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각
지난주 일요일, 어머니와 아버지는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셨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요즘 몸상태가 좋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늦기 전에 고향을 눈에 담아 두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다행히 강원도에는 우리 큰집도 있고 해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이번 주 주말에 또 다른 여행을 떠나셔야 되기 때문에, 늦어도
목요일 까지는 돌아오신다고 말씀하셨다.
요즘 나는 정신없이 바쁜 시즌이다. 당연히 따라갈 엄두도 못 냈던 것도 있지만,
사실 여유로워도 아마 굳이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아마
내가 아버지와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뭐 여러 이유야 있겠지만, 굳이 어디 가서 얘기할 만한 이야기도 아니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여기서 이 이야기는 줄이겠다.
(사실 아버지 얘기를 하라면, 난 적어도 A4용지 양면을 빼곡히 채울 자신이 있다.)
당연히, 이런 나를 형은 이해는 하면서도, 못내 늘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차로 터미널까지라도 좀 모셔다 드리지 그랬냐?"
"... 바빠, 그리고 알잖아, 아버지라고 뭐 나랑 있는 게 편하시겠어?"
"그래, 잘 갔다 오시라고 인사는 드렸냐?, 여비도 좀 챙겨 드리고?"
"인사?, 아마도... 여비는 어머니 드렸으니까 두 분이 알아서 쓰실 거야"
"......"
그렇게 부모님이 안 계신 한산하고 고요한 집이 월요일, 그리고 화요일이 지났다.
그리고 수요일, 별다를 것이 없는 수요일이었다.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똑같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 일, 저 일, 이 전화, 저 전화...
정심을 먹고는 아마 2시쯤이 지났을 때였을 것이다.
대표님께서 나오셔서 말씀하셨다.
"자! 다들 오늘 급한일만 빨리 마무리하고, 30분 일찍 퇴근해 봅시다."
"네에? 갑자기요? 오늘 무슨 날인가요?"
라는 나의 물음은 다른 직원들의 비난과 야유로 돌아왔다.
이 한마디로 나는 순식간에 불효자가 되었다.
"아니, 진짜 몰라서 물어보시는 거예요?, 어버이날이잖아요!"
"아!!..."
요즘 바쁘다는 둥,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둥, 그런 건 그저 핑계였다.
듣자마자 전화기를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잘 도착하셨냐는 안부 전화 한 통
드리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후회스러웠다. (요즘 난 참 후회하는 일들이 많다.)
"여보세요? 웬일이니? 네가 전화를 다 하고?"
"어 엄마, 지금 뭐 보시려고?, 어디 가고 계셔?"
"응 지금 차 안이야, 여기 추어탕 잘하는 집 있다고 해서"
"아니, 추어탕은 민물고기잖아, 바다까지 가서 민물고기를 드신다고?"
"엄청 잘한데, 너희 큰엄마가 꼭 먹어 보라고 해서,
그리고 너희 큰아빠, 너 하면 끔뻑 죽으시잖아, 너 안 왔다고 엄청 서운해하셔..."
"하하... 아버지는?"
"아빠는 옆에서 주무셔."
"아 어버이날이라, 전화드려 봤어, 잘 놀고 계신가, 궁금도 하고"
"어머 별일이네, 고마워, 엄마랑 아빠는 내일 갈 거야."
"응,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사 와!"
그렇게 짧은 통화를 끝냈다.
나는 사실 아버지가 주무신다는 말에 조금은 안도했다.
나는 어머니와는 둘도 없이 살갑게 지낸다. 하지만 아버지께는 그러지 못하는 게
어딘가 불편하고 죄송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와 편하게 통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이런 내가 속좁고, 또 못돼 먹은 불효자가 된 것만 같았다.
'그래도 어버이날인데...'
그저 지금은 두 분이 무탈하게 돌아오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