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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Mar 15. 2024

가방 좀 들고 다녀라.

일상의 생각

부끄러운 일이지만, 회사 대표님께서 몇 년째 나에게 지적하는 사소한 사항이 하나 있다.

그중 하나가 "가방 좀 들고 다녀라"이다. 여름에는 외투가 없기 때문에 가방을 곧잘 들고 다니는 편이지만, 외투를 입는 계절이 되면 주머니가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을 전부 주머니에 쑤셔 넣어 다닌다. 그러다 보니,

가끔 집에 와서 외투가 무거워 주머니를 뒤져보면 거래처에서 받은 요구르트나 귤이 나올 때도 있다.

근데 들고 다닐 것이 없는데, 굳이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 걸까? 


대표님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가방도 없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너무 놀러 다니는 느낌 아니냐?"이다.

대표님이 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지는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의 평소 소집품이라고 해봤자, 지갑, 핸드폰, 무선이어폰, 담배, 립글로스 정도이다. 당연히 주머니에 다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가방까지 들고 다녀야 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백보 양보해도 세상에 출근을 놀러 다니는 기분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심각하게 정신 감정을 받아봐야 한다.


사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에도 혼났었던 기억이 있기도 하다.

교과서나 체육복은 학교 사물함에 다 있는데, 왜 책가방 없이 등교하면 혼나는 것일까?, 더군다나 나의 고교 시절에는 등산용 백팩이 고등학생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시기이다. 나 역시 이런 등산용 백팩을 책가방으로 사용했었는데, 그 커다란 가방에 딸랑 필통 한 개 넣어 다니는 꼴이란, 이 얼마나 비 효율적인가. 그래서 어느 날 책가방 없이 손에 필통만 쥔 채 등교를 했다가, 된통 혼난 기억이 있다.


"학생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를 다녀야지!!"

이건 또 무슨 논리인가?, 학생이 선생님 말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나는 공부는 못했지만,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에는 책가방을 잘 들고 다녔다.


왜일까? 서른이 넘은 나에게는 여전히 대체 왜 불필요한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전체적인 복장이나 복식이 때와 장소에 걸맞지 않다면, 지적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평소 행색이 그리 튀거나 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직업이나 업무 특성상 정장을 입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거나, 과하게 화려한 의상을 즐겨 입지는 않는다. 가방을 메면 격식이 있어 보이기라도 하나? 여전히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그런 연유로 여전히 가방을 메고 출근하지는 않는다.


대표님 또한 내가 또 웃으면서 넘길 거라는 걸 아실 것이다. 이렇게 10년 가까이를 같이 했으니 말이다.

(나와 대표님은 상당히 친하다. 혹시나 오해하지 않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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