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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Feb 23. 2024

항상 요청과 요구는 명확하게 !

일상의 생각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은 어제처럼 폭설로 이런저런 물류들의 차질이 생겨 여러모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그 덕분에 다들 이리저리 외근이나 출장으로 빠지고 병가나 혹은 휴가로 자리를 비운 분들도 많아, 막내직원과 나 단둘이서 점심식사를 해결해야야 되었고, 마침 식당에서도 식사가 늦었다며 서비스를 잔뜩 주셔서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었던 상황이었지만, 왠지 그날은 입가심으로 뭔가를 더 먹고 싶은 기분이었다.


"내 카드 줄 테니까, 너 편의점 다녀올래?"

 라고 했더니 그녀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너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랑 나는 그냥 대충 디저트로 달달한 거 부탁해"

"달달한 거 어떤 게 좋으세요?"

"흐음... 그냥 쵸코렛도 좋고 과자도 좋고 배부르니 디저트 할 간단한 요깃거리 같은 거 "

(이렇게 글로 써보고 생각하니 정말 모호하고 불분명한 요청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내게 '통밀 쵸코 다이제'를 사다 주었다. 쵸코도 맞고 과자도 맞고 달달 한 것도 맞긴 하는데,

디저트로 '통밀 쵸코 다이제'는 너무 해비 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지만, 어쩌겠나 내 요청사항이 불분명했던 것을, 편의점에서 고민하는 그녀를 생각하니 조금 미안해지려던 찰나, 그녀에 손에는 아메리카노 한잔과 작고 예쁜 갖가지 초콜릿들이 쥐어져 있었다. 그렇다, 나는 저런 종류의 초콜릿을 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내 다이제랑 네 초콜릿이랑 바꿔!"

"왜요? 싫어요! 대신 한 개 드릴게요"

"아니, 바꿔! 암만 그래도 디저트로 통밀 다이제는 너무 해비 한 거 아니냐?"

"안 돼요, 저 그거 다 못 먹어요!"

"나도 다 못 먹어!!"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결국 나와 막내직원은 그 작은 초콜릿도 '통밀 쵸코 다이제'도 둘 이 같이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적어도 난 사이좋게 나눠먹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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