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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pr 26. 2024

세 얼간이의 도봉산 정복기 後

일상의 생각

오전 9시 지난주 보다 1시간 이른 시간에 세 남자는 다시 도봉산역 앞에 다시 모였다.

오늘이야 말로 도봉산을 완등하리라는 각오를 다지며, 지난주 보다 1시간 일찍 모인 것이다.

날씨는 포근하고 화창한 날씨로 반팔을 입고 등산하는 등산객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불과 일주일 전 만해도 피어오르던 꽃들이 어느새 만개하여, 떨어져 꽃잎을 흩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화창한 봄날씨에도 세 남자는 전혀 화기애애하지 않았다.


세 남자는 지난주에 실패를 곱씹으며, 산행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등산 코스를 다르게 잡았다. 지난주에는 정상'자운봉'까지 가장 빠른 코스를 잡았다면,

이번에는 포대능선을 타고 Y계곡을 거쳐 신선대(726m)로 가는 정상까지는 다소 우회하는 코스였다.

이유인즉슨 지난주에 놓쳐서 고생했던 Y계곡을 꼭 가고자 하는 것과 더불어

현제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740m)이 붕괴 위험으로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상을 '신선대'로 정하고 우회하는 코스로 출발하게 되었다.


선두는 지난번 그나마 페이스가 괜찮았던 '장'이 선두로 나섰다.

이번 코스는 지난주와 달리 포장된 길이나, 계단이 훨씬 적고 시냇가를 따라 돌길로 올라가는 길

조금 더 험하긴 했지만, 풍경도 좋고 코스도 단조롭지 않아, 순조롭게 올라설 수 있었다.

그렇게 포대 능선을 타고 드디어 Y계곡에 도착했다.


Y계곡은 들었던 것만큼 험준했다.

철재 난간만으로 바위산을 타고 이어진 오르락내리락 길, 발디딜곳이라고는 바위의 턱과, 몇 개의 말뚝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철재 난간에 몸을 의지 한채, 한발, 한 발을 조심스럽게 옮기면서 올라야 했다.

오 : "내려갈 때는 뒤로 돌아서 내려가 그게 편하다."

      "너무 팔에 의지하지 말고 발 잘 디디면서 내려가라"

노파심 섞인 '오'의 목소리가 '장'의 뒤에서 들렸다.

그렇게 그들은 바위에 이리저리 몸을 돌려가며, 끼이고 또 쓸려 가며 Y계곡을 통과하고 있었다.


Y계곡을 지나서 정상'신선대'까지는 근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녀본 산들의 정상 보다 신선대는 훨씬 좁았고, 신선대 입구 계단에서부터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 선 상태였다.

이 : "사진 찍을 거야?, 그냥 갈까? 여기까지 온 거면 신선대 온 거나 다름없는데..."

오 : "여기까지 왔으면 사진 한 장 남겨야지"

장 : "후딱 한 장만 찍고 내려오자"


그렇게 그들은 목표했던 '자운봉'은 아니지만 바로 옆 '신선대'에 오르며,

도봉산을 완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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