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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Mar 29. 2024

각자의 순대국밥 스타일

일상의 기록


나는 비교적 국밥을 좋아 하지만, 자주 먹지는 않는다.

직업 특성상 여직원 비율이 높은 회사이기 때문에 좀처럼 점심 메뉴로 국밥을 먹을 일이 없으며,

나는 술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해장할 일이 없어 더욱 국밥을 먹을 기회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날이 쌀쌀해져서인지, 오늘 점심은 순대 국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나는 굉장히 쓸 때 없는 것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 각자의 국밥을 먹는 방법을 관찰하고, 또 기존에 내가 겪었던 여러 스타일들을

 이곳에 기록해 보기로 하였다.

(후첨 조미료들은 개인의 취향이기에, 먹는 방법만을 관찰했다.)


스타일 1)

일단 나의 스타일로 국밥이 나오자마자 바로 밥을 꾹꾹 말아서 뚝배기 채로 먹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 나는 식사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스타일 2)

스타일 1과 동일하게 나오자마자 밥까지 꾹꾹 말지만,

뚝배기채가 아닌 은색 쇠밥그릇에 덜어 식혀 먹는 스타일이다.

어찌 보면 뜨거운 것을 못 먹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현명한 스타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멋스러움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스타일 3)

일단 순대국밥의 건더기를 쇠밥그릇 뚜껑에 전부 건져내어 먼저 소금에 찍어 먹고,

그 후 그동안 식혀 뒀던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스타일이다.

식기와 식탁이 다소 지저분해지는 경향이 있고, 불필요하게 휴지를 많이 쓴다.


스타일 4)

굉장히 특이한 스타일로, 스타일 3과 유사하나 주문할 때부터 순대와 국물을 따로

주문하는 스타일이다. 높은 확률로, 내장 빼고 순대만 달라고 할 확률이 높다.

만약 스타일 4의 인물이 직급이 낮을 경우 순대들을 빼앗길 위험도 다소 있으며,

순대만 먹고 국물과 밥은 깨작거릴 확률도 낮지 않다.


스타일 5)

밥을 말지 않고 먹는 스타일로 찌개를 먹듯 밥한술 순댓국 한술 이런 식으로 먹는 스타일이다.

이러한 스타일이다 보니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식사를 마칠 수 있는 스타일이며,

스타일 5의 인물이 직급이 높을 경우 "천천히 먹고 나와"라고 하며 계산을 하고 나가시는 대인배적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많으나, 간혹 멀뚱멀뚱 앉아 계신 분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밑에 사람들이 상당히 피곤해진다.


또 다른 스타일도 있을 것 같지만, 일단 내가 겪어본 스타일은 이렇게 5가지 인 것 같다.

같은 음식을 앞에 두고 이렇게 다양하게 음식을 즐긴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또 다른 스타일도 있으려나?' 다음 국밥을 먹을 때는 좀 더 주위를 관찰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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