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나는 잠도 많은 주제에 여행을 할 때면 늘 제일 이른 비행기 편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이른 아침, 가장 빠른 비행기 편을 예매하고서는
공항 근처의 숙소에서 1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좀 더 길게 쓰고 싶은 것도 그 이유겠지만,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직전, 시원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케리어를 끌고
저 멀리 반짝이는 공항으로 여유롭게 향하는 그 푸르른 새벽녘이 좋다.
그날도 역시 그렇게 공항 근처 숙소를 잡고 잠들려던 참이었다.
'사정상 제 1 터미널에서 제 2 여객터미널로 변경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하지만 고작 1에서 2로 변경된 것 아닌가?,
'1과 2 사이가 멀어봤자 얼마나 되겠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금방 잠들었다.
한번 검색이라도 해보면 좋았을 것을...
이것이 실수였다.
그렇게 다음날 새벽 대충 씻고 모자를 푹 눌러쓴 체 숙소를 나섰다.
현제 숙소에서 1 터미널까지 도보로 20분가량 소요 된다.
'1 터미널 옆에 2 터미널이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나는 예정대로 1 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저 무빙워크나 에스칼레이터로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한 체...
그렇게 1 터미널에 도착한 순간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1 터미널 그 어디에도 2 터미널로 가는 표지판이나 안내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이른 시각이라 공항에 직원들조차도 찾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가까스로 청원 경찰 혹은 보안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분을 찾아 물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질문을 전해 들은 그분은 굉장히 난처해하셨고,
그 표정을 본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핸드폰을 켜고 지도앱에 들어갔다.
진작에 확인했어야 했는데...
1 터미널과 2 터미널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거리가 있었으며,
당연히 도보로는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서둘러 출발한 탓에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셔틀을 검색하는 수고보다는 택시를 선택했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 하나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돈으로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한 두 푼 아끼려다 결국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릴 때가 종종 있다.
그렇게 서둘러 택시를 잡아 타고서는 2 터미널로 향했다.
새벽녘 전혀 막히지 않는 뻥 뚫린 도로를 장장 30분 넘게 달려
2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늦지 않았지만, 여유롭게 공항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 했던 나의 계획은
빠듯하게 수속을 밟는 것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속을 끝내고 나니,
그제야 나의 안일함이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 거리를 걸어갈 생각을 하다니...'
'딱 30초만 투자해서 검색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게 뭐 그리 귀찮다고...'
결과적으로 다행히 전혀 차질이 없었으니,
어찌 됐든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