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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Feb 16. 2024

1년도 안된 운동화가 튿어졌다.

일상의 생각



나는 보통 신발을 좀 험하게 신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금방 해지거나 닳게 신지는 않는다. 보통 일주일에도 용도나 기분에 따라 2~3켤레를 번갈아 가며 신기 때문에, 더욱 신발을 버리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신발장에 제법 많은 신발들이 쌓여 있고, 딱히 수집의 용도도 아니다 보니 관리 또한 잘하지 않는 편이라 가끔 너무 오래 신지 않아 여기저기 삭아서 버리는 경우는 종종 있다.


문제의 운동화는 작년도쯤 구매했다. 끈이 없고 신고 벗기가 편해 제법 애용하면서 신었던 운동화인데, 며칠 전 운동화의 뒤꿈치 쪽 손잡이가 뚝 떨어져 나갔다. 이뢰 봬도 나름 유명 메이커의 제품인데, 이토록 형편없는 내구성의 제품이라니, 위에서도 말했듯, 일주일에 2~3켤레 정도를 번갈아 가면서 신기 때문에, 실착용 기간으로 따지자면, 단순하게 계산하여 1년 12개월 나누기 3을 해도 고작 4개월이다.


더군다나 제법 값을 치르고 샀던 제품이며, 제품 특징으로는 천연 가죽으로 제작되어 오래 신을수록 멋스럽다고 설명되어 있는 카탈로그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래서야 오래 신고 싶어도 신을 수가 없다. 또한 나는 나름 의류 관련 업계 종사자로써, 대략적인 부자재나 소재에 관한 정보는 대충은 알고 있는데, 구조나 재질로 봤을 때 본드질이나 박음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더욱 짜증이 났다.


또한 해외 직구로 구매했던 제품이라 A/S도 힘들어 보이고, 사용기간은 1년이 넘었으니 이 또한 애매했다. 이렇게 뜯어진 운동화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심란해하는 것도 잠시, 이전부터 계속 사고 싶던 운동화를 검색하면서 '무슨 색이 좋을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고작 발 뒤꿈치의 손잡이 부분이 떨어졌는데, 신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버리고 새로이 운동화를 살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순간 멈칫했다. 낭비인가?, 정당한 소비인가? 하지만,

고민은 몹시도 짧았고, 그 후 기대감은 길고 즐거웠다.

역시 새것의 유혹은 참기가 힘들다.


"택배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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