗어나 멀리멀리 떠나고 있었다.

아득히 멀리 멀-리로, 가본 적 없는, 언젠가 어느 날 꼭 가보겠다고 다짐했던

작은 엽서 속에 그려져 있던,


강렬한 햇살이 내려쬐는 태평양의 폴리네시아 제도 어딘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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