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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Mar 22. 2024

'착시'에 대응하는 '비겁함'

일상의 생각

아... 혼란하고 어지럽다.


착시視 - 시각적인 착각 현상.



디자인/편집 관련 업무를 보다 보면 종종 착시와 싸워야 되는 경우가 있다.


"이거 정렬 제대로 본거야?"

"그쵸? 이상해 보이죠? 근데 다 맞춘 거예요"

"파일 넘겨봐, 나도 한번 다시 볼게"

... 확인 후...

"흐음... 다 맞네 정렬은..."

"거 봐요, 정렬 다 맞췄다니까요"

"근데, 왜 이렇게 안 맞아 보이지?"

"어떻게 할까요? 수정해 볼까요?"


이럴 때 작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정확한 정렬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보기 좋게 수정을 할 것인가,

이런 상황의 나의 선택은 보통 전자택한다. 비록 내 눈에 다소 이상해 보이고 맞지 않아도, 정확한 정렬을 따르는 것이다. 조금 비겁할 수 있지만, 그래야 후환이 없다. 

나중에라도 의뢰인이 이 부분을 찾아 지적하기 라도 하면 후자를 따를 경우, 설명해야 하는 말이 무척이나 많아질뿐더러 결과물이 완성된 후 지적받기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전자를 택 할 경우 간단하게 '교정은 다 봤는데, 정렬에 이상은 없습니다. 원하시면 수정해 드릴까요?'라고 

얘기하면 그만이며, 이후 의뢰인이 보기 좋게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수정해도 늦지 않다.

이렇게 보면 어떤 의미에서 디자인 직종은 이미지와 달리 참으로 수동적이고, 창의적이지 못한 직업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디자이너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간혹 이런 틀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감이나 감각을 유지하는 디자이너 친구들이 있다.

이것이 재능이라면 재능일 것이기에, 나는 이런 친구들을 볼 때면 그 반짝임이 참으로 좋아 보이기도 한다.

거의 무색무취에 가까운 나의 작업물. 나의 작업물은 보통 의뢰인의 취향에 어떻게든 맞추고자 노력한 결과물들이며, 내 눈에 안 좋아 보여도 의뢰인이 'OK'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물론 이 '비겁함'이 나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그 결과물이 못내 아쉽고, 썩 좋아 보이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그저 "왜? 이걸 이렇게 해 달라고 요청하지?"라는 

혼잣말만 중얼거릴 뿐, 의뢰인에게 의견이나,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위에서 말했듯, '착시 현상'에 대해 수동적으로 안내하고 대처하는 '비겁함' 같이, 말이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비겁해졌지?'

'나는 언제부터 나의 색깔이 다 바래져 버렸지?'

.

.

.

'근데 원래 있기는 했나... 그 나의 색깔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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