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를 하다가
이제는 귀엽지 않고 아주머니들이 없는 머리숱을 가리기 위해 하는 파마 같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마음을 주려 했는데 구걸처럼 보일까 봐
고백을 하지 않은 일 같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담배를 피워 본 적이 없다고 거짓말합니다
자주 종류별의 나를 어디에 넣어두었는지 몰라서
여러 개의 서랍을 뒤져야 하고요
시인은 이별을 쓰는 사람이라던데
그러면 좀 돈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은 가치 있는 일에는 언제나 박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모텔비도 반띵하나 싶고요
홀로 먹는 저녁 시간보다
함께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더 서러운 것 같습니다
가끔은 안고 있을 때 더 무력하고요
빨 수 없는 젖꼭지를 생각하면서
어른스러운 척을 합니다
냉철한 칼럼을 쓰던 친구의 귀걸이가
귀찌란 것을 안 날에
인간은 다 생강처럼 자라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분리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면서
붙어버리는 과거를 살고요
당신의 주근깨가 이제는
할아버지의 검버섯이 생각나게 하면
엉엉 주저앉고 싶어요
하지만 또 어딘가의 어떤 서랍을 뒤지며
못생긴 엄지손가락을 감추죠
팥죽처럼 진눈깨비가 쌓이고요
봄은 내가 사는 지역이 가장 멀게 오네요
사랑은 자주 실패해서
아이를 낳을까 고민을 합니다
나는 여전히 어색하게 살고요
푸석한 머리에는 에센스를 발라야 하고요
당신은 뒤에서부터 읽어야 이해가 될 것도 같아요