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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Jan 24. 2024

샐러드 대전

일상의 생각

새해를 맞으면 늘 어느 모임이나 그렇듯 온갖 다짐들로 넘쳐난다. 특히 건강에 관한 다짐, 금연, 운동, 다이어트 등등 거의 빠지지 않고 새해 목표 중 하나로 차지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 초 우리 회사에 샐러드 붐이 이렀다.


평상시에도 종종 샐러드를 사 먹는 나에게는 그다지 손해 보는 느낌은 아니었으나, 여기서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A라는 가게의 연어샐러드+와사비마요 소스추가를 좋아한다. 하지만 일부 까다로운 동료들이 A가게의 신선도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B가게를 추천했고, B가게에는 연어 샐러드와 와사비 마요 소스가 없다. 그리고 A가게에는 게맛살 샐러드가 포함되어 있지만,B가게에는 이상한 버섯볶음이 나온다. 따로 시키면 되겠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배달비를 무시할 수 없다.


참을 수 없었다. 애당초 샐러드 같은 풀때기를 돈 주고 사 먹는다고, 작년까지 내게 핀잔을 주던 이들이 이제 와서는 B가게에 주문을 하라고 압박을 하다니. 나는 직권남용을 절대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여기서 나의 직위를 이용해 B가게를 추천하는 의견들을 하나하나 묵살해 나갔다.


순조로웠다. 주부사원님이 등장하시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부사원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년간 살림을 겸업 하시는 대단하신 분이시며, 그렇기에 당연 맛과 식재료의 신선도에 있어서는 민감하신 분 이시다. 때로는 대표님 조차 주부 사원님께 잔소리를 피하시지 못하신다.


내 직위가 뭐가 됐건, 주부 사원님의 눈에 나는 그저 철없는 막내 동생의 반찬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다. 바로 연어의 효능을 어필하며, 주부사원님을 아군으로 포섭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신선도에 문제제기가 된 시점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연어? 요즘 운동해서 그래? 닭가슴살도 있네 이거 드셔!"

(아니 전 그냥 연어를 좋아합니다만...)

"실장님이 뺄 살이 어디 있다고 운동을 해, 그냥 여기 우삼겹도 있네 이거 드셔"

(저는 살 빼려는 게 아니라... 아니 그냥 닭가슴살 샐러드 먹을게요.)


처참한 패배였다. 무엇보다 나의 직위를 이용해 묵살했던 이들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몹시 아니꼬웠다. 나는 이 날의 패배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운동도 안 하면서 샐러드 만으로 다이어트가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나의 점심을 침해하는 가증스러운 것들 같으니라고...


나는 그들의 새해 다짐이 작심삼일로 끝나길 바란다.

나의 즐거웠던 점심의 연어 셀러드를 그만 침해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예전처럼 연어 셀러드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닭가슴살 셀러드를 먹으며, 조용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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