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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Mar 01. 2024

구닥다리가 된 '디지털'

일상의 생각


"왜?, 스마트 워치 안 쓰세요?"


최근 몇 년간 내가 종종 듣는 말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시계를 어떻게 차고 다니던 내 자유이니,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겼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지금 몇 년째 자꾸 듣다 보니 슬슬 '나도 스마트 워치 하나 사야 되나?'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일단은 당근에 해당 키워드 알림을 등록해 두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손목에는 스마트 워치가 아닌 디지털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시계를 꼭 차고 다녔던 탓에 버릇이 되어, 나에게 있어 시계는 액세서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계 없이는 외출을 하지 않고, 또 깜빡 잊고 외출을 하더라도 하루종일 허전함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속칭 '바늘 시계' 아날로그시계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시계 취향은 학창 시절부터 줄곳  '디지털시계'에 꽂혀 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제품군의 모델들은 튼튼하기로는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으며, 위도와 경도까지 표시되는 등 나름 나의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최첨단을 달리던 그런 제품이었다.


사실, 여러모로 곰곰이 따져봐도 특별히 '디지털시계'와 '스마트워치' 비교했을 때, 그다지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제품군의 모델들은 그다지 저렴하지는 않다. 스마트워치와 대동소이하거나 더욱 비싼 모델들도 많다. 기능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스마트 워치'가 훨씬 훌륭하다. 또한 위에서 얘기했던 '튼튼함'도 내가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거나, 내 시계가 덤프트럭에 깔릴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나마 내가 느낀 유일한 장점은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도...


그럼에도 내가 여전히 '디지털시계'를 고집하는 이유는 역시 디자인에 있지 않나 생각한 다. 작은 사다리꼴의 사각형들이나 도트들이 모여 표현하는 여러 문자들, 그리고 기능과 내구성에만 초점을 맞춘 충실하지만, 다소 투박한 외관 디자인은 여전히 내게 있어 너무 멋지고 마음에 든다. 

그리고 보면 어느새인가 '디지털'이라는 단어들은 빠르게 '스마트'란 단어로 교체되어 가는 것 같다. 

이렇게 디지털 세상은 스마트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계속 이런 디지털시계를 착용하고 다닐 것만 같다. 유행을 따라 변화해 가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지만, 내게 있어 한 두 가지 정도는 내 취향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이렇게 구닥다리 같은 나의 취향을 머릿속으로 조금 변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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