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나는 극장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분명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는 질문이 꼭 뒤따르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에는 사실 그다지 똑 부러지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장르나 감독을 떠나서, 그냥 극장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여유가 있을 때면 극장에 자주 가는 편이다.
번화가에 있는 멀티플렉스의 거대한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도,
또 스케일이 큰 아이맥스 영화관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혼자 다니기에는 동네 작은 영화관이 어딘가 익숙하고 안정적이라 좋다.
무엇보다 매진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에 더욱이 좋아한다.
평일의 오후시간 때의 동네 영화관,
그 영화가 아무리 인기 있는 블록버스터라 할지라도,
동네 영화관의 평일 오후영화는 늘 자리가 있다.
그렇게 표를 사고 팝콘을 주문한다.
언제나 캐러멜 팝콘에 콜라를 먹고 마시면서,
늘 매점의 키호스크 앞에 서서
고민을 하는 나를 발견할 때면 정말이지 바보 같다.
하지만 괜찮다. 여기는 한적한 동네 영화관,
내가 키호스크에서 조금 고민한다고 한들
내 주문을 기다리며, 내 뒤에 줄을 서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렇기에 온갖 영화 관련 굿즈들이나 화려하고 귀여운 팝콘통을
잔뜩 구경한 뒤, 당연하게도 캐러멜 팝콘과 콜라를 주문한다.
빨대와 냅킨 몇 장을 챙기며, 상영관과 좌석번호를 확인한다.
그러는 사이에 주문한 팝콘과 콜라가 나온다.
그렇게 팝콘과 콜라를 한 아름 끌어안고는 조금은 불안하지만,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내 좌석을 찾아 상영관에 들어선다.
띄엄띄엄 앉은 관객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내 자리를 찾아 팔걸이를 내리고 앉으면,
앞에 스크린에서는 각종 광고 CF들이 스크린에 나오고 있다.
나는 본 영화가 상영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팝콘을 아껴 먹는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대체 왜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광고를 보며 팝콘을 먹으면 아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금 이상하고 어쩌면 조금 멍청한 버릇이지만
별로 고칠 생각은 없다. 그냥 나 혼자만의 룰 같은 거다.
그렇게 영화를 팝콘을 먹다 보면 결국 바닥에 아직 덜 튀겨진
딱딱한 옥수수 알들이 잡힌다.
보통 번화가의 큰 영화관이라면 그 딱딱한 옥수수를 입에 넣고 씹는데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기에 보통 나는 그 딱딱한 옥수수 알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동네 영화관에서는 괜찮다.
어차피 전후좌우에는 아무도 없기에
제법 당당하게 입에 넣고 씹어 본다.
'오도독! 오도독!'
이렇게 영화를 보고 나오며 문뜩 든 생각이 있다.
어쩌면 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극장에서 팝콘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어찌 됐든 나는 극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