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어느 날 -이상한 꿈
이것은 지난밤의 꿈 이야기이다.
너무 생생하고 기묘하고 또 재미있어 잊기 전에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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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하얀 고양이, 그리고 회색의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
우린 아는 사이가 아니라서, 나는 부러 그 아이들의 이름을 짓거나 부르지 않았다.
이토록 갑작스레 찾아왔으니, 또 갑작스레 떠나겠거니 생각했다.
이름을 붙이고 정을 주면, 그 아이들이 떠난 후 힘든 것은
나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일 것이다.
작디작은 그 아이들은 내 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기도 하고, 또 여기저기 호기심 가득하게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부러 관심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그 작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혹시라도 내가 그 작은 아이들을 밟을까
조심조심 잰걸음으로 내 몸을 움직여야 했다.
본래 나는 참으로 왜소하지만 그 아이들에 비하면 나는 거대하기 짝이 없기도 하다.
그렇게 무뚝뚝한 시간이 흐르고 밤이 찾아왔다.
나는 그 세 아이들을 외면한 채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못네 세 마리의 고양이가 눈에 밟혔다.
그래서 성냥갑 3개를 열어 거기에 티슈를 깔고 작고 포근포근한 침대 3개를 만들어 주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알기라도 한 것인지,
그렇게 세 마리의 고양이는 각자 마음에 드는 성냥갑으로 만든 작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3마리의 고양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작디작은 고양이들이 어디로 갔을까?
이리저리 시야를 옮기며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어딘가로 떠난 걸까?
부러 이름도 안 지으며 정을 주지 않으려 했건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러던 중 나의 방 창끝 모서리에 흰색털을 가진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부리나케 달려가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족히 내 턱밑까지 올 것 같은 크기에 뻣뻣하고 여기저기 잔뜩 뭉친 털을 가진,
마르고, 못생긴 하얀 고양이가 두 발로 서있었다.
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뜻 모를 어색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왼쪽눈은 밝은 노란색이었고, 오른쪽눈은 옅은 파란색이었다.
한참을 나와 눈을 맞추고 있던 녀석은 입가에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내게 고개인사를 남기고
이내 다른 집 지붕으로 날쌔게 뛰어 달음박질쳤다.
그 웃음은 의미는 알 수 없었으나, 기분 나쁘거나 무섭진 않았다.
되려 익살스럽고 재미있다는 웃음이었다.
'저 못생긴 고양이가 세 아이들을 데려간 걸까?' 생각하던 찰나에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내 발밑에 그 작은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기어와 내 발등에 앉았다.
"다른 친구들은 어디 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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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묻는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참으로 기묘한 꿈이다.
그리고 꿈 치고는 제법 생생하게 기억되는 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