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안 친한 묘(猫) 공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by 차준생


몇 주 전 친구는 내게 열흘정도 집을 비워야 한다며,

내게 작은 식객을 하나 맡기고 떠났다.

하얗고 긴털을 뽐내며 내 방에 찾아온 녀석.

사실 이 녀석과 나는 제법 오래된 구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친한 사이는 아니다.


이 녀석을 처음 본 것은 아마 4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친구는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며

몇 주간 유기묘 센터를 들락거렸고,

같이 가자는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몇 번 같이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데리고 온 녀석이

바로 지금 내 방에 식객으로 찾아온 이 녀석이다.


그렇기에 나와 이 녀석은 알고 지낸 세월만 따지자면 4년이 넘으며,

이 녀석의 주인이 되는 친구와 나는 제법 왕래가 잦은 사이다 보니,

나와 이 녀석은 제법 자주 보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동물들을 참 좋아한다.

그렇기에 여러 번 녀석을 쓰다듬어 주고자 노력했지만,

녀석은 늘 도망가기 바빴고, 녀석은 내 손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듯

온몸을 비틀어 피해 다녔다.

그런 모습을 내 친구가 보고는,

괴롭히지 말라며 내게 핀잔을 준 적도 많았다.

그렇기에 처음 친구가 며칠 내게 녀석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을 때,

나는 상당히 난색을 표했었다.


때로는 인형인가 착각이 들 만큼 녀석은 조용하고 얌전하다.

당최 이런 녀석을 유기한 돼먹지도 못한 전 주인 놈의 얼굴이 궁금할 정도로

정말이지 얌전하고 조용한 녀석이다.

그렇기에 녀석이 내 방에 와있는다고 해도 내게는 큰 걱정은 없었다.

다만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인간과 열흘씩이나 단 둘이 지내야 되는

녀석의 입장이 몹시 걱정스러웠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라도 생긴다면,

나는 너무 미안할 것 같았고, 그 뜻을 친구에게 전하며,

다른 친구에게 부탁하라고 친구의 부탁을 반려했었는데,

내 뜻을 듣고는 의아하다는 듯 내게 말해줬다.

"리치(묘공의 이름이다.), 우리 친구들 중에 널 제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 친구와 왕래가 많은 만큼 그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날이면 나는 그 친구의 작업실에 이불을 깔고 잠을 청하고는 하는데,

내가 늘 그 방에 들어가 잠을 잘 때면, 녀석은 항상 그 방문 앞을 지키며,

방문을 열어주면 금세 들어가 내 옆에 자리를 잡는다고 얘기해 줬다.

물론 나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모두 내가 잠을 잘 때 일어난 일이니 말이다.


얘기를 들은 나는 더 이상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녀석을 열흘간의 식객으로 맞이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녀석은 케이지를 열자마자 익숙한 듯 내방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쓰다듬으려 하면 내손을 피해 도망가 버리고 만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는 이 녀석과 친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녀석이 내방에 식객으로 온 이후로

자꾸 내 찻잔에 녀석의 하얗고 긴 털이 빠져있다.


"퉷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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